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금융+실물 복합위기, 올 것이 왔다"

금융위기 후 빚내 떠받친 경제
바닥 드러낸 체력에 코로나19가 기름 부어

"코로나19, 허약한 韓경제 뺨 때린 격"…실물·금융 투트랙 위기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경제위기가 금융과 실물의 양 갈래로 닥쳐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이미 생산과 소비 충격이 가시화한 상황인데, 최근에는 금융시장까지 급락하며 패닉 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실물 복합위기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잔치를 벌였고, 사실상 빚으로 떠받쳤던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경제는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기초체력이 약화돼 있었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실물경기가 위축됐고, 시장이 흔들리면서 이제는 금융충격까지 더해지게 됐다.

◆美 금융시장 버블 터졌다…투자자들 금·채권도 팔아치워= 13일 한국거래소는 코스피가 개장 직후 8% 넘게 떨어지며 1700선까지 붕괴되자 미국 9·11테러 다음날인 2001년 9월12일 이후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정지)'를 발동했다. 장중 한때 500 선이 붕괴된 코스닥시장에도 서킷브레이커가 걸렸다. 두 증시에서 같은 날 서킷브레이커 조치가 시행된 건 사상 처음이다. 코스피는 62.89포인트(3.43%) 하락한 1771.44, 코스닥지수는 39.49포인트(7.01%) 빠진 524.00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하락하면서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226.0원까지 올랐다. 2016년 3월 이후 4년 만에 장중 최고치다. 투자자들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안전자산인 채권마저 내다팔아 주가, 환율, 채권 값이 동시에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일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8.7bp(1bp=0.01%포인트) 상승한 연 1.149%를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금현물 시장에서 금값도 g당 6만2240원으로 전일 대비 1170원(-1.84%)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증권시장에서 대거 빠져나가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가 커진 이달 들어서만 코스피에서 5조원 이상을 순매도했다. 1월20일 이후 외국인의 누적 순매도 금액은 11조원을 돌파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패닉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시작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내려도 시장의 공포를 잠재우진 못했고, 투자자들은 오히려 현금확보에 나섰다. 투자자들이 손절에 나서기 위해 눈을 돌린 곳이 바로 한국이었다는 얘기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국 경제가 내부적으로 취약했던데다, 코로나19 주요 발병국으로 꼽혔기 때문에 이를 계기로 외국인들이 빠져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치솟는 CDS프리미엄…한달새 50%이상↑= 코스피 시총 증발과 금융시장 악화는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요건 악화로 이어진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기업들이 자금조달까지 어려워지는 사태가 나타날 수 있고, 금융기관의 부실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미 신용평가사들은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낮추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저금리로 채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던 기업들의 신용경색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한 달 새 50% 넘게 뛰었다. CDS 프리미엄은 채권을 발행한 국가 또는 기업이 부도가 날 경우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파생상품이다. 부도 위험이 커지면 당연히 금융기관에서도 높은 CDS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 부도 위험이 상승하고 있는 셈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3일 한국의 5년물 CDS 프리미엄은 53.27bp(1bp=0.01%포인트)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지난 1월17일 20.90bp, 코로나19가 다소 안정되는 듯 했던 지난달 6일(24.05bp)와 비교하면 약 2개월 사이에 30bp 이상 오른 것이다. 우리나라의 CDS프리미엄은 과거 지정학적 위기감이 증폭됐던 2017년 9월 76bp까지 치솟았지만 그 이후에는 안정적이었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회사채 시장을 주의깊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로선 CDS 프리미엄 상승은 미국에서 회사채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자산 회피현상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망가진 실물경제 코로나19가 뺨 때린 격= 사실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이 약화돼 있었다는 것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나왔었다. 노동시간이 단축되고 최저임금을 올리는 과정에서 노동비용 충격이 가해지며 경제 전반이 취약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3%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다 지난해 2%대까지 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전반적으로 자영업·중소중견기업의 매출이 부진한데다가, 노동비용까지 오르며 더 취약해졌다는 것이다.


산업구조도 취약했다.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 지난해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며 이미 수출이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이번 사태로 수출길은 더욱 막힐 전망이다. 한국이 코로나19 주요 확산국 중 하나로 지목되자 인적·물적 교류가 끊겼고, 미국과 유럽까지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제는 교역조건도 우려해야 하게 됐다.


이런 사태가 이어지면 결국 부채가 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계부채는 물론이고 자영업자·중소기업 부채 상환율이 뚝 떨어지면서 금융기관과 대기업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1600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95.0%다. 실물경제의 두 배 가까운 돈이 기업부채와 가계부채로 쌓여 있는 셈이다. 민간신용비율은 2017년 4분기(181.9%) 이후 13.1%포인트 올라, 증가 폭은 국제금융협회(IIF)의 52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스웨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가계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주춤했던 기업부채마저도 불어나기 시작한 결과다.

AD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로 실물경제 충격이 있는 상황에서 세계 금융시장이 급락하고 한국이 고립되며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중소중견기업, 글로벌밸류체인(GVC) 영향을 받는 기업들까지 타격이 순차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