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본주의의 역사', 앨런 그리스펀, 에이드리언 올드리지 지음

[남산 딸깍발이] 미국, 과연 다시 도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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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공포가 주식시장을 지배한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의 대표 기업들이 모여 있는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12.93% 폭락하며 1987년 '블랙 먼데이' 이후 최대의 낙폭을 기록했다. 한 달 전까지만 해도 3만 고지를 눈 앞에 뒀지만 18일 2만선마저 무너졌다.


코로나19로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 속에 감춰져 있던 미국 경제의 '침체'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든 것이다.

한 없이 우상향할 것만 같았던 미국 경제가 직면한 문제는 무엇일까. 1980년대 후반부터 20년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과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의 정치 부문 에디터 에이드리언 올드리지는 신저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그 원인이 역동성의 실종이라고 지적한다. 300년 전 황무지이자 세계 변방에 불과했던 미국을 오늘날 세계 경제의 중심국으로 만든 개척과 모험 정신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대신 지리적ㆍ계층적 이동이 감소하는 '성채사회'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성채사회는 미국인들이 등 돌리고 떠나왔던 유럽 사회의 특징이기도 하다.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곧 창조적 파괴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창조적 파괴로 생산성을 높이고 이로써 파괴된 기존 일자리 같은 경제적 여파에 대해서는 정치로 봉합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호황과 침체가 반복됐다. 미국은 개인에 대한 토지 불하로 서부를 개척하며 몸집도 불렸다. 동시에 역사상 그 어떤 나라도 해내지 못한 고속성장을 장기간 이어왔다.

미국은 19세기 중반까지 산업화한 북부와 노예제를 고수하는 남부로 나뉘어 있었다. 이런 미국을 자본주의라는 한 방향으로 이끌었던 계기가 남북전쟁이다. 이는 결국 '어떤 형태의 미국이 번성할지' 결정하는 싸움이었다. 그 결과 산업과 교육이 발달했던 북부는 노예제 특성상 투자가 부진했던 남부에 승리한다. 미국식 자본주의가 승리한 것이다.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 '석유왕' 존 록펠러 같은 위대한 창업자들이 나타나 미국의 19세기 후반부를 이끌었다. 반면 이런 성장 과정에서 소외된 노동자들의 분노는 폭발했다. 1881~1905년 3만7000건의 파업이 일어날 정도로 노사 분열은 심각했다. 창조적 파괴에 대한 사회적 반작용인 셈이다. 정계는 이에 대응해 진보 성향으로 흐르며 다양한 기업 규제 법안을 도입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은 1902년 철도 합병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기소하라고 지시했다. 1906년에는 철도 요금 규제가 뼈대인 '헵번법'을 통과시켰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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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대 들어 미국은 창조적 파괴의 결실로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게 된다. 하지만 그 끄트머리에 대공황(1929~1939년)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공황이 한창일 때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 유명한 '뉴딜정책'을 실시한다. 이로써 방임주의 미국 정부는 거대 정부로 탈바꿈했다. 그러나 뉴딜정책 탓에 공공 부문 일자리 창출이 민간 부문 일자리 파괴로 이어져 2차 공황을 불러왔다. 이런 미국을 구한 것이 2차 세계대전이다. 미국이 폐허가 된 유럽 대신 세계의 제조업ㆍ금융업을 떠맡으며 명실상부한 1위 국가로 급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미국에 대적하는 새로운 경쟁국이 나타난 것은 1970년대다. 일본ㆍ독일 등 제조업 경쟁국들의 추격과 베트남전 패배가 맞물리며 미국 사회는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현상)에 진입하게 된다. 이런 미국을 위기에서 다시 구해낸 것이 창조적 파괴를 다시 내세운 기업들이다.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잭 웰치의 제너럴일렉트릭(GE)이 급부상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창업 자본주의'가 꽃을 피웠다. 다우지수는 끝없이 상승하고 세계화 시대에 미국은 '수호자' 역할을 맡았다.


'미국 자본주의의 역사'는 미국의 자본주의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죽 나열하고 있다. 이를 읽고 있노라면 성장과 쇠퇴가 반복되는 일정한 사이클이 눈에 띈다. 쇠퇴에서 다시 성장의 사이클로 미국을 끌어올린 것은 언제나 기업인의 개척정신이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복합적이다. 회사를 만들기가 한 세대 전보다 더 어려워졌다. 창업자는 '또 다른 빌 게이츠'가 되기보다 회사를 키워 매각하는 꿈에 젖는다. 비대해진 복지제도로 개혁이 어려워져 기업은 장기 투자를 꺼린다. 기업 규제까지 늘고 있다. 세계 주요 2개국(G2)으로 성장한 중국의 도전도 위협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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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복지비용의 증가와 금융 시스템의 불안정성을 고치고 미국의 성장 잠재력을 되살리려면 미국이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또 창조적 파괴가 필요하다. 하지만 창조적 파괴는 혜택뿐 아니라 그 비용도 만만치 않은 경우가 많다. 미국 사회가 정치적 부담에도 이 문제를 해결해 나아갈 수 있을까. 답은 미국인 자신들만이 알고 있을 것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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