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더 원했다" 70명 성착취…미성년자 노린 SNS '노예 놀이'
'노예 놀이' 빌미로 아동에 접근…영상 전송 받아
디지털 아동 성착취, 지난 2년간 2배 이상 늘어나
전문가 "미성년자 성착취 방지센터 구축해야"
미성년자를 성추행하고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최찬욱(26)이 지난 6월24일 오전 대전 서구 둔산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강요나 협박은 전혀 없었다. 오히려 '노예'들이 더 강한 것을 원했다."
미성년자 남학생 70여명을 성착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최찬욱(26) 씨 측이 법원에서 한 말이다. 최 씨는 약 5년에 걸쳐 수십개에 달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아동에게 접근, 성착취 영상을 전송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SNS가 디지털 성착취의 창구로 악용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노예 놀이'를 하자며 미성년자들에게 접근해 사진·영상 등을 받은 뒤, 이를 이용해 협박하는 방식이다. 전문가는 디지털 성착취로부터 미성년자를 보호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박헌행)는 최근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아동복지법 위반, 상습 미성년자 의제유사강간, 촬영물 등 이용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최 씨에 대한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최 씨 측은 남학생들을 강제로 성착취한 혐의를 부인하면서 "노예-주인 플레이 놀이를 하면서 오히려 노예(피해자)들이 더 강한 것을 원했다. 영상을 촬영해 보내라는 말을 하긴 했지만 놀이의 일환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이 과정에서 주인 역할을 충실히 하라는 강요를 받았다. 다만 피해자 모두에 대한 것은 아니고, 특정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부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강제 추행 및 성폭행을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피해자를 특정하기 어렵지만, 재판 과정에서 특정된다면 인정 여부를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씨는 지난 2016년부터 올해 4월까지 약 5년 동안 총 30개의 SNS 계정을 이용, 70여명에 이르는 피해 아동들에게 접근해 성착취 영상을 전송받은 혐의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최 씨는 축구감독·여성·아동 등을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또 최 씨는 16세 미만 피해 아동 2명을 실제로 만나 5회에 걸쳐 유사성폭행을 하고, 다른 1명을 3회에 걸쳐 강제추행한 혐의도 받는다.
최 씨는 일부 SNS 이용자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소위 '노예 놀이'를 이용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노예 놀이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성행위를 하는 듯한 몸동작을 지시하면, 명령에 따르는 방식이다.
앞서 지난해 초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 돈을 받고 유포한 이른바 'n번방 사건' 또한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씨가 구속 기소된 이후로도 여러 SNS에서는 노예 놀이 대상을 찾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아시아경제가 8일 특정 SNS 검색창에 '노예 놀이'를 검색하자, 관련 게시글이 수십개 이상 나왔다. 한 게시글을 쓴 누리꾼은 자신을 미성년자로 소개하며 금전을 대가로 노예 놀이를 해주겠다고 홍보했다.
SNS 등 온라인 공간을 통한 디지털 성착취 피해는 매년 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올해 공개한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 추세와 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집계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아동 ·소년은 총 505명으로, 전년(251명) 대비 무려 2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는 미성년자를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전담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혜원 경기도 가족여성연구원 연구위원은 '온라인 그루밍 성범죄와 아동·청소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국형 온라인 미성년자 성착취 방지 센터를 조성해야 한다"라며 "아동과 청소년은 성착취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위기에 처했더라도 위험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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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연구위원은 영국 등 선진국에는 아동 대상 온라인 성범죄 전담기구와 관련 신고 시스템이 이미 구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동·청소년과 부모들이 쉽게 (성범죄를)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관건"이라며 "또 전문가 교육을 통해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착취 범죄에 대해 교육을 하고, 대응 방법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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