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제정 물으니, 文 "걱정 말라"…시민들 "혐오 동조 발언" 비판
문 대통령 교계 만나 "우려 알고 있어, 걱정 말라"
시민단체 "보수 교계 혐오에 동조" '비판'
인권위 "사회 당면 과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강주희 인턴기자] '차별금지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지속하는 가운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개신교계 인사들을 만나 '교회의 우려를 알고 있다. 걱정하지말라'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단체는 대통령이 "혐오의 논리에 동조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멈추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음에도 대통령과 정부만 이러한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차별금지법은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당면 과제"라며 입법을 재차 촉구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개신교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문제와 관련해 "교회의 우려를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답변은 아니었지만, 차별금지법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혀온 교회 측의 입장을 수용하겠다는 취지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시민단체는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차제연)는 30일 '대통령의 염려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문 대통령이) 동성애 반대라는 해묵은 혐오의 논리를 내세운 보수 교계에 동조의 뜻을 보냈다"고 지적했다.
차제연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유예된 지난 14년간 침묵했던 국회와 정부 모두 공범이었으며, 평등과 인권을 위한 법 정책 제정에 정부의 책임 역시 막중하다"며 "지금 정부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침묵하는 것을 넘어 일부 보수 개신교의 차별금지법 반대에 동조하는 것을 우리는 한목소리로 규탄한다"고 비판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정의당도 유감을 표명했다. 조혜민 대변인는 28일 브리핑을 통해서 "방역 협조와 무관한, 차별금지법 반대 민원을 흔쾌히 응대한 문 대통령의 처사에 유감을 표한다"며 "대통령이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차별금지법에 대한 교회의 우려가 아니라 교회를 통한 집단감염에 대한 국민의 우려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 출마 당시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했으나, 2017년 대선 출마 때는 돌연 공약을 거둬들였다.
같은 해 2월 한 행사에서는 성 소수자 단체 한 참석자가 '성 평등 정책에 왜 동성애자는 포함하지 못하는 건가'라고 묻자, 문 대통령은 "나중에 말씀할 기회를 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하기도했다. 이때 문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나중에!"를 외치며 질문자의 발언을 제지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차별금지법 제정과 관련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1일 국회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만나 차별금지법 처리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으나, 이 대표는 "차별금지법은 교계인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걸 고려해 가면서 관련 상임위에서 논의가 되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국회 안팎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의견이 재차 나오고 있음에도 정부·여당이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의 시선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부터 서울 지하철 2호선 신촌역에 게시된 '성소수자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성소수자 차별 반대 광고는 게시된 한 달 동안 다섯 번이나 훼손됐다.
성전환 수술을 한 전 육군 하사 변희수 씨는 여군으로 군 복무를 이어가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으나, 군이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면서 강제 전역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이렇다 보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법 제정의 필요성은 점점 대두되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찬성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 4월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0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조사'에 따르면, 평등권 보장을 위한 법률 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88.5%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1500명 중 87.7%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인권위는 차별금지법은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법 제정을 재차 촉구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6일 '2020 인권옹호자회의'에서 "현시기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은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 당면 과제"라며 "평등법 제정이 갖는 의미를 살피고 평등법 제정을 위해 인권 옹호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고 논의하는 장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6월에도 '평등 및 차별금지에 관한 법률'(평등법) 제정을 공식적으로 국회에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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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내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양경숙 의원은 지난달 24일 국회 소통관에서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인권을 존중하고 안전을 보장하며, 어떠한 차이도 차별로 이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고 천명한 당 강령에 의거해 '포괄적 차별금지법(평등법)'이 하루속히 입법될 것을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강주희 인턴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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