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옷소매가 바람에 펄럭였다

팔월의 좁은 골목길로 흘러드는 별똥별처럼

벌어진 문틈으로 들어오는 눈보라

한쪽 팔이 없는 사내가 털모자를 깊숙이 눌러쓰고

뜨겁게 달구어진 팬에 반죽을 넣는다


신호등이 사내의 삶 앞에서 항상 붉은색이어도

아이들의 기호가 돌고래자리인지 독수리자리인지를 생각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만든다는 것은

마케팅의 제1원칙이라고 발걸음 소리에 귀 기울인다

밤하늘의 검은 여백을 조절한 팬 앞에서

반죽이 금강석이 되도록 달을 구우려 했지만

뚜껑을 여니 이번에도 실패다

검게 타서 반은 숯덩이가 된 분화구

달을 굽다가 실패하면 어떤가


사내는 예열된 팬에 또다시 반죽을 떠 넣으며

과자처럼 바삭하지는 않지만

자꾸 손이 가는 토끼를 품은 달을 굽는다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스쳐 지나간 얼굴들

환상통을 앓으며 그들을 굽고 나자

불꽃이 분출하는 분화구가 만들어졌다

갈색의 달이 생크림 모자를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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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사람들 다 어디로 갔을까? 오월은 여전히 푸르른데, 우리들은 아직 조금 덜 자란 것만 같은데, 그 사람들 모두 다 어디로 갔을까? 달고나 할아버지는 살아나 계실까? 엄마 몰래 들고나온 찌그러진 냄비도 슬쩍 받아 주던 뽑기 아저씨는 내 동생보다 커다랬던 청룡검을 들고 지금은 어느 골목을 지키고 있을까? 구름만 한 솜사탕을 심드렁하니 만들던 아저씨는 오늘은 또 어느 학교 봄 소풍을 따라갔을까? 어제는 어린이날이었는데, 새들은 날고 냇물은 랄랄라 달리고 있는데, 그 사람들 정말 다들 어디로 갔을까? 지난겨울 떠난 외팔이 붕어빵 장수 따라 모두들 달 속으로 갔을까? 손잡고 갔을까? 서로 정답게 울지 않고 잘들 갔을까? 우리들은 여태 조금 덜 자란 것만 같은데, 우리들 세상은 한 번도 오지 않은 것만 같은데.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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