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달러 사재기하는 기업들
지난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달러가치가 치솟자 통화 스와프라인을 한국 등 9개국으로 확대했다. 2008년 10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이 조치는 달러화 환율을 안정화하고 달러화 유동성 확보를 용이하게 위해서다. 한ㆍ미 통화 스와프 체결 소식에 금융 시장은 잠시 안정을 되찾는 분위기이지만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제 금융 시장에 따라 언제라도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세계 금융외환시장이 불안한 데에는 마치 사람들이 물건을 사재기 하듯이 기업ㆍ금융회사ㆍ투자자들이 달러화를 사재기하는데 가장 큰 요인이 있다. 이 카오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경제가 멈추자 기업의 현금흐름도 멈추고, 기업의 현금흐름이 멈추자 빚을 진 기업의 부도위험이 높아져 이 위험이 금융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일어났다. 누구도 팬데믹의 위험을 피해갈 수 없듯이 달러화 빚이 있고 만기불일치 위험이 있는 기업ㆍ금융회사ㆍ투자자들은 마치 블랙홀처럼 달러화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
IT대기업들처럼 현금을 쌓아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기업들은 대부분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경제주체다. 이들은 은행이나 금융회사로부터 차입하거나 자본시장에 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저금리 하에서 기업들은 많은 빚을 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19년 말 미국 비금융기업의 빚은 16조달러, 국내총생산(GDP)대비 75.3%에 이른다.
그 가운데서도 신용도가 낮거나 빚이 많은 기업에 대한 대출인 레버지리론은 1조20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강화된 건전성규제 때문에 은행은 공급한 레버리지론을 자산으로 보유하는 대신 시장에 매각했다. 이를 매입한 자산운용사는 레버리지론을 묶어 구조화한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을 사모펀드 등에게 팔았다. 저금리하에서 높은 수익으로 인기를 누렸던 CLO는 이제 2008년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됐던 주택저당증권(저신용 모기지를 묶어 구조화한 증권)과 같은 처지가 됐다. 레버리지론의 부도위험이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도가 높은 대기업의 단기운영자금을 조달하는 상업어음(CP)시장도 얼어붙고있다. Fed가 대출창구를 열었음에도 CP 매입을 꺼리는 머니마켓펀드(MMF)에 손실보전을 해주겠다고 다시 나선 이유다.
서사(敍事)경제학의 작가 로버트 실러 교수는 "주가 대폭락에는 바이러스의 실체적 위험뿐 아니라 사람들의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결국 팬데믹의 끝이 보이거나, 사람들이 그 위험이 관리가능하다고 자신감을 가질 때 비로소 공포도 진정되고 시장도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10년 이상 지속된 미국경제의 호황은 끝나고 이미 침체가 시작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팬데믹에 적극 대응할수록 경제활동은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미 실업급여신청이 급증하고 있으며 항공ㆍ호텔ㆍ자동차ㆍ요식산업 등에서 해고사태가 일어나고 있다. 경제전망기관들은 2분기 미국경제가 두 자리 숫자(%)의 마이너스 성장을 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팩데믹이 오래 갈수록 그린슈트(Green shoots, 경기가 하강하는 가운데 반등)는 기대하기 어렵고 빚이 많은 기업들과 창업자들은 더 많이 도산하고 실업도 더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질 때 글로벌경제의 성장동력은 멈출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미국을 대신해 글로벌경제를 이끌 나라가 없기 때문이다. 수출에 모든 것을 의지하고 있는 우리경제로서는 답답할 따름이다. 무엇보다도 GDP대비 100%가 넘는 우리나라 비금융기업의 빚이 팬데믹에 취약한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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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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