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2년8개월째 입법공백…"의료비용 부담"
임신중절 경험자 78% "금액 부담된다"
온·오프 의약품 구입해 셀프 낙태까지
대체입법 부재로 여성 건강 위협
2일 서울 종로경찰서 앞에서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 주최로 '여성의 입에 재갈 물리는 경찰 규탄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모낙폐는 낙태죄 기자회견을 연 공동집행위원장단에 집시법 위반 혐의로 출석을 요구한 경찰을 규탄하며 낙태죄 완전 폐지, 성과 재생산의 권리 보장을 주장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임신중절(낙태)의 입법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나온지 2년 8개월이 지났지만 정부가 마련한 대체입법도 시한을 넘겨 합법도 불법도 아닌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정부가 임신중단 약물 도입 위한 허가나 심사를 신속히 처리하겠다고 밝혔지만 뚜렷한 결과물은 없다. 지난해 7월 현대약품이 식약처에 먹는 임신중절약인 ‘미프지미소’ 품목 허가를 신청했지만 산부인과 의사들과 종교계 등의 반발로 현재까지 허가가 나오지 못했다.
제반 여건들로 인해 임신중절을 해야하는 여성들은 온·오프라인으로 불법 의약품을 구입해 셀프로 낙태를 감행하고 있다.
입법 공백 상태는 의료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여성정책연구원이 5년 내 임신 중단 경험자 60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임신중단 과정에서 지출한 의료비용(수술·약물 포함) 부담이 된다는 답변이 77.9%였다. 매우 부담된다는 답변은 임신중단 시기가 2020~2021년인 응답자들에게서 41.4%에 달했다. 2회 이상 임신중단 경험자가 지출한 의료비용을 첫 임신중단 시기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는 답변이 40%에 달했다.
임신중단 수술 비용은 평균 60만~80만원으로 추정되나 임신 중단 연도가 최근일수록 80만~100만원이라고 답한 비율은 2016~2017년 경험자(15.6%)보다 2021년 경험자(40.0%)가 더 많았다.
임신사실을 인지한 시기는 평균 5.65주, 임신중단 시기는 평균 7.08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1주일 이상 소요된 이유는 임신중단 수술이 가능한 의료기관 정보가 부족해서(34.7%), 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해서(31.7%), 의료기관에서 임신중단을 할 수 없다고 해서(18.3%), 임신중단 비용이 없거나 부족해서(17.8%), 주변 시선이 부담돼서(12.4%) 순으로 높았다. 산부인과를 어렵게 찾아가도 의사의 신념을 이유로 시술을 거부하기도 하며 1차병원은 대체로 7주 이내인 경우만 시술을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임신중단을 경험한 여성 76%는 임신중단수술이나 약물방법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비를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정하지 못하도록 일괄 건보 적용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73.4%에 달했다.
대체입법 부재가 길어질수록 여성들은 안전한 임신중절과 멀어지고 있다. 기존 법률 개정이나 새로운 성·재생산건강기본법 등 대체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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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동안 낙태죄로 인해 임신중단이 범죄로 규정되면서 음성적으로 이뤄졌고 여성들이 지불 가능한 곳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아야하는 상황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동일한 상황"이라며 "임신중단 수술비용을 의료기관이 자율적으로 책정하면서 지역, 대상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며 청소년 등 젊은층과 저소득층에서 의료비 부담이 더 커지고 있다. 의료접근 제고를 위해 약물을 포함한 모든 의료용을 건강보험에 적용해 보편적 공공의료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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