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청년들, 코로나發 이직 행렬
블라인드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절반
"1년 사이 이직 시도한 적 있다"
업무 만족 못해 그만두거나
꿈 찾아 대학원 진학하기도
전문가 "심리적 불안감이 영향"
[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언젠가는 나도 구조조정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이직을 결심하게 됐어요."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2년 차 직장인 박모(26)씨는 지난해 12월 대기업 경력직 채용에 합격했다. 그는 구조조정 압박 때문에 이직을 결심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다니던 중소기업의 매출 타격이 컸고 연차가 높은 직원부터 퇴사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다. 박씨는 "멘토가 퇴사 압박을 받았고 결국 회사를 떠나는 상황을 보고 이직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고용시장의 불안전성과 기업경기 위축으로 어렵사리 취직에 성공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사회초년생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입사 직후 다졌던 각오와 다짐이 회사생활을 거치면서 흔들리고 더 나은 임금과 복지, 더 안정된 생활을 위해 사표를 내는 것이다.
지난달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가 발표한 설문조사를 보면 직장인 7만2109명 중 50.4%가 '1년 사이에 이직을 시도한 적이 있다'라고 응답했다. 이는 전년(35.8%)대비 약 1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앞서 지난해 9월 잡코리아의 설문조사에서도 5년 차 이하 직장인 중 48.3%가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직 행렬이 늘어나는 원인은 코로나19 이후 고용 불안에 의한 심리적 압박 때문이다. 광고업계에서 일하는 3년 차 직장인 노모(25)씨도 비슷한 이유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가 위축되며 광고시장도 피해가 커 회사의 매출이 급락했다는 것이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우리 회사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보면서 다른 회사와 더 비교를 하게 됐다"며 "안정적이고 탄탄한 회사를 가고 싶다는 열망이 커졌다"고 말했다.
대학원 진학을 선택하는 이도 많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입사 4개월 차 직장인 이모(26)씨는 "현재 근무하고 있는 회사가 해외 수출 비중이 높은데 코로나19로 매출 타격이 컸다"며 "안정성은 사라지고 불안감은 점차 높아져 차라리 대학원에 가서 못 이룬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는 직업에 대한 가치관도 바꾸고 있다. 대기업에서 근무하는 김모(25)씨는 입사 1년 만에 공시생(공기업 시험 준비)이 됐다. 대기업이면 모든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직업 안정성을 가장 중시하게 됐고 이직의 종착지가 공공기관이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업무 만족도가 떨어져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인 유모(30)씨는 "영업 업무를 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출장을 못 가게 되면서 직업적 보람을 전혀 얻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이유 때문에 하고 싶었던 업무나 업종으로의 이직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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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촉발한 직업 안정성에 대한 불안이 이직 행렬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심리적 불안감이 이직 행렬에 영향을 준 것"이라고 말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오늘날 젊은이들이 현 직장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직에 대한 열망은 상시적으로 존재했다"며 "코로나19가 이직에 대한 자극 요인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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