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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 6년 만에 1위 탈환
'대규모 충당금' KB, 3위로 자리 내줘
올해는 피벗 기조 속 비용·기업부실 관리가 가를 듯
국내 4대 시중은행의 연간 실적 순위가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충당금 등 일회성 비용으로 갈렸다. KB국민은행이 가장 많은 충당금을 쌓으며 순위가 밀린 틈을 타 신한은행이 6년 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탈환했다. 올해는 추가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며 이자이익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가운데, 비용과 기업부실 관리 수준이 순위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대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신한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순이었다. 신한은행은 3조6954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2018년 이후 처음으로 실적 1위를 달성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4개 은행 모두 대출 자산이 늘면서 '3조원 클럽'을 달성했다. 2년 연속 리딩뱅크 자리를 유지한 하나은행은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5% 줄어 1위 자리를 내줬지만, 3조3564억원으로 3조원대를 유지했다. 국민은행이 3조2518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1년 만에 21.3%가 늘어난 3조394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3조원을 넘어섰다.
은행권에서는 사실상 홍콩H지수 ELS 손실 배상 충당금이 실적을 갈랐다고 평가한다. 지난해 큰 손실을 낸 홍콩H지수 ELS가 불완전판매로 인정되며 손실 배상 결정이 났고, 각 은행이 충당금을 쌓으면서 실적에 영향을 줬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은행에서 8620억원으로 가장 많은 충당금을 쌓으면서 실적을 갉아먹었다. 신한은행 2407억원(환입 제외), 하나은행 1799억원, 우리은행 75억원과도 차이가 크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가계 원화대출 잔액이 압도적이어서 이자수익이나 순이자마진으로는 사실상 이기기 어려운 구조"라며 "다른 은행들은 해외 영업 등 글로벌 손익이나 기업 대출을 늘리며 1등 경쟁을 해왔는데, 이번엔 일회성 비용이 순위를 가른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이자이익이 10조2239억원으로 가장 많고,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도 1.78%로 가장 높지만 연간 당기순이익은 3위를 기록했다.
올해는 연초부터 대출 총액 관리에 들어간 데다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며 상대적으로 손쉽게 이익을 냈던 환경은 아닐 것으로 보인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안정적인 가계대출 확대로 성과를 만들던 시대가 이미 지나간 상황"이라며 "실물경기 둔화에 기준금리 피벗(pivot·정책 전환) 기조의 시작, 밸류업 정책 도입 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는 대내외 경영 환경에 직면했다"고 말했다.
올해 리딩뱅크를 결정짓는 건 비용관리와 기업부실 관리가 될 것으로 은행권에서는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결국은 얼마나 비용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내실 있는 여신을 늘려 위험가능자산(RWA)을 줄인 은행의 실적 개선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큰 기업에서 부실이 나면 이에 대해 은행들이 쌓은 충당금에 따라 순위가 결정되곤 했다"며 "올해 기업들이 워낙 어렵다는 평가가 나오다 보니 부실기업 충당금이 순위를 결정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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