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여지 남긴 北…볼턴 회고록, 의외의 부메랑으로
'볼턴 회고록' 美 매파 입지 축소, 日 속내 노출, 靑 고군분투 부각…한반도 상황, 숨고르기 국면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김동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예고된 대남 군사행동을 24일 전격적으로 보류시킨 이후 북한의 대남 비난 공세는 확연히 누그러지고 있다.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정경두 국방부 장관 개인을 향해 날을 세우면서도 남북 대화의 여지를 남기며 분위기 반전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일단 북한은 대남 비난 기사를 통한 여론전도 중단한 상황이다. 북한 대내 매체들은 이틀째 대남 비난 기사를 내놓지 않고 있다. 김 부위원장의 담화도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 실리지 않았다. 다만 북한이 남측의 '태도와 행동'이라는 조건을 부과하면서 군사적 대응 보류 조치에 따른 '평화 비용 청구서'를 내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부위원장은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의 차후 태도와 행동 여하에 따라 북남 관계 전망에 대해 점쳐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규정했다. 군사행동 보류·대남 확성기 철수·대남 비난 여론전 중단 등의 조치를 시행한 후, 남측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며 공을 떠넘긴 셈이다.
북측의 기류 변화를 한반도 상황의 '해빙'으로 곧바로 연결 짓는 것은 무리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군사 도발은 자제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선제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오는 8월로 예정된 한미연합군사훈련 축소ㆍ취소 등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정대진 아주대 교수는 "한미연합훈련 재개 여부에 따라 자신들도 전략적 도발을 포함한 전쟁억제력 행사를 실행할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측이 보류 조치를 언제든 되돌릴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북측의 기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면서도 즉각적인 반응보다는 '정중동(靜中動)' 행보에 나서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구상'의 성패를 가를 수도 있는 민감한 시기인 만큼 중장기 포석까지 고려한 수순 밟기다.
흥미로운 점은 한반도의 기류 변화가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회고록 파문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이다. 비핵화를 위한 외교적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볼턴 전 보좌관의 행동이 한반도에 의외의 부메랑으로 다가왔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군사적 대응 조치를 보도하면서 "예비회의에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는 조성된 최근 정세를 평가했다"고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볼턴 전 보좌관 회고록 파문이 김 위원장의 정세 분석 계기를 마련해준 셈이다.
한반도 관계 개선을 위한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북측이 섣불리 군사 도발에 나설 경우 모든 정치적 부담을 뒤집어쓸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은 한반도 비핵화 외교의 가려진 모습을 들춰내면서 세상을 놀라게 했지만 역으로 미국 '매파'의 속내를 공개해버린 측면도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의 행동은 매파의 입지를 축소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결국 판을 깨기 위해 북ㆍ미 대화 견제구를 날렸다는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통해 남북 관계 개선의 '훼방꾼' 역할을 하던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행동도 노출되고 말았다. 이는 한일 관계에서 일본의 외교적 입지가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한 일본의 조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곤란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는 볼턴 전 보좌관이 남북 관계 개선을 방해했다는 게 회고록을 통해 드러나면서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힘겨운 상황에서 고군분투했다는 게 역으로 부각됐다는 점이다. 북측이 이번에 강경 행보에 나선 데는 문 대통령에 대한 불신의 의미도 담겼는데,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을 통해 생각이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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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단국대 석좌교수는 25일 tbs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도) 볼턴 전 보좌관의 이야기대로라면 문 대통령이 어려운 수모를 겪으면서도 북ㆍ미 정상회담, 남·북·미 이러한 것에 기여한 충정을 알았으면 좋겠다"면서 "(북측이) '비핵화 반대의 축은 볼턴이다'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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