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부진한 실적…1742억엔 적자
한달만 주가 46% 급락…美 기술주 여파
ARM 지분 90% 보유…AI 불안감 커져
소프트뱅크그룹이 기대에 못 미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전후 주가가 한달만에 거의 반토막이 나는 등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산하 투자펀드인 비전펀드를 통해 인공지능(AI) 분야 투자에 몰두한 가운데 최근 미국 기술주들의 급락이 이어지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된 것이 주된 요인으로 분석된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와중에도 소프트뱅크가 산하 반도체 기업인 암(ARM)을 통해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어 AI에 올인할 계획을 밝히면서 주가 변동성이 한동안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예상보다 부진한 2Q실적…"엔저 환차손으로 인한 것"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7일 소프트뱅크그룹은 올해 2분기(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에서 1742억8000만엔(약 1조631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앞서 블룸버그 등 시장 전문가 예상치는 10억엔 규모 흑자였지만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분기 2311억엔 흑자를 기록한 것과 달리 3개 분기만에 적자로 전환했다. 적자 폭은 전년동기에 기록한 4776억엔 대비로는 축소됐다.
산하 투자펀드인 비전펀드의 기술투자 부문은 순이익 19억엔을 기록해 흑자로 전환됐다. 비전펀드 기술투자 부문은 지난 1분기 575억3000만엔의 손실이 났었지만 2분기에는 보유 지분 기업들 일부에서 수익이 발생해 흑자가 났다고 소프트뱅크측은 설명했다. 이와함께 소프트뱅크는 최대 5000억엔 규모의 자사주 지분(6.8%)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비전펀드 기술투자 부문이 흑자로 전환됐음에도 소프트뱅크그룹이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비전펀드가 투자한 수백개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산하 반도체 기업인 ARM의 견조한 실적과 쿠팡 보유지분의 20% 상승 등은 긍정적이었지만 여전히 장부에 남아있는 수백개의 적자 스타트업들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달만에 46% 폭락한 주가…美 기술주 쇼크에 취약
예상보다 부진한 2분기 실적과 미국 대형 기술주들의 하락세 여파가 겹치면서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한달만에 46% 이상 빠지며 급락세를 보였다. 지난달 11일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는 주당 1만1920엔을 기록하며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난 5일 6400엔까지 급락했다. 이후에도 7000엔선에 머물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 주가가 한달 만에 큰 변동을 보인 이유는 AI 기술주 투자에 집중된 지분 자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영국 반도체기업 ARM 지분의 90.6%를 보유하고 있는데 해당 지분은 전체 투자자산 비중의 55%에 해당한다. 최근 ARM 주가가 미국 AI 관련 기술주들과 함께 폭락하면서 소프트뱅크그룹 주가도 직격탄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앞으로 AI 분야 투자에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 혼란 속에 AI 분야에 대한 전망은 불확실해졌다"며 "빅테크 부문의 타격은 한동안 지속될 것이며 특히 손 회장이 집중하고 있는 자회사인 ARM도 7월 최고점 이후 40% 하락한 여파가 컸다"고 평가했다.
"자체 AI 반도체로 데이터센터 건설계획"…엔비디아와 경쟁되나
소프트뱅크가 앞으로 ARM의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통해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AI 분야 투자를 더욱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이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AI 분야의 지속적인 수익성 가능 모델이 아직 불투명한데다 AI 반도체 시장의 선두주자인 엔비디아와의 경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앞서 지난 5월 ARM은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대체할 AI 반도체 칩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AI칩 사업부를 설립하고 2025년 가을께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소프트뱅크그룹이 막대한 초기개발 비용을 부담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프트뱅크의 실적 부담은 한층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ARM의 자체 AI칩 개발 사업은 손정의 회장의 AI 집중투자 전략과 맞닿아있다. 손 회장은 지난해 7월부터 총 10조엔(약 93조원)을 들여 소프트뱅크를 AI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손 회장은 2026년 초 데이터센터 건설을 목표로 로봇사업과 함께 전력산업까지 사업을 확대해 AI 전체 분야를 아우르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AI 분야 수익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손 회장의 AI 집중투자 전략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의 분석가인 마빈 로와 크리스 무켄스텀은 "최근에는 AI기업의 수익 창출 능력에 더 많은 초점이 맞춰지면서 AI 분야에 대한 과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며 "소프트뱅크의 AI 투자 전략은 실행 위험이 꽤 높은만큼 마냥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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