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시니어도 소규모 창업·창직하는 시대
예전에는 은퇴 후 ‘여생’을 조용히 보내려 했다. 여생(餘生)이란 남은 인생이란 뜻이다. 일본 ‘시니어트렌드 2020’ 책에는 베이비붐 세대에게 ‘앞으로의 인생에서 자기 나름의 라이프스타일을 창조하고 싶습니까?’라고 물어본 결과가 나온다. 40대부터 60대까지의 88.2%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50대에서는 88.5%였고, 60대에서는 88.8%였다. 회사에서는 퇴직하더라도, 사회에서는 은퇴하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구체적인 활동 중 ‘창업’과 ‘창직’이 시니어 세대를 대상으로 뜨고 있다. ‘창직(創職:Job Creation)’은 해석이 다양하지만, 기존에 없던 직업이나 직종을 만들어내거나 기존 직업을 재설계하는 활동이다.
지난 주 내내, 시니어 창업 관련 통계와 창직 사례를 살펴볼 기회가 있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자는 2017년 573만명에서 2021년 555만명으로 줄었지만,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159만명에서 193만명으로 21.4%나 증가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2년 60세 이상 시니어 창업 사례가 12만건을 훌쩍 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음식점, 커피숍, 통닭집, 호프집과 같은 도소매업이나 음식점에 집중됐고, 폐업자 역시 늘었다고 했다. 사실 시니어창업은 ‘노후파산’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기도 하고, 이에 대한 우려와 반대의 목소리가 제법 크다.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워낙 많고, 업종이 한정적이어서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프랜차이즈 업종에서 창업하다 보면,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수많은 직업이 매년 사라지고 생겨난다지만, 창직 역시 젊은이들만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지 불안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BS 뉴스토리 '시니어창업 성공 조건은? 은퇴는 또 다른 시작'에서 찾은 시니어 4명의 사례는 달랐다. 집수리, 목공소, 뇌건강 매거진, 시각장애인용 도구 관련 창업과 창직이었다. 시니어 학습지를 만드는 창직의 경우, 직장 생활속에서 여성지를 만들던 노하우를 활용했다. 기존 경력과는 연관성이 없지만, 새로운 기술을 익히며 준비한 집수리 창업자의 경우, 낡은 집이 늘어나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 예측하고 시작한 것이다. 방송국에서 일했던 경험을 통해 3D기술을 활용한 시각장애인 미술교구를 만들고 보급하기도 했다. 5060세대인 이들은 각자 업의 분야가 달랐지만,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있었다. 옛날에 내가 뭐하던 사람이었는지 이런 생각을 다 버리고 하나씩 모두 배운다는 자세로, 초심자의 마음으로 임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창업과정마다 어려웠고, 디지털 활용 능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취약점이 있었다. 하지만, 창업비용이 적게 들고 꾸준한 수요가 있는 것을 선택했다. 또 지속적으로 배우고 몰랐던 것을 알아가는 것을 즐거워하며, 긴 안목으로 자신만의 일을 개척하는 데 보람과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무자본 창업으로 할 수 있다는 ‘시니어 창직’도 관심이 커지는 분야이다. 반려동물 장의사, 아름다운 길 연구가, 노인 스포츠전문가, 우리술 스토리텔러, 도시농업가, 디지털 장의사, 태블릿 화가 등 생소한 직업들이 다양하다. 창의경영연구소 조관일씨가 대표적이다. 70대에 유튜버가 되기로 결심하고 서점을 찾아 관련된 책들을 섭렵하고 직접 홍보용 썸네일 문구를 연구하고 채널을 키웠다. 현재는 22만명 구독자가 있는 인기 유튜버가 되었다. 국내 1호 ‘시니어 플래너’로 노년층의 미래 설계 자격과정을 만든 조연미씨도 있다. 시니어의 정서적인 안정을 지원하기 위해 산림 치유와 연계된 활동을 한다. 이밖에도 오래 가꿔온 취미인 뜨개질, 식물, 돌(수석)로 무료 강의를 시작해 ‘강사’ 자리를 만들고, ‘지식 농부’가 되기도 하며, 해당 분야의 책을 써서 작가가 되기도 한다. 이들은 스스로 ‘직업명’을 만들고, 개인 역량을 분석한다. 이때 기존의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퇴직 후 정말 즐길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창직/창업 커리어 로드맵을 그린다. ‘돈’만 쫓는 창업은 재미도 덜하고 노하우도 부족해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은퇴의 무게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지만, 이후의 삶은 (정말) 길다. 노후 설계 전문가 강창희 대표가 ‘퇴직 후 31년’의 의미를 계산했다. 평균 퇴직 연령 51세, 기대수명 82세 가량이라고 기간을 가정하면, 퇴직 후 하루 여유시간 11시간에 1년 365일을 곱하면, 12만4465시간이 나온다. 직장 생활자의 연평균 근로시간은 1967시간이다. 즉, 퇴직 후 31년은 느낌상으로 현역 시절의 63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운이 좋거나 정년이 보장되는 직장을 다녀서 60대에 은퇴해, 10년 남짓 기간을 계산하면 4만여 시간, 현역 시절의 20년 가량이 남는다. 자유를 만끽하며 신나게 놀고, 건강을 돌보는 일을 하더라도 절대 짧지 않은 시간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으로 ‘시니어 쓰나미’란 말이 생겼다. 인생3막을 위해 재취업, 창업과 창직을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기는 시니어들이 늘었다. 물론 그만큼 실패하거나 좌절하는 사례도 많아져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앞으로의 삶은 자녀에게 의존하기도, 정부가 해결해주기도 어려운 구조가 돼가고 있다. 긍정적인 것은 요즘 60대는 청년 못지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성공하거나 실패할 확률은 나이와는 무관하다. 배우고, 나누고,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꾸준히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 점이 '평생 현역'으로 사는 삶의 핵심이다. ‘젊은이도 동경하는 시니어의 미래를 만드는 방향으로 전진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고유가 지원금 받아도 1인당 30만원 또 준다…18일...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