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급여 100만원·1억지원금보다 '직장어린이집'이 먼저[K인구전략]
(34)현금지원 중심의 저출산 대책
현금지원은 소득 4분위 계층에만 효과
시간 걸려도 인프라 구축 우선 필요
직장 어린이집 의무 설치·수도권 과밀 해소 등으로 접근해야
"요긴하게 쓰긴 했는데,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경남 창원시에 사는 윤모씨(34·여)는 지난해 7월 딸을 낳으면서 교육계열 회사 인사담당직을 그만뒀다. 남편은 육아휴직을 쓸 형편이 아니었고, 이즈음 윤씨의 건강도 나빠지면서 내린 결정이다. 병원비와 분유·기저귀 값이 걱정됐지만 지난해엔 부모급여 월 70만원, 올 들어선 인상된 월 100만원으로 해결했다. 그러나 아이가 만 24개월이 돼 부모급여 지급이 끝난 후가 벌써 걱정이다. 앞으로 20년 가까이 나갈 아이 병원비, 유치원비, 학원비 모두 부담스럽다. 윤씨는 "부모들은 다 공감하겠지만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은 끝이 없다"며 "현금성 지원으로는 어느 부모도 만족할 수 없고 아이를 낳을 결심도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금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이어지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오히려 현금성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인프라 등 장기적인 해결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23 저출산 인식조사'에 따르면 육아휴직 및 근로시간 단축 등 일·가정 양립 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25.3%로 가장 많았다. 돌봄·의료 서비스 등 인프라 구축(18.2%)과 일자리 및 소득 확대(16.1%), 국민 인식 제고(14.6%)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다수였다. 현금성 지원이 필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9.5%에 불과했다.
불붙은 현금 경쟁…인프라는 ‘뒷전’
하지만 정부 지원은 현금과 주거 환경 해결 등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9월 저고위는 저출산 5대 핵심과제(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가족 친화 주거, 양육비 부담 경감, 건강)에 대한 올해 예산으로 15조4000억원이 편성됐다고 밝혔다. 예산안 가운데 가장 크게 차지하는 분야는 주거 부문으로 전년 대비 30.3% 늘어난 8조9732억원이 책정됐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으로 주택 구입 및 전세자금 융자 지원, 청약제도 개선 등 '내 집 마련'에 초점을 맞춘 셈이다. 그다음으로 많은 예산을 지출하는 부문은 양육비용 부담 경감으로 전년 대비 78.1% 증가한 2조8887억원이 배정됐다. 양육비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가 택한 방법은 부모의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신생아 1명당 지급하는 부모급여다. 올해부터 정부는 한 달에 70만원을 주던 부모급여를 100만원으로 올렸다.
저출산을 두고 경쟁이 불붙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도 대부분 현금성 지원에 그쳤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자체의 출산 지원 정책 1조809억원 가운데 7497억원이 현금성 지원에 쓰였다. 지난해 12월 인천시는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이라는 출산 대책까지 내놨다. 7살까지는 매년 120만원을 받을 수 있고 8~18살에는 월 15만원을 지급받는 등 성인이 될 때까지 약 1억원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러자 다른 지자체는 한술 더 떴다. 지난달 경남 거창군은 신생아의 생애주기 동안 1억10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저출산 해결 정책을 발표했다. 대학생 등록금 및 결혼축하금 등 성인이 된 후에도 현금 지원을 해 거창군에 정착하게끔 유도한다는 취지다.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인프라 구축에는 상대적으로 힘을 쏟지 않는 모양새다. 직장 어린이집 등 육아를 직접적으로 돕는 시설의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꾸준하지만, 관련 대책은 허술하다. 지난해 기준 직장 어린이집 설치 지원사업 예산은 전년 대비 57% 줄어든 133억5700만원이다. 2021년 기준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사업장 1486개소 가운데 1351개소가 의무를 이행하는 등 지원할 곳이 줄었다는 게 정부의 해명이다. 하지만 전체 영유아 가운데 직장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유아 비율은 4.9%에 그치고 있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근로자 500인 이상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데, 이 기준을 완화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3월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설치 의무 기준을 상시근로자 150인 이상으로 완화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여전히 보건복지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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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도 현금 지원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이 저고위로부터 제출받은 '저출산 정책 평가 및 핵심과제 선정 연구'에 따르면 정부의 출산지원금 정책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 상위 21~40%(4분위) 여성에서만 유의미하게 출산이 증가하는 효과가 나타났다. 나머지 소득 분위에서는 현금성 지원이 별다른 효과로 이어지지 않았다. 현금성 지원이 그나마 효과 있으려면 1000만원이 한 번에 지급돼야 하지만 현재 정부 정책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나뉘어 있고 지급 기간도 천차만별이라 체감도가 떨어졌다. 연구를 진행한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연구진은 "현금성 지원은 상대적 효과가 단기적으로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금과 같은 단기적인 지원보다는 사회 구조를 바꾸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수도권 과밀 현상, 과도한 경쟁 등 사회 병폐를 없애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며 "당장 가시적 성과를 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출산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K인구전략-양성평등이 답이다'
김필수 경제금융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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