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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은 직원에 '28억' 준 회장님 "돈만 준다고 낳겠나…기업이 동참해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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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장려금 28억원 지급 완료
"기업이 먼저 마중물 역할 해야"
'유엔의날' 공휴일 재지정 제안도

"출산장려금 규모를 정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려면 얼마가 필요하냐'고 물었고 다들 '1억원 정도는 돼야 체감이 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책정한 금액이 1억원입니다. 어떤 직원은 울면서 '회장님 덕분에 애를 낳을 수 있었다'고 했어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은 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열린 시무식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출산 장려, 정년 연장, 역사 교육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한 기업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이 회장은 지난해 아이를 낳은 직원 28명에게 자녀 1명당 1억원씩 총 28억원을 지급했다. 누적 지급액은 총 98억원이다.

이 회장은 2년 연속 출산 장려금 1억원 지급을 이어가며 출산율 저하 문제를 단순한 경제적 사안이 아니라 사회 전체 변화가 필요한 과제로 규정하고 기업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시무식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시무식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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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먼저 움직여야"= 이 회장은 "출산율 문제를 해결하는 건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며 "하지만 기업이 먼저 마중물 역할을 하면 분위기가 바뀐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준다고 아이를 낳는 게 아니라 '이 정도면 아이를 낳을 수 있겠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라며 "출산 장려금이 단순한 지원책이 아닌 사회적 변화를 이끄는 신호"라고 강조했다.


실제 효과에 대한 질문에 그는 "직원들로부터 '이 돈 덕분에 출산을 결심했다'는 얘기를 직접 들었다"며 "편지나 메모로 감사 인사를 전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기업이 먼저 움직이면 정부 정책도 변하고 사회적 인식도 변한다"며 "이것이 바로 나비효과"라고 했다.

이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회사가 출산 장려금을 도입한 것처럼 다른 기업들도 움직이면 사회 분위기가 달라진다"며 "육아휴직도 처음엔 다들 눈치 보며 안 썼지만 이제는 당연한 제도가 된 것처럼 출산 지원도 그렇게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사회적 역할을 하면 정부도 반응하고 제도도 바뀌게 된다"며 "출산율이 당장 눈에 띄게 오르지 않더라도 이런 시도가 쌓이면 결국 변화가 온다"며 기업들의 동참을 거듭 강조했다.


부영그룹은 지난해 1월 국내 기업 최초로 출산장려금 '1억원'을 처음으로 지급했고, 이후 정부와 국회도 기업이 직원에게 주는 출산지원금을 전액 비과세하겠다고 화답했다. 올해부터 시행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라 해당 조치는 지난해 1월 1일 이후 지급된 금액부터 소급 적용된다. 부영그룹 직원들은 예외적으로 2021년분까지 지급된 출산지원금도 비과세 대상에 포함된다.


출산 장려금이 계속 유지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국가적으로 출산율이 안정화될 때까지 유지할 것"이라며 "목표는 국가적으로 (출산율) 1.5명 정도인데, 그 수준까지 가면 다시 검토해볼 예정"이라고 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5년 시무식’에서 지난해 출산한 직원들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컨벤션홀에서 열린 ‘2025년 시무식’에서 지난해 출산한 직원들에게 출산장려금을 지급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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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당연…능력 있으면 일할 수 있어야"= 대한노인회장을 겸임하는 이 회장은 저출산뿐만 아니라 노인 문제에도 깊은 관심을 보였다. 그는 "노인은 단순히 나이 많은 사람이 아니다. 어른다워야 하고 후손들에게 뭔가를 남겨야 한다"며 "그래서 저출산, 노인 문제, 역사 문제도 결국은 다음 세대를 위한 고민"이라고 했다.


노인 연령 상향 문제에 대해서는 "현재 출생아 수는 연간 30만명인데, 노인은 매년 60만~70만명씩 늘어난다. 이대로 가면 부양 부담이 감당이 안 된다"며 "노인 연령을 75세로 조정하는 게 필요하다. 그렇게 하면 국가적 부담도 줄고 노인들도 '나는 아직 어르신이 아니다'라는 인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년 연장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노인 연령 상향 관련 정년 연장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무조건 일을 못 하는 게 아니라며 "능력이 있으면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사람들을 회사에서도 계속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시무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5일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에서 시무식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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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데이 공휴일 재지정 제안…"기억해야 할 역사"= 이 회장은 유엔의 날(UN데이) 공휴일 지정도 제안했다.


그는 "나는 1940년생이다. 6.25 전쟁 당시 10살이었고 전쟁의 참상을 직접 목격했다"며 "그런데 요즘 세대는 전쟁을 '과거의 일'로만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이 지금 있는 이유는 UN군이 도와줬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이 오늘날 존재할 수 있었던 데에는 UN군의 역할이 컸지만 이 사실이 점차 잊히고 있다"며 "단순히 기념일 하나 만드는 게 아니라 우리가 그때 받은 도움을 기억하고 후대에 알려야 한다"며 정부의 공휴일 지정 필요성을 역설했다.


유엔의 날은 1945년 10월 24일 UN 창설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국에서는 1950년부터 1975년까지 공휴일로 지정됐다. 하지만 1976년 북한이 유엔 산하기구에 가입하자 이에 대한 항의로 공휴일에서 제외됐다. 현재 UN 참전 유산은 세계에 두 곳이 있으며 모두 한국에 있다.


공군 출신인 이 회장은 2018년부터 ‘공군 하늘사랑장학재단’에 꾸준히 기부하는 등 국가 유공자 지원과 역사 보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왔다. 2023년에는 6·25전쟁 정전 70주년을 기념해 100억원을 공군 하늘사랑장학재단에 기부했다. 공군 격오지 부대 체육시설 개선에도 28억원을 지원했다.


2015년에는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에 2.7m 높이의 23개 유엔 참전국 참전비 건립 비용을 지원했다. 또 6·25전쟁 발발부터 정전협정까지의 기록을 정리한 ‘6·25전쟁 1129일’을 비롯해 ‘광복 1775일’, ‘미명 12768일’, ‘여명 135년 48701일’ 등 역사서를 집필해 후대에 역사 바로 알리기를 실천하고 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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