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의심 응급환자, 무사히 수술받은 배경은…

한림대동탄성심병원, 해외입국 자가격리자 복막염 응급수술
코로나 진단검사 나오기 전 음압실ㆍ레벨D 방호복 수술 진행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 해외에서 귀국해 자가격리 기간 중에 있던 복막염 환자가 무사히 응급수술을 마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우려됐으나 한시가 급한 상태였던 만큼 의료진은 진단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감염위험을 무릅쓰고 수술을 진행했다.

6일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에서 귀국한 50대 여성이 복막염으로 응급수술을 받았다. 병원을 찾기 사흘 전 귀국한 이 환자는 미국에서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 골반으로 전이가 의심됐으나 현지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해 3개월 넘게 치료가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귀국했다. 국내에 귀국한 후에도 해외 입국자는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으나 상태가 악화돼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따르면 응급실을 찾을 당시 직장암 수술을 받은 부위에 천공이 생겨 대장 내 노폐물이 빠져나오던 상황이었다. 이미 귀국행 비행기를 탔을 때부터 천공이 시작돼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고 병원 측은 전했다. 당시 당직의였던 김정연 외과 교수(대장 분과전문의)는 환자가 심각하다고 판단, 응급수술을 하기로 했다. 이 환자는 입국 직후 첫 코로나19 진단검사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 다만 잠복기 등으로 이후 검사에서 양성으로 나오는 이도 간혹 있었던 만큼 감염여부를 장담할 수 없었다.

응급실에 도착한 직후 곧바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했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릴 수 없어 의료진은 감염예방을 위한 준비를 하고 이튿날 새벽 2시 수술에 들어갔다. 환자가 응급실을 찾은 지 7시간가량 지난 후였다. 수술실 감염을 막기 위해 중환자실 음압격리실에서 별도로 기도삽관을 했고 음압이송용 카트를 이용해 수술실로 환자를 옮겼다. 수술에 참여한 모든 의료진은 수술복 위에 레벨D 방호복을 입었다.

수술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김 교수는 장루형성술을 했다. 누출된 노폐물을 꺼내 잔여물을 세척한 뒤 장루를 만들어 추가누출을 막으며 최단시간에 수술을 마쳤다. 수술은 3시간 만에 끝났으나 레벨D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은 수술 내내 긴장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수술을 끝난 후 사흘간 수술방을 부분폐쇄했고 전체를 소독했다.

다행히 수술결과는 좋았다. 2차 검사에서 음성이 나왔다. 환자는 패혈증이 우려됐으나 잘 극복했으며 일주일 만에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2주간 격리병동에서 치료받은 후 퇴원 전 코로나 검사에서도 음성판정을 받고 안전하게 퇴원했다. 김 교수는 "복막염은 방치하면 사망률이 48%에 이르며 하루가 지날 때마다 사망률이 5~8% 증가하기 때문에 중증도 우선 치료라는 원칙에 따라 감염위험에도 복막염환자를 치료하기로 했다"며 "대장암 환자 10명을 수술하는 것보다 힘들었으나 환자가 건강히 회복해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져 원내감염 우려가 높아지면서 발열 등 의심증상이 있는 환자는 병원에서도 꺼리는 기류가 완연해졌다. 대한응급의학회가 경기도 내 권역응급의료센터와 중증응급의료센터 등 응급실 10곳의 내원환자를 분석한 결과, 올해 2~3월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절반 이상 줄었음에도 응급실에서 사망하거나 사망한 채 이송돼 오는 환자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0㎞가량 떨어진 충남 서산의 한 환자도 인근 병원을 찾지 못해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을 찾아야 했다.

현행 코로나 진단검사의 경우 검체채취 후 결과가 나오기까지 적어도 6시간 정도 걸린다. 응급실 환자의 경우 분초를 다투는 경우가 많아 의심증상이 있다면 코로나19 환자에 준하는 감염관리 지침에 따라 수술을 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신동우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 과장은 "고열이 동반되는 코로나19 의심환자를 수술하는 의료진은 격리까지 각오하며 보통 수술보다 몇 배는 힘든 조건에서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