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잘 한다고 모두 임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임원 중에서 일을 못하는 사람은 없다.” 몇 년 전 삼성그룹 임원을 분석하는 기획 기사를 쓸 때 삼성그룹 최고위 관계자로부터 들은 말이다. 그는 ‘어떤 직원이 삼성에서 별을 다느냐’는 질문에 “다양한 변수가 있어서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돼 있다. 첫 번째는 능력 있는 직원 중에서 필요에 따라서 골라 발탁할 수 있을 정도로 삼성의 인재 풀이 넓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능력 없는 직원은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넉넉한 인재풀을 확보하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게 적임자를 제쳐 두고 엉뚱한 사람이 발탁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했다.

몇 년 전 일이 떠오른 것은 각 정당들이 총선에 나설 후보자를 선발하는 공천 과정을 지켜보면서다. 정당이 지향하는 가치를 구현할 비례 대표 후보자 명단을 보면서 삼성과는 극명한 대비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선하고 파격적인 발탁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전문성이나 대표성을 찾아보기 힘든 사람들이 상위 순번에 배치돼 있어서다. 아프리카TV에서 BJ(Broadcasting Jockey)를 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이력이 없는 28살 후보가 청년이나 IT 노동자를 대표할 수 있는 지 의문이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지 1년도 안 된 사람은 누구를 대변하겠다는 것인 지 알 수가 없다.


300명의 국회의원은 우리 정치의 현재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이 어떤 법을 만들어 통과시키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현재는 물론이고 미래가 바뀐다. 20대 국회 막바지에 통과된 이른바 ‘타다금지법’이 단적인 예다. 이 법은 국민들이 더 이상 타다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차량 공유 사업의 싹을 잘라 놓았다.

25년 전 이건희 회장이 지적했던 “기업은 2류, 관료는 3류, 정치는 4류”라고 한 뒤 기업은 비약적인 발전을 했지만 정치는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이 회장이 2류라고 했던 삼성이 국내를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반면 정치가 4류에 머물러 있는 주된 이유는 결국 사람의 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례 대표 몇 석에 눈이 멀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위성정당을 출현시키는 막장 정치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함량 미달의 정치인들이 양식 있는 정치인들을 밀어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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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 있는 사람이 모두 국회의원이 될 수는 없겠지만 깜도 안 되는 사람이 국회에 입성하는 일은 막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런 바람이 현실이 될 때 4류 정치가 3류 혹은 2류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다. 4류 정치를 바꿀 기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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