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100일… 존폐 위기 벗었지만 떨어진 신뢰도
헌법소원 위기 탈출… 수사기관 이견 조율·부족한 수사력 등 내부 시스템 정비 시급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지난 1월21일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0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아직 정원도 채우지 못한데다 수사기관 사이의 사건 이첩 조항이 조율되지 않아 사실상 공수처로 넘어온 모든 사건이 예민한 상황을 맞고 있다. 공수처는 조만간 1호 수사 공개 착수 등을 계기로 국면 전환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출범 100일을 하루 앞둔 29일, 헌법재판소는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한 개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각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7명으로 구성되는 공수처장후보추천위의 의결 정족수를 기존 6명에서 '3분의 2'인 5명으로 줄여 의결 요건을 완화한 개정법안을 통과시킨데 따른 판단이다.
이날 헌재가 "공수처장 후보 추천과 관련된 조항은 교섭단체가 국가기관의 구성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에 관한 것일 뿐 청구인의 법적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기본권침해 가능성이 인정되지 않아 청구가 부적법하다"고 지적하면서 공수처는 두 번째 존폐 위기를 넘기게 됐다.
앞서 헌재는 지난 1월 공수처법의 위헌성을 지적한 헌법소원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지난해 2월 청구한 헌법소원으로 정부에서 독립된 기구를 표방한 공수처는 권력분립원칙에 반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었다.
위기는 넘겼지만 본격적인 활동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공수처의 수사권 행사 방향을 담은 사건사무 규칙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탓이 크다. 앞서 공수처는 사건사무 규칙 초안에 판·검사와 경찰 고위간부 범죄에 대해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켜 검찰과 충돌을 빚은 바 있다.
실제 수원지검 '김학의 위법 출국금지' 수사팀과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관련 사건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수사·기소권을 놓고 첨예한 입장차를 보였다. 검찰로부터 넘어온 사건에 김 처장은 '유보부 이첩' 선택을 내렸지만 수사팀은 공수처는 더 이상 수사·기소권을 행사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이 과정에서 이 지검장에 대한 특혜 논란도 여전하다. 이 지검장의 공수처 방문시 김 처장의 관용차를 사용한 게 문제가 됐다. 공수처는 뒷문이 열리지 않는 피의자 호송용 외 처장 차량을 제공했다는 취지로 진화에 나섰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져 결국 관계자들이 고발되는 상황까지 맞았다.
수사력 역시 불안 요소로 꼽힌다. 정원 23명인 검사는 13명, 정원 30명인 수사관은 20명만 선발하는데 그쳤다. 게다가 검사 13명 중 8명이 로펌 출신으로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은 4명에 불과하다. 이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김 처장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언급하며 "무학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 출신을 포함한 13명이 세상을 바꾸지 않았는가"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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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에서는 공수처가 조만간 1호 수사 공개를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공수처는 검사 13명을 2개팀으로 나눠 접수된 고소·고발 사건을 검토 중이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성급한 수사에 나서기보다는 사건사무 규칙이나, 인력 충원 등 내부 시스템부터 정비하는 게 우선일 수도 있다"며 "1호 수사가 사실상 공수처의 향후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요인인 만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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