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내집마련 열공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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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는 공부가 숙명인 세상인가 보다. 좁아진 취업문에 재수 삼수가 항다반사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집마련도 공부 안하고는 못하는 세상이 됐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집사는게 뭐라고 돈까지 내고 스터디까지 하느냐. 발품이나 열심히 팔면 되지"라는 꼰대 지적에 되돌아오는 질문. "'아리팍'이 뭔지 아세요? '마래푸'는요?" "…."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이 단어들의 정체는 아파트단지 이름이었다. 이걸 아는 것이 부동산 스터디의 기초과정이란다. 도대체 무엇을 배우길래 아까운 돈을 쓰나. 그런데 진짜 공부 안하면 집도 못살 시대가 맞다.

3·6·9·15. 한창 유행이던 숫자 게임의 업데이트 버전이 아니다. 정부가 설정해 놓은 주택가격 구간이다. 최소한 이 숫자들에 대한 기본 개념이 없으면 내집마련 과목 낙제는 떼어놓은 당상이다.

앞으로는 6억원이 넘는 전국의 모든 주택을 사려면 자금조달계획서라는걸 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에서는 3억이 넘는 주택이 대상이다. 또 이게 투기과열지구내 9억원이 넘는 주택은 증빙서류란것까지 갖춰야 한다. 관련 서류만 15가지가 훌쩍 넘는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단순 암기과목 수준이다.

12·16 부동산 대책이후 웬만한 관련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집을 사고 팔때 내는 세금 문제는 아차 하면 오답은 커녕 머리만 싸매다 빈 답안지를을 제출해야 할 판이다. 집값을 잡겠다며 정부가 손대지 않은 분야가 없을 정도여서다.

취득세만 해도 지금까지는 취득가액에 따라 1~3%의 세율이 적용됐지만 이제는 6억~9억원 구간의 주택은 아예 100만원 단위로 세율이 쪼개졌다. 취득세 내려면 계산기는 필수다.

살던 집을 팔때 내는 양도소득세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면 중상급 난이도다. 어떤 곳은 새 집을 산 후 3년 이내에만 기존 집을 팔면 양도세를 안내지만, 어떤 곳은 1년이내에 새로 산 집에 입주하고 이 기간 내에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 한다. 다주택 여부를 판정하는 보유주택수 계산도 삐끗하면 낭패본다. 분양권의 경우 청약이나 대출때만 주택수에 포함했지만 내년부터는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내 주택을 처분하면 분양권도 집 한채로 친다. 양도세 폭탄을 맞는다는 의미다. 그런데 또 분양권 자체를 처분하면 중과세 대상이 아니란다. 결국 이 과목도 패스.

주택담보대출로 넘어가면 수학이 된다. 난이도 최상급. 그나마 가장 쉬운 방정식이 담보인정비율(LTV)이다. 이마저도 공식이 다 다르다. 어디는 70%인가 하면 50%, 40%인 곳도 있다. 그마저도 집값에 따라 다르다. 9억원 초과분 대출한도도 지역에 따라 20%, 30%로 차이가 난다. 15억원이 넘으면 아예 '0'이다. 여기에 총부채상환비율(DTI),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라는 공식까지 대입해야 한다. 주변에 과외선생으로 은행 대출창구 전담직원 한 명쯤은 알고 있지 않으면, 계산은 포기다.

어쩌다 집 사고 파는 것이 고차원 방정식이 돼버렸을까. 50이 넘은 기자의 젊은시절 내집마련 공식은 간단했다. 직장 생활하면서 알뜰히 모은 돈으로 열몇평짜리 다세대 전세에 세들어 살다 한푼 두푼 모아 대출끼고 집사고, 그돈 갚다 돈 좀 모이면 또 평수 늘려가고…. 그런데 젊은 세대들에게 그런말 함부로 했다가는 '물정 모르는 소리'라는 핀잔 듣기 십상이다. 서울은 고사하고 목좋은 수도권 30평대 아파트 사려면 10억원은 기본인 세상에 무슨 수로 알뜰 살뜰 돈모아 집을 사느냐고.

결국 너도나도 부동산 열공에 빠져든 이 이상한 열풍의 진원지는 정부다. 부동산 제도가 고차 방정식이 된 것은 집값 잡겠다며 있는 규제, 없는 규제 다 끌어모아 19차례나 쏟아낸 누더기 대책의 결과물이다.

집 한채 사고 파는게 이리도 힘든 나라가 또 있을까. 쏟아진 대책 제대로 알기도 전에 또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벌써 걱정된다. 언제까지 두더지잡기식 누더기 집값 대책을 반복하고 있을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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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환 부국장 겸 건설부동산부장 dhjung6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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