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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알쓸신잡]'매각 본격화' 11번가…토종 이커머스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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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출발한 이커머스 플랫폼
4년째 영업손실…알리·테무 C커머스 공세까지
FI투자 후 몸값, 2조7000억→5000억

국내 1세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플랫폼 11번가가 새 주인을 찾아 나섰습니다. 내달 중 인수후보자들을 상대로 투자설명서(IM)가 배포될 예정인데요. 매각에 성공한다면 2008년 SK텔레콤을 통해 출범한 뒤 16년 만에 SK그룹의 품을 떠나게 됩니다.


29일 M&A알쓸신잡은 시장에서 11번가의 몸값이 어떻게 평가되고 있는지, 유명 이커머스 업체가 매물로 나오게 된 배경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줄어든 기업가치에 콜옵션 행사 포기…최대주주 아닌 FI가 매각 주도
[이미지출처=11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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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매각은 11번가의 재무적투자자(FI)인 나인홀딩스컨소시엄이 주도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과 MG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 등이 구성한 컨소시엄으로 2018년 11번가에 5000억원(지분 18.18 %)을 투자했죠. SK텔레콤이 2021년 중간지주사 형태로 분할한 SK스퀘어 는 지분 80.26%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FI가 매각을 이끄는 배경부터 살펴보죠. 5년 전 SK스퀘어 측은 '5년 내 11번가 기업공개(IPO)'를 FI들에게 약속했습니다. 여기엔 조건이 몇개 달렸습니다. IPO가 불발되면 SK스퀘어는 나인홀딩스컨소시엄의 11번가 지분을 연 8% 이자율을 더해 전부 매수할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갖는 것, 그리고 이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으면 FI가 SK스퀘어의 11번가 지분까지 통째로 묶어 매도할 수 있는 권리(드래그얼롱)를 갖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바라던 IPO는 오지 않았습니다. 5년 전 투자 유치 당시 2조7000억원으로 평가되던 11번가의 기업가치는 '수익성 악화' 등 영향으로 2022년을 거치며 가격이 1조원 내외로 급락했죠. 결국 IPO 약속을 못 지킨 SK스퀘어는 콜옵션 행사까지 포기했습니다.


FI는 드래그얼롱을 통해 투자금 회수에 나설 방침입니다. 대주주 지분을 더하면 '경영권 프리미엄'이 추가로 붙어 매물 가격이 보다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매각 주관사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과 삼정KPMG가 맡고, 지난 2월 사모펀드 운용사(PE)와 유통사 등에 투자유인서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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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매각은 FI가 먼저 원금을 회수하는 워터폴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입니다. FI는 11번가의 몸값으로 약 5000억~6000억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상 투자원금을 건지는 수준인데요. FI나 SK스퀘어가 큰 욕심을 부리기 어려운 이유는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맞닥뜨린 현실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가격·배송 경쟁' 넘어 '고객 맞춤' 서비스로"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 이커머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고, 11번가는 G마켓, 옥션 등 다수의 업체와 경쟁하며 사업을 키워 왔습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지배적 포털사업자인 네이버와 신선식품 판매 및 물류 등 자체 시스템을 구축한 쿠팡이 양강구도를 형성하게 됐습니다. 박초화 대신증권 연구원은 "경쟁 커머스 사업자들은 네이버에서 제품 검색이 되기 위해 모든 상품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해야 했다"며 "또 쿠팡은 2014년부터 집중하기 시작한 직매입 사업과 자체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 사업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면서 사업을 키워나갔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1세대 이커머스 업체들은 기존의 경영방식에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11번가는 2022년 693억, 지난해 125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2020년 이후 4년째 적자입니다. 이재모 그로쓰리서치 연구원은 "코로나19 대유행 때 온라인 쇼핑 시장의 급성장에 따라 이커머스 플랫폼이 큰 수혜를 봤지만,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 증가율이 점차 하락하며 성장률도 둔화하는 추세"라고 짚었습니다.


알리익스프레스(알리)와 테무, 쉬인으로 대표되는 C커머스(중국 이커머스 업체)의 공세도 매섭습니다. 이 연구원은 "알리가 한국에 처음 진출한 시기는 2018년인데, 지난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투자를 늘리며 중국 특유의 저렴한 제품의 범위를 늘리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테무는 신규 앱 설치 고객에게 약 15만원의 쿠폰을 주거나, 룰렛에 당첨되면 26만원가량의 쿠폰을 주는 등 이미 초저가인 상품에 대해 대량의 할인 쿠폰을 뿌렸다"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아마존도 지난달부터 일정 금액 이상 주문 시 무료배송 등 혜택을 강조하며 한국 이커머스 시장의 문을 다시 두드리고 있죠.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알리와 테무 등은 국내에서 장기간 지속된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구도를 흔들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지난 3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쿠팡 3086만명, 알리 887만명, 테무 830만명, 11번가 740만명, G마켓 548만명 순이었다"며 "알리의 직구는 의류와 자동차·스포츠·레저 등에서 저가 우위를 앞세워 네이버를 위협 중이고, 로컬(마켓플레이스)은 수수료 제로 프로모션을 통해 생활용품·신선식품에서 강력한 한국 판매자들을 유입해 쿠팡과 경쟁 양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기존 이커머스 업체들은 수익성 확보와 체질 개선이라는 숙제를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이커머스에 투자한 유통 기업들은 적극적인 사업 활동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자 급격한 금리 상승이 시작된 2022년 2분기를 기점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고 무분별한 프로모션을 줄이는 등 생존을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며 "산업에서 최저가와 빠른 배송은 이미 너무나 당연해졌고 사업자 간 차별성이 사라지고 있다. 기업들은 가격이나 배송 경쟁보다는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양질의 서비스로 소비자를 묶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에 같은 이커머스 사업을 하는 국내외 대기업이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11번가를 탐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당장 적극적인 인수 후보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11번가는 자체적으로 매력적인 매물로 거듭나기 위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2차례에 걸쳐 희망퇴직 등 인력 효율화 작업을 단행했죠. 올해 1분기 영업손실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0% 줄였습니다. "치열한 경쟁환경 속에서 수익성 중심의 체질 개선을 적극 추진한 영향"이라고 11번가 관계자는 설명했는데요. 새로운 변화를 앞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11번가의 M&A가 어떤 파급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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