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현행 준연동형 유지
양당 독점 극복 유권자에 달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가 위성정당 규제가 없는 현행 준연동형 선거제를 토대로 위성정당을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위성정당 방지를 담은 연동형 선거제는 이재명 대표의 대선 공약이자 민주당의 당론이었다.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예전의 병립형으로 선회하더니 지난 5일 위성정당 연동형으로 가겠다고 민주당의 입장을 공식화했다. 개혁 대상으로 삼았던 현재의 제도를 대안으로 다시 내놓은 것이다. 병립형 선회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한 상황에서 연합정당으로 우군을 포섭하면서도 실리적인 연합비례 위성정당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 자신도 떳떳하지는 못한 모양이다. 위성정당이 불가피하다면서 사과했다. “칼 들고 덤비는데, 맨주먹으로 상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가 한때 지적했던 대로 위성정당이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왜곡시킨다는 사실은 그대로 남아 있다. 통합형 비례 정당으로 소수 세력을 포괄해 그들을 배려하는 것으로 일부 보완한다고 했다. 그러나 21대 총선에서 문제가 됐던 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도 그런 연합정당이었다. 우호적인 소수 세력과 연합해 그들에게 1~2석의 기회를 주는 게 양당 독과점체제의 극복은 아니다. 오히려 민주당 카르텔의 진영정치에 그들을 편입시키는 것일 뿐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아예 연동형을 반대하고 병립형을 고수하고 있다. 비례대표가 전체 국회의원 정수의 1/6에도 못 미치는 한국 상황에서 정당 비례투표 연동형은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꼴일 수 있다. 국민의힘은 연동형의 이런 제도적 문제를 반대 이유로 든다. 이보다는 국민의힘 주변에 우호적인 소수정당이 없어 양당 전략에 유용한 병립형을 고수하는 측면이 크다. 연동형으로 갈 경우엔 21대처럼 위성정당 전략으로 대응하겠다고 이미 준비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필두로 국민의힘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의 개혁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다수당인 민주당의 호응을 받지 못하고 정치개혁 의제에서 사라졌다.
선거제 개편은 다수당인 민주당이 주도권을 가졌다. ‘위성정당 금지 준연동형제’의 입법 실패가 국민의힘의 비협조 때문이었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민주당은 아홉 번이나 대통령의 거부권과 충돌할 정도로 여당의 반대에 개의치 않고 일방적 입법을 추진했다. 이 와중에도 선거제 개편 입법 시도는 없었다. 지난 21대 총선 당시 준연동형제를 채택할 때도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4+1세력이 국민의힘을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추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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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치의 많은 문제가 양당 독과점체제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공지의 사실이다. 극단의 진영정치도 이들 독점 세력이 만들고 있다. 양당이 정치 참여를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인이나 정치지망생들은 1번, 2번 정당에서 살아남으려고 줄서기도 비굴함도 마다하지 않는다. 정당 간에 경쟁하는 민주적 정당정치를 위해서도, 정당 내부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도 양당 독과점체제는 개혁해야 할 핵심적인 과제다.
문제는 양당 독과점체제의 해법을 당사자인 그들 기득권세력에 맡기고 있는 자가당착의 현실이다. 한때 정치개혁을 내세우는 것처럼 보였던 야당이 “선거는 자선사업이 아니다”며 권력 실리를 위해 개혁적 대의를 거침없이 벗어던지고 있다. 유권자들이 개혁적 대의에 손들어 준다면 그게 실리가 될 것이다. 결국 독과점체제의 극복을 위한 정치개혁의 동력은 유권자의 선택이자 심판에 달려 있다.
김만흠 한성대 석좌교수, 전 국회입법조사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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