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입국 절차 밟아보니
신고서 작성 경쟁…전쟁통 방불
동시입국자 우르르…"줄 서있다 병 옮을라"
특별입국 확대시행, 곳곳서 허점
검역신고서 쓰는 공간 협소해 곤란
출발국 묻지 않고 특별심사대 보내
마스크 쓰지 않은 여행객 수두룩
입국객 비해 심사관 수 상대적 부족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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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김흥순 기자] 예전엔 없던 새 신고서를 작성하려는 입국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서로를 밀쳤다. 여기에 뭘 써야 하는지, 볼펜은 어디 있는지, 남들보다 빨리 공항을 빠져 나가려는 글로벌 시민들의 '신고서 작성 경쟁'은 흡사 전쟁통을 방불케 했다.


독일 베를린에서 14일 입국한 기자는 비행기 안에서 노란색 검역신고서를 받았다. 통상 쓰는 낯익은 종이다. 그런데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 입국자들이 지나가는 통로를 막아선 검역관이 '흰색 신고서도 작성해야 한다'며 서류가 비치된 장소를 안내했다. 독일에서 입국한 기자가 '흰색 검역신고서'를 작성해야 한 것은, 독일이 '특별입국절차' 국가로 15일 0시부터 적용됐기 때문이다. 기자는 14일 도착했지만 인천국제공항에선 하루 일찍 특별입국절차가 시행되고 있었다. 정부는 15일 0시를 기해 유럽 5개국(프랑스ㆍ독일ㆍ스페인ㆍ영국ㆍ네덜란드)에 특별입국절차를 적용했다. 그 전에는 중국과 홍콩ㆍ마카오ㆍ일본ㆍ이탈리아ㆍ이란만 대상이었다. 이어 정부는 16일 0시부터 특별입국절차를 유럽 전역으로 확대했다. 이를 전 세계로 대상을 확대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풀이된다.

특별입국절차 확대 시행은 그러나 곳곳에서 허점을 노출하고 있었다. 검역관 지시에 따라 흰색 검역신고서를 작성할 때부터 그랬다. 입국 게이트로 가는 통로 왼편에 비치된 테이블 위에는 신고서 양식과 볼펜이 준비돼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한 번에 몰리는 입국장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공간이 너무 좁은 게 문제였다. 독일에서 입국한 기자 외에도 주변에는 중국 칭다오, 태국 방콕,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온 입국객들이 몰려 서로 볼펜을 확보하느라 난리였다. 검역 신고하려다 각국 바이러스들이 뒤엉켜 서로를 감염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마저 들었다.


신고서를 다 작성한 사람들은 두 줄로 서서 체온 재는 절차를 기다렸다. 1대 1 발열체크도 특별입국절차 대상국 입국자에만 해당하는 조치다. 발열이 있는지 확인한 뒤 일반입국심사대가 아닌 특별입국심사대로 이동했다. 검역 관계자들은 입국객이 어디서 왔는지에 묻지도 않고 일단 모두 특별입국심사대로 보냈다. 가는 통로에는 "중국 또는 일본에서 온 이용객들은 여기로 이동해주세요"라고 쓴 표지판이 있었는데, 이는 별 의미가 없었다. 기자가 의문을 제기하자 한 자원봉사자는 "표지판이 아직 업데이트가 안 됐다"고 했다.

14일 특별입국심사대로 가기 위해 줄 선 인천공항입국객들 [사진=김형민 기자]

14일 특별입국심사대로 가기 위해 줄 선 인천공항입국객들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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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 설치 방법 설명 안내 [사진=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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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입국심사대도 동시간대 입국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한국 상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었는지, 한 독일인은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은 채 심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중국에서 온 우리 관광객 일부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이들이 여럿 보였다. 독일 출장을 갔다가 돌아왔다는 직장인 A(32)씨는 "줄 서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될 판국"이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태국 방콕에서 귀국한 B(28)씨는 "관계자들이 심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제대로 설명도 안 해주고 이리로 가라 저리로 가라만 반복해 불안감이 더 커졌다"면서 불만을 터트렸다. 심사대 주변에는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는 방법을 설명해놓은 안내문이 있었다. 줄을 서 기다리면서 앱을 깔고 심사를 받아야 했다. 특별입국절차 대상국 입국자는 모두 설치해야 하는 이 앱은 앞으로 14일 간 기자의 몸상태와 증상을 방역당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40분 정도 줄을 서 기다린 끝에 기자 순서가 왔다. 심사대에는 군인으로 보이는 심사관 약 10명이 앉아 입국자들과 일대일로 대면했다. 입국객들에 비해 심사관 수는 상대적으로 매우 적어보였다. 한 심사관은 "오늘 같이 같은 시간대에 입국자가 많이 몰릴 때는 우리도 어쩔 수가 없다. 최대한 할 일을 해야 하지 않겠나"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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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유럽을 다녀온 우리 국민이 귀국 후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온 20대 남성, 이달 초 이탈리아에서 부산으로 입국한 20대 남성이 최근 확진 판정을 받았다. 15일 오후 2시 기준 유럽발 특별입국 대상자 368명 가운데 47명이 기침ㆍ발열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의심증상자로 확인됐다. 독일발 입국자 중 유증상자가 32명(한국민 29명, 영국인 1명, 터키인 1명, 폴란드인 1명)이고, 영국발 유증상자가 15명(한국민 11명, 프랑스인 1명, 스페인인 1명, 영국인 1명, 이탈리아인 1명)이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특별입국절차 대상 지역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일선 검역소의 인력과 시설, 장비 등을 확충하고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도 "빠른 시일 안에 모든 입국자에 대해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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