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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수출中企 할퀴는 환율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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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수출中企 할퀴는 환율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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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수출기업들에는 고환율이라는 날벼락을 피해갈 여력이 별로 없다. 그나마 꼽아보자면 환헤지 금융상품 가입을 통한 리스크 관리 정도일 텐데, 2000년대 후반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사태의 악몽이 발목을 붙잡는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 가운데 환리스크 관리를 하는 곳은 절반밖에 안 되는 것으로 중소기업중앙회는 파악했다. 유보금을 쌓아두는 건 다른 세상 이야기다. 판로를 다변화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자생력을 확보한다는 얘기는 쉬운 말로 기존의 거래를 일정 부분 포기하고 제 살 깎아 연명한다는 뜻이다. 이마저도 현금이 없으면 도모하기 어렵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영업이익에서 환리스크가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25%에 달한다. 한 달 한 달이 생존의 고비인 이들에게 25%라는 수치는 수치 이상의 의미로 다가온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터널을 가까스로 빠져나온 수출 중소기업들은 안그래도 유동성의 급격한 악화, 해상운임 급등으로 인한 물류비 인상, 주52시간 근로제 계도기간 종료 같은, 어쩌면 팬데믹보다 더 길고 어두울지도 모르는 또 다른 터널에 접어든 터였다. 비상계엄으로 빚어진 정치의 대혼돈은 무자비하게도 이 같은 터널 속에 우리 스스로 '환율폭탄'을 투하한 셈이라서 기막히다.

이 폭탄은 세계 9위에 해당하는 외환보유액(지난해 11월 기준) 마저 무색하게 만들며 외환위기의 공포감을 자아내는 한편, 통상의 가장 연약한 고리이자 실핏줄과도 같은 수출 중소기업들을 가혹하게 할퀴고 있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고, 이후로 전개된 상황이 나라와 기업을 어디로 끌고 가는 것인지 저들은 알고나 있을까. 온 나라가 곡예라도 하는 듯이 아슬아슬한 와중에 정부가 현재까지 내놓은 대응 방안은 환율 피해 중소기업들에 1조5000억원의 예산을 공급하기로 한 것이다.


어느 부처의 경우 지난해 말로 임기가 끝난 해외 파견 고위 관리의 복귀명령조차 내리지 못 할 정도로 기능 일부가 멈춰 섰다는데, 예산 당국과 주무 부처가 이만큼이라도 작동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예산을 매긴 건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외환·통화 시장의 예측가능성만큼이나 정책 효과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효과가 나타나더라도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이렇다 보니 정부 내부에서조차 무얼 어디까지 해야 하며 할 수 있을지를 회의적으로 자문하는 분위기가 짙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주요국과의 통화스와프를 확대하는 방안이 현 시점에서 긴요하다고 제언하는데, 국내정치와 외무·외교가 고도로 조화를 이뤄야만 하는 이 작업을 지금의 대한민국이 해낼 수 있으리라고 보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경제정책 고위 당국자 출신으로 정치권에도 몸담았던 한 재계 인사는 며칠 전 필자에게 "저열한 정치공학이 공론장을 장악해 정책 얘기가 너무 사치스러워졌다"고 토로했다. 외환보유고라는 보루마저도 무력화시키는 넋 나간 정치가 문자 그대로 기업 잡고 사람 잡는다.




김효진 바이오중기벤처부장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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