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상승률 목표치 2% 도달했지만
가계부채 조이기 성공해야 금리인하 가능
내수진작 위해 인하 시급하단 주장도 나와
소비자물가가 2%를 기록하면서 고물가시대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가계부채'가 기준금리 결정의 주요 변수로 급부상했다.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완화한다는 가정하에 한국은행이 내수 진작을 위해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 3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를 기록해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치에 도달했다. 한은 통화정책의 최우선 목표인 ‘물가 안정’이 사실상 충족되면서 물가만 고려한다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
물가는 안정되고 있지만 문제는 ‘금융안정’이다. 한은은 제1 목표인 물가안정 외에도 제2 목표로 금융 안정을 두고 있는데,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아 금리 인하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며 그 이유로 금융 안정을 꼽았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을 통해 “최근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수도권 집값 상승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어 금리를 동결했다”고 언급했다.
8월 금통위 이후에도 가계부채 증가세는 여전하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68조6616억원으로 한 달 새 8조9115억원 늘었다.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이에 한은 금통위 내에서 대표적인 비둘기파(완화 선호)로 알려졌던 신성환 금통위원도 매파적(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았다.
신 위원은 지난달 잭슨홀 미팅 직후 “집값이 상승하는 극단적인 상황에선 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고 언급한 이후 지난 3일에도 “집값이 이미 버블 영역으로 들어갔다”며 “금융당국의 여러 조치가 실제 시장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보고 판단해야 하지만, 모든 정책이 효과가 없다면 다른 방법이 없지 않겠나”라며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금융시스템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은 낮지만, 과다한 부채 부담으로 인해 민간소비의 회복을 지연시키고 통화정책 등 경제정책 실행에 제약을 주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한국기업평가의 ‘가계부채, 관리 가능한가’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의 리스크 관리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기조하에 비교적 엄격하게 이뤄지고 있다.
다만 고금리와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해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2년 이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올해 들어 팬데믹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2020년 3분기 이후 100%를 상회하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90%대로 하락했지만, 여전히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임계수준(75~85%)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인하 가능할까…“가계부채 vs 내수가 주요 변수”
금융당국은 이달 들어 고강도의 대출 규제 방안을 내놓고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기 위해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강화하고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 가산금리를 더 높게 적용하며 대출한도를 조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주담대에 이어 신용대출까지 제2금융권으로 확대되는 풍선효과를 막기 위해 신용대출 규제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이 5년 고정형 주택담보대출의 금리를 상하단 모두 0.11% 올린 가운데 신한은행이 15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05% 올릴 예정이다. 사진은 서울 한 신한은행 입구에 부착된 주택도시기금 수탁은행 홍보 안내문.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이달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다면 한은의 10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정부 정책이 영향을 발휘해 가계부채 증가세가 억제될 경우, 10월 한은의 금리 결정이 더욱 용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세와 별개로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 인하가 시급하단 주장도 거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이달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고, 현재 내수가 상당히 안 좋다는 분위기가 형성된 상황이기 때문에 한은으로서는 10월에 금리를 인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금리 인하를 더 늦출 경우, 내수 부진에 대한 한은의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 효과를 확인하기까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당장 10월 금리를 인하할 수 없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세나 주택가격 상승세가 데이터를 통해 잡혔다는 게 확인되지 않는다면 10월에 금리를 인하하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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