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이 된 대통령…한남동 주민들 ‘기대반 우려반’
지난 7일 한남동 관저로 이사한 尹 대통령 부부
"경호 인력 늘어나 안전해지지 않을까 기대"
"이태원 참사 추스르지 못했는데…부적절한 시기"
지난 7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새로 이사 오기로 한 서울 한남동 관저 인근 동네는 조용했다. 원래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이라 직장인 3~4명만 걸어 다녔다. 카페나 편의점에도 사람은 없어 가게 업주나 아르바이트생은 창밖을 보거나 휴대전화로 영상을 시청했다. 하지만 새로운 대통령 관저에 가까워질수록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 사복을 입고 새로운 관저를 경호하는 경찰들이었다. 이들은 조용히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계속 훑어봤다.
8일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윤 대통령 부부는 한남동 관저 입주 절차를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의 출퇴근은 취임 6개월 만에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저에서 한남동 관저로 바뀌었다. 과거 10분 정도 걸렸던 출퇴근 시간도 5분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기존 청와대에서 용산에 위치한 국방부 청사로 대통령실을 이전했다. 이와 함께 대통령실과 위치가 가까운 기존 외교부 장관 공관을 새 대통령 관저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공사는 지난 7월 마무리됐지만 경호 및 보안시설 등을 보완하면서 입주가 늦어졌다.
대통령이 새로운 이웃이 된 것에 대해 인근 주민들은 대체로 차분했다. 4개월 전부터 이사를 준비했기에 이사를 마무리했다는 말에 놀라지 않았다. 다만 대통령 관저를 옮기는 결정을 두고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으로서 충분히 관저를 옮길 수 있다며 이를 반기는가 하면 필요 없는 예산낭비라고 손사래 치는 주민도 있었다.
이모씨(45)는 "경호 인력이 늘어나 오히려 이 일대가 안전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기습 시위 등으로 시끄러워질 수도 있지만 이곳 사람들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관저 이동에 대해 비판하기보다는 국가 안정을 위해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30년째 한남동에 위치한 주거촌을 경비한 김모씨(72)는 "대통령이 이웃으로 오는 것에 대해 주민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며 "청와대 개방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도 좋은데 이와 관련된 관저 이사도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관저 이사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향후 한남동 일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최미순씨(59)는 "주변에 초등학교도 있는데 아이들이 집회 및 시위 등 정치적 행위에 노출될까 걱정이다"며 "대통령이 이웃으로 온다는 것을 겪어보지 않아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예상조차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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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모씨(76)는 "대통령 관저에서 20분만 걸어가면 이태원 참사 현장이다"며 "추모 기간이 끝나자마자 이사를 마무리하는 모양새다. 아직 추스르지 못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 이를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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