"고시된 표기법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은 위법"
여권 영문 표기를 변경하는 신청을 했으나 표기 방식이 문화체육관광부가 고시한 로마자 표기법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한 것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5세 A 양의 법정대리인인 부모가 외교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여권 로마자 성명 변경 불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2월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양의 부모는 2023년 A 양의 이름에 들어가는 '태'를 영문 'TA'로 기재해 여권을 신청했으나 관할 지자체장은 로마자표기법에 어긋난다며 'TAE'로 적힌 여권을 발급했다.
현행 여권법 시행규칙은 '여권 명의인의 로마자 성명은 가족관계등록부에 등록된 한글 성명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표기 방법에 따라 음절 단위로 음역에 맞게 표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한글 이름이 외국식 이름과 음역이 일치할 경우에는 외국식 이름을 여권의 영문 이름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했다.
재판부는 변경을 신청한 로마자 성명이 문체부 고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의 규정 내용과 다소 다르더라도 대한민국 여권에 대한 대외신뢰도 확보에 지장을 초래할 정보라거나 범죄 등에 이용할 것이 명백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변경을 거부할 수 없다고 봤다. 또 변경하고자 하는 성명에 대해 원칙적으로 표기 방법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은 로마자 성명 변경을 가능하게 한 규정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문체부 고시는 어디까지나 대외적 구속력이 없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일 뿐"이라면서 영문 이름이 한글 이름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곧바로 출입국 심사와 관리에 어려움이 초래되는 것은 아니라도 판단했다. 그러면서 'cap(캡)', 'nap(냅)' 등 모음 'A'를 '애'로 발음하는 단어를 무수히 찾을 수 있어 'TA'의 음역이 '태'와 일치하지 않는다고 단정해 변경을 제한할 객관적이고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중병이 든 마을, 아무도 살지 않는다"…서울 한복판 번져가는 폐가 [13만 빈집리포트]②](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93/2025052207560068248_1747868160.p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