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포스트코로나와 '광란의 20년대'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전염병 사태 이후의 세계가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다. 추운 날씨로 전 세계에서 다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번지기 시작해 확진자는 물론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포스트 코로나(코로나19 이후 세상)'를 거론하는 목소리는 분명 커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는 내년 상반기를 중심으로 점차 일상생활을 회복할 것이라는 감염병 전문가의 발언이 비중있게 소개되고 있다. '예방주사' 접종이 시작된 이후 전망이라는 점에서 복귀 시기는 더욱 구체화된 것으로 보인다. 또 전 세계 금융 정책을 자문하는 싱크탱크인 G30는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들이 빚을 갚지 못하는 '지급불능 위기'를 우려하고 나섰고 유럽에서는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코로나19로 발생한 막대한 부채를 탕감해주자는 제안까지 나오고 있다. 중국에서는 전 세계의 흐름과 달리 돈줄을 줄이겠다고 한다. 여전히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식의 경기부양이 진행중인 상황에서도 나름의 출구전략을 찾는 모양새다. 바이러스 퇴치를 위한 백신 보급이 시작된 만큼 우리가 터널의 끝으로 향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유럽에서는 '광란의 20년대'라는 말이 최근 들어 입에 오르내린다. 광란의 20년대는 1918년 1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리고 당시 맹위를 떨쳤던 스페인 독감이 사라지면서 억눌렸던 욕구가 분출됐던 1920년대를 가리킨다. 꼬박 100년 전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를 거치면서 억눌렸던 전 세계가 모든 분야에서 보복소비 같은 왕성한 활동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는 무선전화기, 라디오 등 신제품이 쏟아졌고 자동차 대량생산 같은 생산성 향상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페니실린, 인슐린 개발 등 의학분야에서도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생산성 혁신으로 제품 가격이 떨어지면서 소비도 향상됐다. 일부에서는 포스트 코로나를 '광란의 20년대의 새버전'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런 기대심리는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주식시장에는 향후 기업실적에 대한 기대감에 자금이 몰리기 시작했고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원자재 가격도 덩달아 강세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소비, 생산 등에서 왕성한 활동이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보복소비 덕분에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은 내년에 급등해 V자 반등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억눌린 경제활동의 폭발이 단기간 내에 경제성장에는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왕성한 활동이 언제까지 지속되느냐다. '광란의 20년대'의 역사로 다시 돌아가면 그 결말은 암울했다. 1929년 대공황의 시작이었다. 당시 생산성 향상이 물가 하락으로 연결된 결과가 10년 후 나타난 것이다. 미국은 대공황 직전까지도 호황을 누렸는데, 1927년과 1928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이미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었다.

AD

이런 전례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는 안심할 수 없다. 경기부양을 위해 돈을 풀고 금리를 낮추는 무차별적인 통화ㆍ재정정책으로 전 세계는 경제위기 간신히 피할 수 있었다. 막대한 빚과 경제격차 확대 등은 그 대가다. 금융 원로들이 기업의 지급불능 위기를 우려한 것도 코로나19가 물러난 이후 상황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강한 소비로 물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물가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외신은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했다. 진짜 위기는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