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산책] 무자기 카페 - 순백의 예술 일상을 담다
예술은 삶의 현장과 거리가 먼, 일상의 건너편에 있는 그 무엇일까.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이자 동시에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 심 작가가 디자인하고 제작한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이기도 하다.
어쩌면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을 심 작가가 사람들에게 개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해방촌 ‘무자기 카페’
도자기 브랜드 ‘무자기’ 공방 + 카페 + 갤러리 접목
작가가 만든 작품에 커피와 디저트 즐길 수 있어
한옥 인테리어와 어우러진 통유리 ‘남산 뷰’는 덤
"도자는 생활에 밀접한 예술… 더 많이 애용했으면"
서울 용산구 해방촌에 위치한 '무자기 카페' 내부 전경. 다양한 종류의 도자기들이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다. /사진=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아시아경제 강주희 기자] 예술은 삶의 현장과 거리가 먼, 일상의 건너편에 있는 그 무엇일까. 문외한이라면 쉽게 그렇게 단정하고 만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예술을 이해하기 어렵고 고차원적인 것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예술이 우리의 삶과 동떨어진 무엇이라면, 많은 예술 작품이 사람들에게 깨달음과 감동을 주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니 사실 예술은 특별하고 독특한 영역이나 경험이 아닌, 지극히 일상적인 공간과 사물과 친숙하다고 봐야 한다.
일상과 예술이 공존하는 공간들이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라 볼 수 있다. ‘도예’와 ‘카페’를 접목한 공간인 ‘무자기 카페’ 역시 그런 맥락과 맞닿는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이곳은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조합인 도자기와 카페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해방촌 언덕을 올라 골목골목의 작은 가게를 지나치다 보면 무자기 카페가 위치한 회색 벽돌 건물에 닿게 된다. 1층 문을 열고 들어서면 잔잔한 음악 소리와 함께 정갈하게 진열된 도자기들이 손님들을 반긴다. 은은한 커피 향이 가득한 공간은 목재로 이뤄진 인테리어와 어우러져 차분한 느낌을 준다. 통유리 창가 쪽 좌석에 앉아 남산타워가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을 바라보면 생각의 회로를 잠시 멈춘 채 사색에 잠기고 싶어진다.
카페의 한편엔 도자기 브랜드인 ‘무자기’의 공방이 자리하고 있다. 도예를 전공한 심보근 작가는 2018년 무자기 스튜디오를 세운 뒤 지난해 2월부턴 카페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공방 겸 카페답게 선반에는 무자기의 그릇과 컵, 접시 등 심 작가가 작업한 작품들이 곳곳을 채우고 있다. 손님들은 이곳에서 심 작가가 만든 컵과 그릇 등에 담겨 나온 커피와 디저트도 즐길 수 있다.
도자기를 만드는 공방이자 동시에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 심 작가가 디자인하고 제작한 도자기를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이기도 하다. 어쩌면 예술가에게 가장 중요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을 심 작가가 사람들에게 개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심 작가는 "도자 문화를 많은 사람에게 알리기 위함"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편의성을 위해 잘 깨지지 않는 코렐 그릇, 플라스틱 그릇을 많이 사용하고 저도 그런 시대에서 자라왔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이 생각보다 도자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에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며 "문화를 가장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경험’이라고 생각해 사람들이 도자기를 직접 이용해 볼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심 작가가 도자기의 매력에 빠진 것은 ‘생활에 밀접해 있는 예술’이어서다. 그는 "도자기는 가만히 두면 하나의 오브제가 되기도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음식을 먹으면서 자주 접하게 된다"며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면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예술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자기’라는 이름에는 심 작가의 작품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 ‘일부러 꾸미거나 뜻을 더하지 아니함’을 뜻하는 ‘무작위’라는 단어에서 착안한 것이자, 어디에나 어울리고 편안한 느낌을 주는 무자기 그릇들의 특성과도 뜻이 잘 통한다는 점을 강조해보자는 뜻이다. 그는 특히 무자기의 매력으로 한국적 요소가 깃들어 있는 점을 꼽았다. 그는 "우리의 그릇을 사람들이 왜 써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했으면 한다"며 "우리나라의 지역적 먹거리와 조화를 이루는 고유의 특성을 살린 도자 문화를 이어간다는 점이 기성 제품과 차별을 만들어 내는 지점"이라고 설명했다.
무자기 카페는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기를 끈다. 심 작가는 "바쁜 일상에서 탈피해 찬찬히 작품을 감상하는 분위기를 제공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업장 안에 카페를 만들었는데, 광고 카피처럼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원하는 이들이 이곳을 자주 방문한다"고 전했다.
심 작가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수익률에 신경을 쓰는 대신 찾는 이들이 마음 편하게 애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을 쏟는 편이다. 그런 자신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등에서 무자기 그릇을 판매하며 얻는 수익에서 기반한다. 카페라는 자그마한 플랫폼은 찾는 이들에게 작업하기 좋은 공간이면서 동시에 도자기를 홍보할 수 있는 역할을 함으로써 그의 무자기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의 취지로 볼 수 있다. 카페와 공방이 어우러지는 선순환 구조랄까.
심 작가는 앞으로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겸비한 도자를 더 많은 이가 애용할 수 있게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쉽게 찾을 수 있는 주위의 어지간한 음식점에서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제품을 많이 사용하는 편이라는 현실부터 바꿔보자는 생각이다. 사실 음식점에 종사하지 않는 사람들도 이가 살짝 나간 그릇에 대해 예민하게 생각하거나, 무겁다는 느낌 때문에 멀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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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어떤 나라를 가도 저렴한 음식마저 도자기 그릇에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한 끼 식사를 할 때 그만큼 정성과 공을 들인다는 뜻을 담으려고 그런 것 아닐까"라며 도자의 전통이 깊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깊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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