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경찰서 A경위, 음주측정 거부 차에 1㎞ 매달려 떨어져
‘이상없다’ 복귀했지만 두통 어지럼증 시달리다 끝내 의식불명

부산 동래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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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55세 가장인 A경위는 지난 6월 음주단속을 하다 측정을 거부하던 차에 매달려 끌려갔다.


1km가량 매달려 있다 떨어지면서 머리와 온몸이 상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행이었다. CT는 ‘이상 없다’ 판정했기에 가족과 동료 경찰 모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곧 업무에 복귀했지만 계속 두통에 시달리다 부상 이후 석 달 만에 쓰러져 의식불명이 됐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전국의 동료 경찰관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부산 동래경찰서 직장협의회는 A경위의 사연을 경찰 내부망인 ‘폴넷’에 올렸다. 사연은 전국 경찰관에게 전해졌다.


‘소액이지만 병원비에 보태 달라’며 너도나도 모금 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동래서 직장협의회는 “멀리 경기도 파출소에서도 병원비를 보내왔다. A 경위가 빨리 자리에서 털고 일어나길 전국의 모든 경찰이 응원하고 있다”고 했다.


A경위는 부산 동래경찰서 사직지구대 소속이다. 이 모금의 사연은 올해 6월 19일 시작됐다.


이날 0시 46분 ‘동래구 사직동 방면에 음주 의심 차량이 있다’는 신고를 받은 A경위는 예상 도주로에 순찰차를 배치했다. 의심 차량을 발견한 그는 음주 측정을 시도했다. 열린 차창 사이로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려 했으나 40대 운전자 B씨는 측정을 거부하고 그대로 액셀을 밟았다.


A경위는 차 문에 매달려 속도가 떨어지기만 기다렸다. B 씨의 아찔한 운전은 1km 가까이 계속됐다.


A경위는 B씨가 속도를 줄인 틈을 타 도로로 뛰어내렸다. 머리가 아스팔트 바닥에 심하게 부딪혔다. 땅바닥에 뒹굴면서 온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달아나던 B씨는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 부근에서 교각을 들이받고 도주를 멈췄다. B씨의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준이었다.


A경위는 CT 촬영을 했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는 일주일 만에 다시 돌아왔다. 자신의 빈자리에서 고생하는 동료와 외벌이로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 그를 일터로 재촉했다.


동료 경찰관은 “성격상 가족에게 미안해서 누워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A경위는 아물지 않은 몸으로 휴가를 간 동료의 근무까지 채우겠다며 자원근무를 신청하기도 했다.


웃으며 돌아왔지만 A경위는 두통과 어지럼증에 시달렸다. “그날 충격이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앞으로 좋아질 거야”라는 말을 거듭하며 스스로 위안했다.


통증과 어지럼증은 점점 심해졌고, A경위는 지난달 9일 근무복을 입다 쓰러졌다. 급격히 상태가 나빠져 지난달 19일 부산대병원으로 이송돼 9시간에 걸친 뇌수술을 받았다.


그의 의식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수술 이후 A 경위는 자가 호흡을 할 수 없고, 의식도 없는 상태이다.


동래서 동료들은 일터로 돌아오려는 A경위를 말리지 못한 걸 크게 후회하고 있다. 한 후배 경찰관은 “2개월 만이라도 시간을 돌리고 싶다. 두통을 호소할 때 입원치료를 강하게 권하지 못한 것이 후회된다”며 안타까워했다.


A경위 사건은 공무집행방해죄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도주하는 용의자를 쫓다 다치는 경찰이 많이 있지만 정작 용의자에게 내려지는 처벌은 솜방망이다.


한 경찰관은 “용의자를 쫓아가다가 놓치면 치료비는 경찰 혼자 감당하기 일쑤다. 가까스로 잡아도 대부분 불구속으로 소액 벌금형을 내리는 현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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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경위를 매달고 도주한 운전자 B씨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윤창호법) 위반과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영남취재본부 김용우 기자 kimpro77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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