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정부가 올해 9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면서 중저가 주택과의 세제 형평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고가주택에만 유독 높은 현실화율을 적용하면서 시세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공시가격 인상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고가 아파트 대부분이 강남권에 집중돼 있는 만큼 다음달 총선을 겨냥한 표심 잡기에 나선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강남권, 공시가 40% 이상 오른 곳 속출= 1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날 공개된 올해 1월 1일 기준 공동주택 공시가격에서 전국이 5.99% 상승한 가운데 서울의 상승률은 2배가 넘는 14.75%에 달했다.


특히 서울 강남권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전례없는 수준이다. 강남구가 25.57%, 서초구가 22.57%, 송파구가 18.45%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높았다.

개별 단지로는 40% 이상 공시가격이 오른 곳도 속출했다.국토부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세무팀장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84.99㎡(이하 전용면적)는 올해 공시가격이 21억1800만원으로 지난해 보다 40.8% 상승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합친 보유세 부담은 지난해 695만3000원에서 올해 1018만원으로 46% 오른다. 보유세의 경우 금액대별로 세율이 높아지는 누진제 구조인 탓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84.95㎡ 역시 올해 공시가격이 25억74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35.2% 올랐다. 보유세는 1123만원에서 1652만5000원으로 47% 뛴다.


반면 실거래 7억원대의 관악구 봉천동 관악드림타운 84.96㎡는 공시가격이 6.31% 오르는데 그쳤다. 보유세 상승률 역시 16.82%로 강남권 고가주택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고가주택 세부담은 더 늘어난다. 종부세 최고 세율이 3.2%에서 4.0%로 오르고,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 세부담 상한이 200%에서 300%로 상향조정되기 때문이다.


◆근거없이 고가주택만 콕 찝어 가격 올린 정부= 시장에서는 국토부의 올해 공시가격 인상은 다분의 의도된 인위적 조정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시세 대비 저평가된 고가주택의 공시가를 끌어올리겠다며 가격 구간별로 현실화율을 차등 적용하면서 유독 강남권의 공시가격 인상이 가팔랐기 대문이다.


실제 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평균 69%로 지난해 대비 0.9%포인트 오르는데 그쳤다. 하지만 9억~15억원은 70%까지, 15억~30억원은 75%, 30억원 이상은 80%까지 올렸다. 결과적으로 9억원 미만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1.97%에 그쳤지만, 9억원 이상 주택은 21.15% 치솟았다. 30억원 이상의 공시가격 인상률은 27.39%에 달한다.


국토부측은 이에 대해 중장기 로드맵에 따랐다고 설명할뿐 구체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고가주택을 '먼저' 현실화했다는 설명 뿐이다.


이와관련,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고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작년 한 해 동안 가격 상승폭이 컸고, 그동안 공시제도가 미흡하게 운용돼 저가 주택의 현실화율이 고가주택보다 오히려 높아 이를 바로 잡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실화율 적용 잣대가 되는 시세 역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토부가 기준으로 삼는 시세는 실거래가 민간기관의 부동산 매매가격 동향, 감정평가 선례 등을 종합해 한국감정원이 산정한 '적정가격'이다. 주관적인 잣대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9억원 이상 아파트 소유자들이 준조세를 포함한 과세부담 체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공시가격에 대한 소유자의 이의신청도 크게 늘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가 아파트와 중저가 아파트간 역차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인위적으로 가격대를 구분해 현실화율 잣대를 차등 적용한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보유세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등 60여개 행정 목적의 기준이 된다. 공시가격이 올라가면 60여개 달하는 세금의 부담이 더 커진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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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를 현실화하겠다면 조사한 시세를 정확히 밝혀야 할 것"이라며 "시세 공개를 하지 않는 한 이같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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