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인기 스포츠 협회에 돈이 쏟아지고 있다. 20억~40억원대던 골프협회 당기 순이익이 작년 그 10배에 달하는 241억원으로 급증했다.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는 올해 중계권료로 약 1000억원 거머쥐었다. KBO 리그 참여 구단 수가 지금과 같은 10구단 체제로 확립된 2015년 중계권료는 443억원이었다. 프로야구 구단은 적자라서 구단주인 기업들이 낸 돈으로 굴러간다는 시대가 올해 끝난다. 올해 모든 구단이 흑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 돈을 쏟아붓는 주체는 국내 OTT(Over The Top)업체들이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거대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바로 인기 스포츠다.
올해 한국프로야구는 사실상 중계권료 1000억원 시대를 열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올해 맺은 방송 중계권료 계약 금액은 990억원이다. KBO가 방송 중계권료 협상 등 마케팅을 담당하는 자회사 KBOP를 출범시킨 2002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그해 KBO가 KBS와 맺은 독점 중계권료는 77억원이었다. KBO 리그가 현행 10구단 체제로 확립된 2015년 중계권료 443억원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늘었다.
KBO는 제반비용과 야구 발전기금 적립액 일부를 제외한 중계권료의 약 90%를 10개 구단에 균등 배분한다. KBO 관계자는 올해 각 구단이 약 90억원을 배분받는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제출한 감사보고서를 보자. 지난해 10개 구단 중 7개 구단이 흑자를 냈다. 2022년 4곳에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올해 프로야구 방송 중계권료가 많이 오르면서 구단 살림살이는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중계권료는 지난해와 비교해 230억원 늘었다.
KBO는 지난 2월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와 3년간 1620억원, 연평균 540억원에 중계권 계약을 연장했다. 이어 4월에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업체 티빙을 보유한 CJ ENM과 3년간 총액 1350억원(연평균 450억원)에 유무선 중계 독점 계약을 맺었다. KBO가 지난해까지 통신·포털 컨소시엄(네이버·카카오·KT·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과 맺은 유무선 중계 계약은 5년간 총 1100억원, 연평균 220억원이었다. 유무선 중계권료가 230억원 늘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올해 10개 구단에 20억원 이상 중계권료가 추가 배분된다.
지난해 영업손실을 본 구단 3곳 중 2곳은 영업손실 규모가 20억원 미만이었다. 다시 말해 다른 영업 성과가 지난해와 동일하다면 늘어난 유무선 중계권료 덕분에 올해는 1개 구단을 제외한 모든 구단이 흑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 최대 적자를 기록한 구단은 KT 위즈를 운영하는 KT스포츠다. 109억3214만원 적자였다. 다만 KT스포츠의 경우 프로야구ㆍ프로농구ㆍe스포츠ㆍ사격ㆍ하키 5개 구단을 운영할 결과로 KT 위즈만 따지면 손실액이 줄어든다. 그래서 업계 관계자들은 KT 위즈도 올해 사실상 흑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말하자면 프로야구 모든 구단이 올해 처음으로 흑자를 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게다가 올해 프로야구는 역대 최다 관중 동원은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이미 900만명이 넘는 관객이 야구장을 찾았다. 관계자들은 1100만명에 가까운 관중이 입장한다고 보고 있다. 역대 최다 관중을 동원한 2017년의 840만688명을 훌쩍 넘어서는 수치다.
현재 추세가 유지되면 올해 관중은 지난해(810만326명)보다 약 25% 증가한다. 그만큼 입장권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최다 관중을 동원한 LG트윈스(120만2637명)의 입장 수입은 157억5883만원이었고 최소 관중을 기록한 NC 다이노스(55만7607명)의 입장 수입은 92억3078만원이었다.
1000억원 중계권료와 사상 첫 1000만 관중 동원 기대감에 올해 프로야구 구단들은 들떠있다. 물론 회계상 흑자가 실질적인 구단 운영 흑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국내 프로야구단은 키움 히어로즈를 제외하고는 모기업을 두고 있고, 이들 구단은 대개 광고비로 회계 처리되는 모기업의 지원에 상당히 의존하기 때문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모기업 지원으로 회계장부상으로는 손익분기점(똔똔)에 맞추는 편"이라며 "야구단 운영에 따른 수익이 많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지만 진정한 의미의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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