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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지구를 생각한 카페 '얼스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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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품 없는 '얼스어스'
쓰레기 배출 최소화, 고객과 공유한 가치
길현희 대표 "모두가 할 수 있는 제로 웨이스트"

지구를 생각하는 카페 '얼스어스(earth us)'

지구를 생각하는 카페 '얼스어스(earth 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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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라이프부 김은지 기자] 사각사각 기분 좋은 질감의 종이 메뉴판을 뒤집으면 위 문구와 함께 '약속'을 뜻하는 손 그림이 보인다. 시선을 조금만 아래로 내리면 한 사람이 지구를 감싸고 있는 듯한 일러스트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얼스어스'는 고객들이 주문을 하기에 앞서 가게의 신념을 알렸다. 동시에 새끼손가락을 걸고 다짐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겠다고.


'얼스어스'는 보통의 카페와 다르다. 일단 플라스틱이 없다. 테이크 아웃을 원한다면, '용기'를 내야 한다. 개인 밀폐 용기가 있어야 '얼스어스'의 음료와 디저트를 밖으로 가져갈 수 있다. 휴지도 안 보인다. '얼스어스'는 한순간에 쓰레기로 전락하는 티슈 대신 세탁이 가능한 손수건을 제공한다.

카페의 모두가 'NO 일회용품' 방침에 익숙해 보였다. '얼스어스'에서는 가방 속에서 자연스럽게 텀블러 등 개인 용기를 꺼내는 이들을 쉽게 마주할 수 있다. 또 매장 곳곳에는 제로 웨이스트 슬로건에 걸맞은 소품들이 가득했다. 포스터를 고정시킨 건 비닐이 아닌 종이테이프였고, 찻잔 쇼케이스는 '얼스어스' 길현희 대표가 할머니 댁에서 가져온 캐비닛이었다.


일명 '그랜드마더스 티 캐비닛(grandmother's tea cabinet)'은 '얼스어스'의 제로 웨이스트 범위가 더 확장됐다는 걸 뜻했다. 길현희 대표는 "'얼스어스'를 시작할 때나 지금이나 마음가짐은 똑같다. 변한 게 있다면 쓰레기를 최소화하려는 실천이 늘어났다는 것. 그리고 더 큰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는 카페를 통해 지구를 지킬 또 하나의 방법을 제안한 길현희 대표. 그에게서 '얼스어스'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얼스어스' 길현희 대표

'얼스어스' 길현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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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_과거
메뉴판 뒷장에 적힌 '얼스어스' 공지, 플라스틱 없는 카페 주문 안내서

메뉴판 뒷장에 적힌 '얼스어스' 공지, 플라스틱 없는 카페 주문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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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회용품 없는 카페 '얼스어스'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대학생 시절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며 일회용 플라스틱 컵이 쓰레기로 변하는 걸 자주 봤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담긴 컵은 물로만 헹궈도 깨끗한데, 이걸 다 내 손으로 버려야 했다. 마음이 불편했다. 당시 환경에 관심을 두고 있었지만, 이렇게 카페를 운영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저 사회에 기여를 하거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직업을 가지길 바랐다. 대학생 때부터 사용한 '얼스어스' 피드는 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취지 아래 만들었다. 관련된 내용과 이미지를 꾸준히 올리다 보니 팔로워가 늘어났고, '포장을 하지 않는 카페'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Q. '얼스어스'를 운영하며 시도한 제로 웨이스트가 무엇인지.


