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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왜 사냐 ㅋㅋ" 기자가 '끔찍한 학폭' 당해보니 [한승곤의 사건수첩]

최종수정 2021.02.19 14:40 기사입력 2021.02.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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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피해 경험 앱 '사이버폭력 백신' 통해 '왕따' 겪어보니 '억울하고 분통'
가해 학생들, 카톡 무차별 초대하고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욕설
카톡방 나가면 다시 초대 끝없는 '카톡 감옥'
SNS에 가해 사진 공개하고 줄줄이 악플…인간 이하 취급
실제 피해 학생이 받는 고통 상상조차 어려워 '끔찍한 학폭' 끝내야

사진은 실제 괴롭힘 상황이 아닌 `학폭` 피해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앱을 통한 피해 상황. 해당 앱을 통해 실제 피해 학생들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진=사이버폭력 백신 앱 캡처.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사진은 실제 괴롭힘 상황이 아닌 `학폭` 피해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앱을 통한 피해 상황. 해당 앱을 통해 실제 피해 학생들이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사진=사이버폭력 백신 앱 캡처.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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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까톡! 까톡!' , "야 쓰레기야 ㅋㅋ" , "니네 부모 XX" , "아직도 안죽었냐 ㅋㅋ"


최근 배구선수 이다영·재영 쌍둥이 자매의 과거 학교폭력(학폭) 사실이 드러나면서 경찰, 소방, 일반인을 가리지 않고 '나도 당했다, 고발한다' 식의 이른바 '학폭 미투'가 사회적으로 크게 번지고 있다. 이 같은 학폭은 최근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려 비대면인 상황에서도 더 잔혹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사이버불링'이라 불리는 이 학폭은 카카오톡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더 은밀하고 잔혹하게 그리고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다. 사이버불링은 가상공간을 뜻하는 사이버(cyber)와 집단 따돌림을 뜻하는 불링(bullying)의 합성어다. 학폭이 만들어낸 잔혹한 용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19일 오전 기자가 직접 '사이버불링' 피해를 경험할 수 있는 앱(사이버폭력 백신)을 이용해, 끔찍한 학폭을 당해보니 울분과 분노 등 감정이 뒤섞이며 자존감 하락으로 이어졌다. 직접 괴롭힘을 당해보니 실제 피해자들이 겪었을 아픔은 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고통일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해당 앱에 접속하자 바로 중학생 '민지'에게 전화가 왔다. 그치지 않고 울리는 이 전화를 받지 않자, 내 동의를 받지 않고 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초대됐다. 이어 원색적 욕설과 끊임없는 언어폭력이 이어졌다.

가해자들은 "야 씨X", "대답 바로 안하냐", 요즘 안 괴롭혔더니 미친X이 X나 나댐" , "아 X나 짜증날라하네 씨X", "혼자 죽지마라 우리가 죽여줄테니까 ㅋㅋㅋ" 등 그야말로 숨 쉴 틈 없이 지속해서 집단 괴롭힘이 이어졌다.


가해자들은 이어 가해 과정에서 촬영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무차별로 올리고 조롱성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가해자들은 "ㅋㅋㅋㅋ신선하다" , "불쌍해 ㅠㅠ" 등 한 사람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았다. 심지어 무릎을 꿇리게 하고 "짖어봐"라고 하는 등 인격 모욕은 물론 한 인간의 자존감을 박살 내기 충분한 집단 괴롭힘을 이어갔다.


가해자들이 인격 모욕성 댓글을 달자 학폭과 관계 없는 학생들로 보이는 또래 친구들도 가해 학생들의 눈치가 보여 악성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소수의 학폭이 반 전체로 이어지고 심지어 아예 다른 학교 학생들로 보이는 친구들까지 이 학폭에 동참하는 그야말로 생지옥이 펼쳐졌다. 무릎을 꿇고 가해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내 모습은 온라인이라는 사이버 환경을 통해 이곳 저곳에 퍼날라지기에 충분했다.


가상 현실 속 피해 학생은 또래 학생들 앞에서 무릎을 꿇거나 따돌림을 당해 화장실에서 혼자 끼니를 때우고 있다. 사진=사이버폭력 백신 앱 캡처.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가상 현실 속 피해 학생은 또래 학생들 앞에서 무릎을 꿇거나 따돌림을 당해 화장실에서 혼자 끼니를 때우고 있다. 사진=사이버폭력 백신 앱 캡처.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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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끝이 아니였다. 잔혹한 괴롭힘에 이어 또다시 한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 초대한 가해자들은 또다시 "야 아직 안죽었냐 ㅋㅋ" , "아직도 살아있냐ㅋㅋ"라며 사실상 극단적 선택을 종용했다. 언어폭력을 넘어 한 개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었다. 기사 작성을 하기 위해 자료를 정리하는 그 순간에도 앱을 통해 단체대화방에 초대 되는 등 일상 생활을 아예 이어갈 수 없었다. 잠시 체험에 불과한 괴롭힘이지만, 실제 피해 학생이 받았을 고통과 트라우마와 상처는 평생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사이버 괴롭힘은 코로나19 사태 상황에서 더 두드러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1일 교육부가 17개 시·도 교육감이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14일부터 10월23일까지 실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 결과, 학생 1000명당 피해 유형 응답 건수는 △언어폭력 4.9건, △집단 따돌림 3.8건, △인터넷·스마트폰을 이용한 괴롭힘인 사이버폭력 1.8건, △신체 폭력 1.2건, △스토킹 1.0건, △금품 갈취 0.8건, △강요 0.6건, △성폭력 0.5건 등으로 조사됐다.


