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 야당 대표가 따릉이를 타고 국회에 첫 출근하던 모습은 이번 대선의 주인공이 이준석이 될 것임을 예고하는 장면이었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윤석열이 최종 후보가 됐든 홍준표가 됐든 상관없이 말이다. 상대편 후보가 이재명이나 이낙연 중 누가 됐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내로남불의 늪에 빠진 집권 여당, 적폐와 기득권 이미지가 여전한 제1 야당, 어느 쪽 후보에게도 선뜻 표를 주기 어렵다는 여론은 절반에 육박한다. 우리는 이들을 ‘중도층’이나 ‘무당층’ 같은 용어로 지칭하는데, 그들 중 상당수가 2030 청년 세대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대표의 신선한 등장은 젊은 중도층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줬고 정권교체 여론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단추는 어디서부터 잘못 꿰어진 것일까. 지난달 28~29일 본지 의뢰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정권재창출 여론은 34.5%였다. 정권을 재창출하려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돼야 하는데 그의 지지율은 32.8%다.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 이재명으로의 정권재창출에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를 원하는 여론은 38.1%다. 그 당의 대선후보가 받는 지지율은 25.4%에 불과하다. 나머지 12.7%는 국민의힘 집권을 원하면서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모순된 상황에 빠져 있다.
이 현상은 서술한 것처럼 20대에서 더 강력히 나타난다. 20대의 ‘정권교체 여론’은 32.4%인데 윤 후보 지지율은 10.0%일 뿐이다. 대신 지지후보가 없거나 모른다는 답이 47.8%에 달한다(자세한 조사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30 세대의 변심이 윤 후보 지지율 하락의 상당 부분을 설명한다는 분석은 지배적이다.
윤 후보가 정권교체를 원하는 이들을 부동층 한 구석으로 내몰아버린 이유는 무엇일까. 시간이 갈수록 ‘준비 덜 된 후보’라는 이미지를 노출한 게 원인일 수 있다. 다소 거친 언행, 반복되는 실언도 영향을 줬을 것이다. 선거에서 발을 빼겠다고 선언한 이준석 대표를 향해 ‘그게 민주주의’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해 상황을 악화시킨 것도 큰 실책이다. 그러나 그를 정치판으로 내몬 내로남불이라는 덫에 본인 스스로 걸려든 게 핵심으로 보인다. 경력 전반이 허위로 점철된 부인을 감싸고 도는 듯한 모습은 결정타가 됐다. "윤석열, 당신 가족에게도 조국 가족과 같은 잣대를 들이대야 하는 것 아니오"라고 사람들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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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쓸 수 없게 떨어지는 지지율에 놀란 국민의힘이 선거대책위원회 해체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주변 조직을 바꿈으로써 윤 후보가 뒤집어 쓴 내로남불 이미지를 얼마나 희석시킬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후보 교체론을 현실로 상상하지 않는다면, 그것 외 뾰족한 방법은 없어 보인다. 윤 후보 스스로 변하는 것이 우선이겠으나 후보의 말과 동선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현 선대위(혹은 윤핵관) 체제로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는 사실은 비교적 명확해졌다.
결국 보수의 집권이냐 자멸이냐는 2030 세대의 마음을 돌릴 유일한 카드인 이준석에게 달린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젊은 당 대표에게 휘둘리기 싫다는 자존심 혹은 부채의식을 안고 출발하는 대통령이 되기 싫다는 고집을 꺾어야 살 수 있다. 납득 가능한 방식으로 이준석의 복귀를 추진하는 건 윤석열호(號)를 되살릴 한 줄기 희망이 될 것이다. 정권교체 요구는 식고 있지만 재창출 여론보다는 여전히 높다. 이마저 역전된 이후엔 너무 늦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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