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청소년 게임셧다운제, 의도가 아닌 결과로 평가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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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을 결과가 아닌 의도로 평가하는 것은 큰 실수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이 한 말이다. 그가 복지정책이나 시장규제와 같은 좋은 의도로 시행한 정책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발휘하는 사례를 분석하면서 내 놓은 결론이다.


20세기 초반 미국에서 시행한 금주법은 여성계와 종교계가 앞장선 선의의 대표적인 정책이다. 술로 인한 범죄와 생산성 손실 등 폐해를 막아 가정의 평화와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 대표적인 실패 정책의 표본이 됐다.

술의 제조와 유통을 막자 술을 마시는 사람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몰래 마시는 사람들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들에게 술을 공급하는 범죄조직 마피아들이 득세를 하게 됐다. 금주법이 시행되면서 기대했던 범죄율은 오히려 24%가 증가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기록에 의하면 금주법시행기간이던 1930년에 약 50만명이 알코올 관련 범죄로 교도소에 수감됐는데 이것은 금주법 시행 전 기소된 전체 범죄의 8배나 많은 수치였다고 한다. 또 금주법 시행 기간에 매년 평균 250명의 경찰이 사망하면서 가장 높은 경찰사망율을 보이기도 했다.


금주법으로 술을 마시는 사람이 늘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 보면 더 이른 나이에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음주 여성의 수는 실제로 증가하는 역효과가 있었다고 ‘금주법의 역사’란 책에서 기록하고 있다. 이런 일을 경험한 후 금주법은 1933년 폐지된다. 그럼 술을 합법적으로 더 많이 마셔서 문제가 커졌을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반대의 정책들도 있다. 언뜻보기에 위험해보이는 정책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가져온 사례들 말이다. 예를 들면, 네덜란드 교통공학자 한스 몬더만(Hans Monderman)은 흰줄로 그어진 건널목 표시와 도로 표지판, 신호등을 제거해서 심각한 교통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대담한 가설을 선보였다. 논리는 간단하다. 운전자에게 불확실성을 주입하면 이들이 더 조심하고 속도를 더 줄일 것이라는 가설이었다.


이런 가설들이 다양한 나라에서 실험이 됐다. 예를 들면 2004년 영국의 한 도시에서 도로의 흰선을 전부 지웠더니 교통사고가 3분의 1 감소했고, 속도는 평균 5% 줄어드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런 효과들은 우리 주변에서도 관찰할 수 있다. 반듯한 도로 대신 구불구불한 도로를 만든 아파트 단지나 학교 앞 차선을 지그재그로 만든 것은 불확실성을 높여 안전을 추구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역발상 정책의 산물인 것이다.


요즘 게임셧다운제의 폐지 논의가 활발하다. 청소년의 수면권 보호와 게임중독예방이라는 선의로 시작된지 10년 가까이 흘렀지만 목적한 뚜렷한 정책성과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건전한 게임의 대명사 마인크래프트 19금 게임화처럼 글로벌 트렌드에서 고립되는 부작용이 현실화되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모든 선의가 다 잘못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선의를 갖고 있다고 해서 결과를 살펴보지도 않고 강행하는 것은 눈을 가리고 운전을 하는 것만큼 위험하고, 무모한 행위라는 것이 역사적인 사례를 통해 수없이 검증됐다. 무모한 선의는 선의가 아니다. 청소년 게임셧다운제가 독선은 아니었는지 국회에서 면밀히 검토할 수 있는 성찰의 기회로 활용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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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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