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점도 제한·폐점도 간섭…진퇴양난 유통업계
21대 국회 유통 관련 법안
오프라인 점포 규제에 초점
폐점땐 실업사태 우려 비난
이커머스와 경쟁서 밀리는데
온라인 시장 규제는 전무
업계 "온오프 동일 규제를"
[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한쪽에서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출점을 제한하고, 다른 쪽에서는 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폐점도 못하게 하네요."
유통업체 한 임원은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형마트ㆍ쇼핑몰 등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는 유통업체들이 출점도, 폐점도 어려운 진퇴양난(進退兩難)에 빠졌다.
21대 국회, 개원하자마자 규제
12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총 3건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다. 전부 오프라인 점포를 운영하는 유통 대기업을 규제하는 내용이다.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일 발의한 개정안은 출점 제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담겼다. 유통상생발전협의회를 심의회로 변경하고, 대규모 점포 출점 시 지역협력계획서에 대한 심의ㆍ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 골자다. 심의안이 부결될 경우 대형마트 등록을 아예 취소할 수 있다. 지난 8일 이주환 미래통합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과 비슷한 맥락이다. 점포 출점 시 중소 유통기업과의 상생협력안 등을 의무화하고, 이행 실적이 미흡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개선권고 대상 및 내용을 공표하고 이행을 명령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장섭 민주당 의원도 올해 효력이 만료되는 유통산업발전법 중 '전통상업보존구역 관련 전통시장 1㎞ 내 대형마트ㆍ기업형 슈퍼 출점 제한' 존속 기한을 2025년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았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쇼핑몰을 출점하면 급조된 이익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기는데, 이들 전부에게 상생지원금을 줘야 점포를 개설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유통업계 주도권이 e커머스시장으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성장이 멈춘지 오래된 상황인데 여전히 국회는 출점 규제를 놓고 왈가왈부해 아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눈물의 구조조정 '먹튀 비난'
유통 규제와 e커머스의 공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존폐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마음대로 폐점도 어렵다. 지역 경제와 대량 실업사태를 우려하는 정치권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다며 '먹튀'라 비난하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대전 서구 둔산점, 안산점, 대구점에 대한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둔산점과 안산점의 경우 직간접 고용 인원이 각각 800여명이다. 이에 안산 지역 국회의원인 김철민 (민주당) 의원은 "홈플러스 측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 '먹튀'를 해선 안 된다"며 "매각과 개발 과정에서 주변 환경 및 경관이 훼손될 경우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롯데쇼핑도 롯데백화점 5개점, 마트 16개점 등 연내 120여개 매장을 폐점한다. 롯데마트 양주 천안아산점에 이어 빅마켓 신영통점, 다음 달 빅마켓 킨텍스점, 천안점, 의정부점 등을 정리한다. 고용에 대해선 최대한 인근 점포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출점을 제한하더니 이제는 문 닫는 것까지 간섭하려 하면 공멸하라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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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라인 동일 선상 규제
유통업계는 '현실'을 반영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오프라인 점포는 경쟁력을 상실한지 오래다. 소상공인과 오프라인 점포 간 밥그릇 싸움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의무 휴업일 등 8년째 지속되는 정부의 각종 유통 규제는 오프라인 업체들이 e커머스업체와의 경쟁에서 사용할 무기조차 쥘 수 없게 만들었다. 온라인시장과 관련된 규제는 전무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일 선상에서 규제해야 한다"며 "비대칭 규제는 오프라인의 경쟁력을 약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권의 근시안적 규제 정책의 피해는 결국 중소협력사와 소상공인, 그리고 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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