'얼스어스' 카페를 오픈한 2017년, 플라스틱 컵에 종이컵 홀더를 끼우는 게 유행이었다. 나는 그 반대로 가고 싶었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손님들이 가게 내부에서 '얼스어스' 자체를 최대한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팠다. 이 과정에서 생각한 게 '예쁜 잔'이었다. 고객분들이 예쁜 잔에 담긴 커피를 마시고 가는 걸 상상하며 '얼스어스'를 꾸려나갔다. 내가 원하는 게 유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었다. 나름 현실화한 것 같다. 처음으로 시도했던 홈 카페 영상 또한 널리 퍼져 이제는 많은 분이 제작하는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Q. 원두를 판매하는 한 카페에 종이테이프 사용을 제안했다고 들었다. 당시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얼스어스'에서 달력을 판매해 수익금 전부를 기부한 적 있다. 이때 벽에 걸거나 책상에 놓는 형태가 아닌 아무런 장치가 없는 종이 달력을 만들었다. 탁상이나 벽걸이 달력에 스프링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얼스어스'가 만드는 건 바로 버릴 수 있거나 재사용 가능하길 바랐다. 종이 테이프를 선택한 것도 같은 의미에서였다. 종이테이프로도 쓰레기를 줄일 수 있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연남동에 있는 '커피리브레'에 전했다. 원두를 포장하는 테이프를 종이 재질로 바꾸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커피리브레'에서 바로 피드백이 왔다. 비닐이 소진되면 바로 종이테이프로 바꾸겠다는 답변이었다. 두 달이 안 되는 시간이 지나고 '커피리브레'의 테이프가 종이로 바뀌었다.


Part 2_현재
'얼스어스' 커피와 디저트, 손수건

'얼스어스' 커피와 디저트, 손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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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설거지를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액체가 아닌 고체 세제를 쓰고 있다. 액체 세제를 사용하려면 이걸 담는 페트병이 필요하다. 쓰레기가 더 나올 수밖에 없다. 액체 세제는 효율적이지도 않다. 같은 용량이더라도 고체 세제를 더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있다. 또 '얼스어스'는 고객분들에게 휴지가 아닌 손수건을 제공한다. 그리고 행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편이다. 위생이 중요한 업장이라 고민이 많았지만, 각 파트에 있는 행주의 사용 범위를 세분화해 더욱 깨끗한 '얼스어스'를 만들었다.


Q. 쓰레기를 어떻게 버리는지.


옛날에 어느 카페에 갔는데 만들고 남은 생크림을 수돗물에 씻어 버리더라.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얼스어스'에서는 크림을 물에 흘려보내지 않으면서 쓰레기를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고객 분들에게 '얼스어스'의 디저트 맛이 꽤 묵직한 편이라 케이크와 에이드 음료를 함께 시키면 남길 가능성이 크다고 사전 안내한다.


Q. 케이크 개발 과정을 알고 싶다.


맛, 양 등 모든 면에서 다 충족되는 케이크를 만들고 싶었다. 메뉴 개발에 들어가기 전 최대한 재료의 조합을 떠올린다. 테스트를 거칠 때마다 버려지는 음식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한 입 먹고 맛이 없으면 버리는 게 정말 불편했다. 크림치즈 케이크의 경우 한 번 만들어 보고 바로 론칭했다. 테스트에 낭비되는 음식, 시행착오를 줄이고자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를 계산한 후 새 메뉴에 도전한다.


Part 3_미래
'얼스어스' 내부, 할머니의 캐비닛

'얼스어스' 내부, 할머니의 캐비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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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건 메뉴를 추가할 생각이 있는지.


A. 추후 비건 메뉴를 '얼스어스'에 반영해보고 싶다는 목표는 있다. 비건의 중요성을 내 피부로 직접 느끼고,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며 실천을 이어간다면 비건 디저트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 같다.


Q. 새로 오픈할 서촌점의 매력은.


A. 세 번째 '얼스얼스' 가게 서촌점을 오픈할 계획이다. 서촌은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지 못한 최고의 공간이다. 분명 서울의 중심지인데, 서울 같지 않은 아우라가 있다. '얼스어스' 서촌점은 정말 좋은 플레이스가 되지 않을까 싶다.


Q. 길현희 대표에게 제로 웨이스트란.


내게 제로 웨이스트는 '별거 아닌 것'이다. 보통 친환경이라고 하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생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는 걸 전하고 싶다. 하루에 세 번 꼬박꼬박 양치하는 것처럼 텀블러나 손수건을 습관처럼 들고 다니면 된다. 누구나 제로 웨이스트를 할 수 있다.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하면 가시적인 효과가 나올 거라고 본다. 환경을 위해 무언가 실천할 수 있다는 의식이 개선된다면 그때는 모두가 제로 웨이스터일 것이다.




김은지 기자 hhh5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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