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수정안에도 사업주 처벌 여전…"中企는 폐업 직결"
정부 중대재해법 수정안에도 경제계 반발 거세져
처벌조항 일부 완화됐지만 여전히 기업경영에 크게 위협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정부가 국회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에 대한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경제계의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수정안에서 처벌조항이 일부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기업 경영을 위협할 정도로 과도하며 경영책임자(사업주)나 원청에 대한 처벌 수준도 해외 주요국에 비해 너무 높다는 이유에서다.
'기업 처벌'에만 초점 맞춘 수정안
29일 정부의 중대재해법 수정안이 공개되자 입법 중단을 강력하게 요구해오던 경제단체들은 일제히 미흡하다는 의견을 보였다. 경제인들은 가장 쟁점이 되는 사업주와 원청에 대한 처벌 강화에 대한 수정 보완이 없다는 것에 대해 크게 우려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정부의 수정안이 발표됐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법안 추진에 대한 불안감이 크고 반대하는 입장이 명확하다"며 "특히 핵심 쟁점인 사업주와 원청의 책임 강화 문제에 대한 내용 변화가 없으면 수정안이 기업들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동안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했더라도 사업주나 원청은 구체적 위반 행위가 드러났을 때만 처벌을 받았지만 법안이 통과되면 이들은 의무적 처벌을 받는다.
기업들은 사업주 처벌이 의무화되면 기업활동이 크게 제약받고 특히 사업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폐업 위기에 몰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도 "법인에 대한 벌금에 더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이뤄질 경우 중소기업은 폐업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는 만큼 중소기업의 현실을 고려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업주 처벌 자체가 애초에 관리 범위를 벗어난 불가능한 것에 책임을 묻는 것과 같으며 그 자리와 위치에 있다는 자체만으로 공동연대 처벌을 가하는 것이어서 연좌제와 같다는 지적도 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이 같은 논리면 현정부의 재해, 재난 정책 실패와 관련해서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책임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행정이나 입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서 기업에만 다른 논리를 들이대는 이중 잣대"라고 분석했다.
지난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경제단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중단 입장 발표’에서 7개 경제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강진형 기자aymsdream@
원본보기 아이콘징벌적 책임 논란 여전… 예방 정책 강화 방향으로 나가야
무죄추정 원칙에서 벗어날 수 있어 논란을 빚던 인과추정 조항이 삭제된 것에 대해서는 당연하다는 것이 경제계의 입장이다. 인과추정 조항은 재해의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더라도 추정을 통해 사업주와 원청에 책임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법안에서는 사고 이전 5년간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수사기관 등에 의해 3회 이상 확인되거나 사업주가 진상조사를 방해하는 등 사건 은폐를 지시한 경우에 추정을 통해 사업주 인과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는 '무죄추정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고 해당 규정 자체가 인과관계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으로도 보기 어렵다며 정부는 조항을 없앴다. 경제계는 경영책임자의 책임과 관리 범위를 벗어난 사고에 대해 무조건 처벌을 받게 하는 것은 무죄추정 원칙은 물론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에 처음부터 내용 자체가 무리였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법의 핵심 기조 중에 하나인 징벌적 책임에 대한 논란도 여전했다. 정부는 수정안에서 중대재해법의 적용 유예 대상을 확대했다. 박주민 의원 안은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포 후 4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라는 유예 조항이 있었는데 여기에 '50인 이상 10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후 2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액과 관련해서는 손해액의 '5배 이하'를 제시했다. 원안의 '5배 이상'이나 정의당 강은미 의원안의 '3배 이상 10배 이하'에 비해 배상액 기준을 낮췄다.
경제계는 정부가 수정안을 통해 유예 대상을 확대하고 배상액 기준을 낮추는 등 징벌적 책임 수준을 일부 완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법안 추진을 강행할 것이라는 의지는 분명히 보였다고 평가했다. 법안이 통과되면 우리 기업들은 기업에 대한 벌금 외에 사업주 개인처벌, 영업정지ㆍ작업중지 등 행정제재, 징벌적 손해배상 등 4중 제재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재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산업안전보건법은 미국, 독일, 일본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처벌 수위가 이미 높은 편이다. 안전ㆍ보건조치 위반 시 사업주 처벌 기준을 보면 한국은 사업주가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인데 일본은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엔(약 550만원) 이하의 벌금이며, 미국은 6개월 미만의 징역 또는 1만달러(약 1200만원) 이하의 벌금 수준이다.
이에 사망사고 감소 효과를 실질적으로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처벌 강화보다는 다른 나라보다 매우 미흡한 수준에 있는 산재예방 정책을 대폭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경제계는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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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의 처벌 수위가 조금 낮아지고, 시행 시기를 조금 늦춘다고 해서 기업 경영 위축과 산업현장에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간 강화된 산업안전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산재예방 시스템과 현장 관행을 개선해 나가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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