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분토론 패널 정형선 교수, 학부생에게 과제 공지
"여론전에서 승리하도록"…제출된 의견 수정도
학생들, "위계를 통한 여론 조작…성적 불이익 우려"
연세대 미래캠퍼스 보건행정학부가 학생들에게 "MBC 100분 토론 방송을 시청한 후 여론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유튜브에 댓글을 달고 과제로 제출하라"고 해 학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 방송은 최근 응급실 비상 사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의료 현실을 짚어보고 장기화하는 의정 갈등을 풀어갈 해법을 논의하는 내용이었다. 학생들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의 권리를 침해받은 데다 성적 평가에도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며 우려했다.
9일 해당 학부와 학생들에 따르면, 정형선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지난 3일 오후 11시20분 방송된 'MBC 100분 토론'을 6시간 가량 앞두고 학생들에게 과제를 공지했다. '방송을 시청하면서(또는 시청 후) 본인의 의견을 유튜브 댓글에 작성한 후 토론 청취 소감 및 제도 현안에 대한 본인의 견해를 작성해 런어스 과제함에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이후 이 학부 조교 A씨가 추가 공지를 통해 "의사들은 2025년 의대 정원까지도 철회할 것을 주장한다. 불가능한 주장을 계속하면서 응급실 진료에서 이탈해 국민과 환자를 겁주고 있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모두들 간단하게라도 의견을 위의 유튜브 댓글에 올려서 여론전에 밀리지 않도록 해주기를 조교로서 부탁드린다"며 "과제는 이러한 댓글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해서 올려주시고, 이미 제출된 것이 그렇지 않다면 수정해 제출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자유로운 의견 표현의 권리가 침해받았다며 성적 평가에서의 불이익을 우려했다. 연세대 미래캠퍼스 익명 커뮤니티에 본인을 해당 학부 학생이라 밝힌 B씨는 "위계를 통해 여론 조작을 시도한 것"이라며 "학문의 전당에선 다양한 견해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를 포함한 수강생은 부당한 지시를 거절하면 성적 평가에 불이익이 있을지 걱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행정학부는 보건의료서비스의 기획과 조직, 관리, 평가 및 정책 개발 등을 배우는 학과다. 학생들은 졸업 후 주로 병원과 연구기관, 대학, 정부기관 등으로 진출해 보건행정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측은 수업의 일환으로 특정 의견 제출을 강요한 것이 아니며, 추가 공지는 조교의 개인적인 판단이었다고 해명했다. 정 교수는 9일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의료인력 관련 토론 수업의 일환으로 과제를 냈다. 권장되는 강의 방식으로, 동영상 시청을 먼저 하고 학생들이 의견을 낸 후 토론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학생들이 제출한 과제를 봐도 일방적 주장이 아니라 반반 정도다. 오늘(9일) 수업 시간에 토론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조교의 공지에 대해선 "조교가 보건행정학 선배로서 과제 제출을 독려하는 과정에서 본인 의견을 달았다고 들었다.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성적 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세대 미래캠퍼스 측은 "중립성에 대한 문제 제기인 것 같다. 진위를 파악한 후 교무 파트에서 조치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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