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3차 공판기일이 열린 5일 서울중앙지법 424호 법정에는 재판 도중 난데 없이 고성이 울려퍼졌다. 이날 재판장과 검사, 검사와 변호인간 설전은 '전대미문의 재판'으로 불린 지난해 12월 이 사건 공판준비기일에서 벌어진 법원·검찰 대립의 축소판이었다. 피고인 정 교수도 놀란듯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시선을 떼지 못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서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법원·검찰·변호인 재충돌
포문은 고형곤 부장검사 등 재판에 참석한 검사들이 열었다. 자신들이 증거로 확보한 동양대 PC 2대와 정 교수의 자산관리인 김모씨의 하드디스크에 대한 열람 등사를 재판부가 허용하자 반발하고 나섰다. 검찰은 "재판부가 열람 등사 시 생길 수 있는 위험성이나 폐해를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며 "피고인과 가족이 아닌 수많은 사람의 인적사항, 전화번호, 범죄사실이 포함된 판결문 등이 들어있어 유출이 우려된다"고 했다.
정 교수 측은 곧바로 반론을 폈다. 변호인은 "그 기록은 우리 피고인과 가족이 만들고 사용하던 것"이라며 "사생활 보호의 주체가 왜 검찰인가. 우리 것을 달라고 하는데 그걸 못 주는 근거는 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이하 설전 장면
고성 섞인 설전은 재판장인 송인권 부장판사가 검찰에 불쾌감을 드러내자, 그제야 마침표를 찍었다. 갑작스럽게 설전이 오가면서 당초 예정된 서증조사는 20분이나 지연된 뒤 시작됐다.
또다시 회자된 '강남빌딩의 꿈'
검찰은 이어진 서증조사에서 지난 공판기일에서 제시한 '강남빌딩' 문자 메시지를 다시 언급했다. 강남빌딩 문자 메시지는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에 임명된 이후인 2017년 7월 자신의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 빌딩을 사는 것"이라고 보낸 것이다. 지난달 31일 2차 공판기일에서 한 차례 공개됐다.
검찰은 "모든 사람이 강남에 집이나 건물을 산다는 꿈을 꿀 수 있으나 그 자체가 죄가 된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모든 범죄에 있어서 이런 부에 대한 욕심이 범행동기가 되는 사례는 많다"고 했다. 이어 "범죄의 동기가 되거나 범행의 목적이 되면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차 공판기일 이후 "정 교수는 강북에 건물과 대지를 상속 받아 이미 건물주이고 이러한 의사가 표시된 문자가 사모펀드 관련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변호인단의 주장에 재반박한 것이다.
검찰은 그러면서 "정 교수가 상속받은 강북 건물 지분은 24억짜리 해당 건물의 3분의 1이었고, 당시 재산신고 금액도 50억에 불과했다"며 "이 정도로는 강남건물 소유가 어렵다는 게 상식에 가깝다"고 했다. 또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씨는 이런 정 교수에게 7억만 있으면 사모펀드 1년 운영으로 14억, 2년만하면 25억이 될 수 있다는 상상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었다"며 "조범동씨와 투자 상담 직후 정 교수가 동생과 주고 받은 강남빌딩 꿈 문자는 결국 이 사건 범행의 동기를 설명해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檢 "정경심, 보석 반대한다" 에둘러 표현
검찰은 정 교수와 조 전 장관, 조씨가 전화 통화를 주고받은 기록을 제시했다. "지난해 8월 14~15일 사모펀드 관련 의혹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정 교수는 조 전 장관과 통화하고, 이후 조범동, 조범동은 다시 코링크PE 관계자들과 통화하는 패턴이 나온다. 이런 패턴은 조 전 장관 청문회 기간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언론 보도로 조 전 장관 등에 대한 불리한 부분이 드러나자 정 교수가 조 전 장관과 협의하고 이후 조씨에게 해명 자료 등을 지시했다는 주장이었다.
검찰은 조사기간 정 교수가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허위 진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허위 진술을 계속하고 일정 기간엔 출석에도 불응했다"며 "보석 결정을 내릴 때 이런 부분을 참작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첫 공판기일에서 서증조사 뒤 정 교수의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이 같은 서류 증거조사를 통해 정 교수의 보석 반대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조국 트위터 공개… "증거" vs "사건과 무관"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조 전 장관의 트위터 일부를 제시하기도 했다. 해당 트윗은 2015년 성완종 리스트 논란 당시 조 전 장관이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에 대해 비판하는 내용이 담겼다. 조 장관은 트윗을 통해 "홍준표가 '아내가 숨긴 경선자금 1억2000만원을 이번에 알게 됐다'고 말한 건 재산신고를 의무화하는 공직자윤리법 위반을 피하기 위해 계산된 발언", "훌륭한 부인을 뒀다고 부러워해야 하나"라고 했다.
정 교수 측은 즉각 반발했다. 해당 트위터는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이라는 취지였다. 변호인은 "어떤 범죄 사실에 대해 얘기하려고 조국 전 장관 트위터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검찰은 "조 전 장관이 처의 재산신고와 관련해 엄격한 기준을 갖고 있어 정 교수가 증거인멸 등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에 정 교수 측은 법정을 나서면서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트위터 제시는 조 전 장관 망신주기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변호인 "검찰 주장은 논리적 비약"
검찰은 서증 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이번 범행은 민주주의 근간을 침해하는 것이고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중대 범죄이니 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한 정 교수의 일련의 행위들이 법률상 금지됐거나 형법상 처벌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며 무죄 입장을 고수했다. 변호인은 "공직자의 처가 보유한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지 않는 것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며 "비실명 금융거래의 경우 일반 시민이 해서는 안된다는 규범이 없다"고 했다. 변호인은 또 "피고인이 강남 건물이 꿈이라고 한 번 말한 것을 검찰은 15번 이상 언급하며 범행의 동기라고 얘기하고 있다"며 "이는 논리적 비약이자 검찰이 이 사건으로 이루려는 정치적인 의도가 극명하게 드러남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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