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류청론] 수도권 과밀 부추기는 주택공급정책 안돼
AD
원본보기 아이콘

최근 100년간 서울의 연평균 기온은 2.4도 상승했다. 이는 세계 평균의 3배에 해당한다. 정부는 지난 15일 서울시의 반대에도 주택 공급 방안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거론했다가 사회적 반대가 거세지자 '그린벨트는 미래 세대를 위해 해제하지 않고 계속 보존해나가야 한다'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합당한 결정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지목한 국방부 소유 태릉골프장 부지 역시 그린벨트다. 제3기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훼손된 그린벨트에 대한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개발론자도 여전히 있다. 이는 그린벨트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의 부족에 기인한다. 그린벨트는 무분별한 도시 확산과 도시 연담화 방지, 도시 환경 보전을 위한 도시 성장 관리 수단이다. 따라서 산이 아니라고 해서, 일부가 훼손됐다고 해서 그린벨트로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논과 밭, 대지까지도 공간적 개념인 벨트로서의 역할과 기능을 한다.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는 원뿔 모양이다. 도심의 풍부한 기반시설을 바탕으로 개발 밀도를 높이되 외곽으로 갈수록 개발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러면 도시 전체의 미세먼지, 폭염을 줄여줄 바람길이 생긴다. 또 시멘트와 콘크리트로 뒤덮인 도심과 달리 빗물을 담아 홍수를 예방할 수 있는 투수층이 되고, 도시의 보건ㆍ안전 위기 대응(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ㆍ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임시 공간 활용 등)에 필요한 그린 인프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무리 골프장이라도 대규모 아파트 단지보다는 낫다. 그린벨트 보존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3기 신도시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의 그린벨트는 도시 환경 보전 외에 비수도권과의 상생을 위한 국토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의미도 크다. 이 같은 순기능 때문에 이 제도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호주, 미국 등 많은 나라에서 도시 성장 관리 제도로 채택하고 있다. 물론 그린벨트 제도가 실패한 나라도 있다. 일본은 무분별하게 신도시를 개발하고 도시철도를 무한정 확장했다. 그러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생산인구가 감소하면서 미래 세대에게 막대한 재정 부담만 남긴 채 그린벨트 제도가 사라졌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일본을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세계적 저성장 시대 도래, 인구 절벽, 초고령화, 생산인구 감소라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제3기 신도시 개발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으로 무분별한 도시 확산을 감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1기 신도시 수용 인원 1인당 비용을 기준으로 2기 신도시는 1기 신도시의 6배, 3기 신도시는 12배의 비용을 더 지불할 예정이다. 서울 집값을 잡자고 분양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그린벨트 부분 해제 또는 제3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는 것은 이미 실패한 정책의 재탕이다.


우리나라의 그린벨트 해제 사유는 그동안 정부에 의한 주택 공급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신주택보급률에 따르면 이미 서울은 2017년 기준 100%를 초과했다. 반면 우리의 임대주택비율은 5%로 선진국의 10% 대비 절반 수준이다.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국민임대주택 등의 공급을 이유로 그린벨트를 해제해왔지만 8~10년 임대 후 일반분양을 해 집값 상승을 견인해왔다. 더 이상 정부는 수도권 과밀을 부추기는 주택 공급 정책을 위해 그린벨트를 단 한 평이라도 해제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문 대통령의 그린벨트 보전 원칙은 서울에 한정해서도 안 된다. 전국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하며, 이를 위해 그린벨트 업무를 현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이관해야 한다.

AD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위원(도시계획박사)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