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장밋빛 호재에 주가만 요동쳐
경영진, 손실 책임 안지고 주주에 손 벌려
완구 유통기업 손오공 이 신사업으로 내걸었던 이차전지 사업을 1년여 만에 철수했다. 그 사이 주가는 요동쳤지만 실제 손오공은 대규모 손실을 보게 됐다. 이에 시장에서는 사업 실패로 회사가 손실을 봤음에도 경영진이 책임을 지지 않고 주주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손오공은 지난달 30일 자회사 ‘손오공머티리얼즈’를 12억8900만원에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설립 1년여 만에 17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여금 4억원도 나가 있는 상태인데 회수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손오공머티리얼즈는 지난해 1월 이차전지 신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손오공이 30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법인이다. 기존 완구 사업의 부진을 이차전지 신사업으로 타개하겠다는 것이 목적이었다.
손오공에서 이차전지 사업을 계획한 경영진은 2023년 말 손오공의 최대 주주가 된 에이치투파트너스 측 인물들이다. 에이치투파트너스는 2023년 10월 김종완 손오공 전 대표 등으로부터 손오공 구주를 인수하고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분 24.17%를 확보한 바 있다. 또 지난해 1월 96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발행했다.
에이치투파트너스는 손오공 인수 후 임성진 에이치투파트너스 대표를 회장으로, 임범진 에이치투 대표를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아울러 각자 대표로 최원식 대표를 올렸다. 최 대표는 손오공머티리얼즈의 대표도 맡았다. 손오공머티리얼즈에서는 이승진, 서진욱 부사장이 사업을 이끌었다.
손오공은 손오공머티리얼즈 설립 직후부터 이차전지 신사업 관련 호재를 지속적으로 시장에 공개했다. 지난해 2월 손오공머티리얼즈는 중국 용정리튬과 리튬직접추출(DLE) 및 자성분체흡착법 염수리튬제련 기술 및 설비투자협의서(MOA)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해 3월에는 볼리비아리튬공사(YLB)와 공업용 탄산리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YLB가 볼리비아 포토시 우유니 플랜트에서 생산하는 탄산리튬 중 3000t을 손오공머티리얼즈에 먼저 공급하겠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소식에 손오공 주가는 급등세를 보였다. 2023년 평균 2000원대에서 움직이던 손오공 주가는 4000원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손오공은 이차전지 사업과 관련해서 나이지리아 계약, 멕시코 정부와 회동 등의 소식을 발표했고 이때마다 주가는 요동쳤다.
손오공이 지난달 20일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을 때도 손오공머티리얼즈는 호재를 발표했다. 유증 공시 다음 거래일인 지난달 23일 손오공머티리얼즈는 전북 고창신활력산업단지에 1630억원을 투자해 탄산리튬 생산기지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매출도 없고 자본금만 소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 계획을 공언한 것이다.
통상 주주배정 유상증자는 악재로 여겨진다. 이에 손오공 주가는 유증 발표 후 장중 23% 급락했다. 하지만 1630억원 투자라는 호재성 발표 후 -13%까지 회복했다.
결국 손오공은 1년간 이차전지 사업 관련 장밋빛 소식만 계속 전했을 뿐 실제 실적은 하나도 내지 못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손오공머티리얼즈는 매출 0원, 순손실 17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주가도 이전보다 더 낮은 1000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손오공이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어 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손오공은 유증 자금 중 96억원을 CB 등 차입금 상환에 쓸 계획이다. CB의 전환가보다 주가가 낮아 상환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사업 실패를 주주들이 떠안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손오공은 증권신고서에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리튬을 발굴하고자 해외 여러 곳을 검토했지만 시간과 비용 문제가 발생했다”며 “그러던 중 전방산업 침체와 손오공의 추가 자금 확보 어려움이 생기며 이차전지 사업을 중단하게 됐다”고 밝혔다.
장효원 기자 specialjh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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