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1인체제 공고화 도구 된 코로나19 전투
[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자가격리를 끝내고 외출에 나선 9일. 코로나19 때문에 삭막했던 베이징의 모습은 많은 게 변해 있었다. 베이징에도 봄이 왔다. 아파트 화단에는 개나리가 피어났고, 사람들의 겉옷 두께도 한결 얇아졌다. 거리에도 활기가 돌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정상적인 일상생활로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거리의 자동차도, 사람도 2주 전보다 많아졌다.
다만 기자가 거주하고 있는 베이징의 한국인 밀집지역 왕징은 저녁이 되면 아파트의 거의 모든 집 실내등이 환하게 켜진다. 아직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삼가고 있거나 격리기간에서 해제되지 못한채 집 안에만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자가격리라고 하더라도 감시는 꽤 꼼꼼한 편이다. 관할 지역사회가 직접 나서 사람들을 밀착 감시한다. 파출소와 주민위원회가 번갈아가며 주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자가격리자가 제대로 격리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감시한다. 많은 아파트들이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이니, 14일간 자가격리를 한다' 내용이 담긴 통지문을 격리자의 현관문에 붙이기 때문에 아파트 경비요원들은 내부 순찰을 돌다가 통지가 붙은 집을 발견하면 초인종을 눌러 안에 사람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한다. 하루에도 몇차례 불시검문을 받는 셈이다.
여러가지 방역 조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현재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공포는 한결 누그러졌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0명 밑으로 떨어졌고 이 마저도 대부분 후베이성 우한시 한 지역에 집중돼 있다.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언론들은 매일 오전 코로나19 감염 현황 통계가 발표될때 마다 대다수 지역에서 신규 확진자가 '0명'으로 기록됐고 치유돼 퇴원한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는 희망적인 내용을 집중 보도하고 있다.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목전에 뒀다는 기대감도 넘쳐나고 있다.
중국은 코로나19 통제에 성공한 공을 시진핑 중국 주석에게 몰아주는 분위기다. 시 주석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여러차례 대응 회의를 주재하고 현장을 찾아 진두지휘해 지금의 코로나19 통제 진전이 나오고 있다는 식으로 포장되고 있다. 신화통신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시 주석이 어떠한 활동들을 했는지를 되짚어보는 보도를 내보내며 시 주석의 일거수일투족을 업적화 하기도 했다.
연초만 해도 홍콩 민주화 시위와 미중 무역전쟁, 대만 선거 이슈로 인해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 지도부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위기론이 불거졌지만 순식간에 분위기가 180도 변한 셈이다. 코로나19 발병이 시작되고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중국은 '애국심'을 강조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결국 시 주석은 위기의 중국을 바로 세운 현명한 지도자로 이미지를 다시 바꾸는데 성공했다.
중국 밖으로 코로나19 확산되는 상황을 기회로 포착한 듯 코로나19도 원래 중국에서 시작된게 아닐 수도 있다는 식의 중국 전문가 주장도 곁들여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노골적으로 "중국 정부가 시 주석을 코로나와의 싸움의 영웅으로 묘사한다" 제하의 기사로 시 주석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큰 역할을 한 결단력 있는 지도자로 묘사하고 있는 중국 내 분위기를 꼬집었다.
정치적으로 폐쇄적인 중국에서 위기의 상황을 극복하는데 힘 써 준 지도자를 영웅화 하는 게 꼭 잘못된 일이라 할수는 없지만, 문제는 시기에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 국면이 진정세를 나타내기는 했어도 여전히 2만명에 가까운 확진 환자들이 치료를 받고 있고 중국 밖에서도 겉잡을 수 없을 만큼 확산되고 있다. 절정을 지나 수그러들기 시작한 중국과 이제 막 확산에 속도가 붙은 중국 밖의 상황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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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승리했다고 자화자찬하며 '시진핑 영웅화'를 하기에는 너무 염치가 없는 상황이라는 얘기다. 코로나19와 싸워준 국민들의 노력과 헌신을 공산당 내 1인 체제 공고화의 도구로 삼아서는 안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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