그중 집단 따돌림은 전년 대비 2.8%포인트, 사이버 폭력은 3.4%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피해 학생들의 피해 유형을 중복으로 조사한 결과로 보면 언어폭력(33.6%), 집단 따돌림(26.0%), 사이버 폭력(12.3%)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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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사이버불링은 갈수록 교묘하고 은밀하게 진화하고 있어 부모는 불론 학교 관계자들도 쉽게 알아낼 수 없다. 예컨대 익명을 기반으로 하는 채팅방에서의 집단 괴롭힘은 가해자를 특정할 수 없고 또 가해자들이 학교 조사 등을 대비하여 사전에 알리바이 등을 만들면 피해 조사는 더욱 어렵다. 여기에 피해 학생 입장에서 가해 사실을 폭로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더 끔찍한 괴롭힘에 의한 두려움 역시 피해자의 입을 더 틀어막는다.


사이버불링은 그 가해 방법도 다양하다. 게임 속 아이템을 대신 구입하라며 괴롭히는 일명 '아이템 셔틀'도 가해 방식 중 하나다. 2015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공개한 '한국 청소년 사이버불링 실태 및 대응방안'에 따르면 전국 중·고생 4000명 중 10.2%가 "사이버 게임을 통해 괴롭힘을 당해봤다"고 답했다. 특히 남학생 중 16.2%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 학교폭력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아이템 셔틀'이란 과거 괴롭힘 방법 중 하나인 '내가 먹을 빵을 너의 돈으로 사오라'는 일명 '빵 셔틀'에서 진화한 괴롭힘으로 피해 학생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게임 아이템 구매 환경에 접속하고 유료 아이템을 구매한 뒤 가해자에게 아이템을 선물하는 식이다.


만원 이만원 수십만원에 달할 수 있는 유료 아이템 가격은 신규 아이템이 나올 때마다 구입해 가해자에게 선물할 수밖에 없는 출구 없는 감옥이 아닐 수 없다.


부모 입장에서는 피해 학생의 핸드폰으로 결제되기 때문에 아들이나 딸이 '공부를 안하고 그저 게임만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학생 처지에서는 분통 터지고 억울한 상황이며 또 부모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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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템 셔틀 뿐만 아니라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 따르면 △인터넷 서비스 아이디를 도용하여 거짓 정보 올리기, △문자로 루머 퍼뜨리기, △동성애자라고 폭로하기, △휴대폰으로 음해문자 보내기, △온라인에 거짓 소문 퍼뜨리기 △금품 갈취(사이버머니, 아이템, ID), 동영상 촬영 유포 등 다양한 사이버불링이 존재한다.


피해 상황도 지속해서 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매년 사이버불링 신고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2012년 900건이던 것이 2013년에는 1082건으로 전년대비 182건 늘어났다. 2014년 1283건, 2015년 1462건, 그리고 2016년에는 2122건까지 증가했다. 불과 4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비대면 상황에서 이 같은 사이버괴롭힘은 음지에서 더 일어날 수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른 나라의 경우 사이버불링 문제에 대해 교사에게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등 적극적인 대처에 나서고 있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사이버불링 사이트를 만들어 학생, 학부모, 교사가 사이버불링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안내하고 있다.


영국도 교육시간이나 보건건강수업을 이용해 사이버불링의 위험성과 대처요령을 교육하고 있다. 공영방송인 BBC도 나서 사이버불링과 관련된 영상과 그에 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교사들에게 더 강력한 권한을 부여해 사이버불링 발생 시 교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학생의 휴대전화를 포함한 부적절한 이미지나 파일을 찾아내 삭제하는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다.


전문가는 학교 관계자들의 더욱 적극적인 관리 감독을 제언했다. 청소년들의 상담을 맡는 한 복지 관계자는 "학생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가 어떤 매뉴얼에 의해 포착을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 보복이 두려워 안으로 숨어, 자신만의 구조 신호를 보낸다"면서 "학교는 물론 어른들은 이 같은 학생들의 요청을 정말 긴박하고 절박한 구조 요청을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여 관련 대책 수립은 물론 해당 피해 학생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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