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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구제역 때보다 더 심각한 절체절명 위기"…돼지열병으로 마비된 마장동 축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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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서 널뛰기에 손님 발길 뚝 끊겨
명절 물량 소진 후 품귀현상 심화
비축량 없는 도매상 이틀째 묻 닫아
수입산 급등 전망에 사재기 움직임

[르포]"구제역 때보다 더 심각한 절체절명 위기"…돼지열병으로 마비된 마장동 축산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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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 "몇 십년만의 최대 위기입니다. 아무리 인체에 무해하다고 떠들어봐야 소용없어요. 돼지고기 찾는 사람이 뚝 끊겼습니다. 물량은 또 어떻구요. 일부 도매상들은 이동 제한 조치 때문에 도매처에 고기를 못 댄지 이틀이나 지났습니다."


지난 27일 오후 마장동 축산시장에서 만난 상인 임국현(39)씨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로 마비된 사정을 설명하며 혀를 내둘렀다. 임 씨는 "첫 이동 제한 조치 당시에 돼지고기 경매가가 하루 만에 30% 뛰었다"면서 돈육 가격 널뛰기에 상인들도 하루하루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마장동 축산시장은 확진 후 살처분으로 돼지가 사라진 돈사처럼 시장 곳곳이 썰렁했다. 탑차나 오토바이 몇 대만 간간히 지나갈 뿐이었다. 오전 장사를 끝낸 일부 도매상은 아예 셔터 문을 내린 곳도 있었다. 축산시장 서문에서 북문과 남문에 이르기까지 2시간여 동안 상인을 제외하고 돼지고기를 사가거나 시세를 묻는 소비자들은 거의 없었다. 한 근(600g)에 1만2000원하던 삼겹살이 1만4400원까지 오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임 씨는 "중국이 ASF로 돼지가 전멸하고 고깃값이 치솟았다는데 한국 확산속도가 더 빠르다고 해서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2011년 구제역 파동 당시보다 더 큰 여파가 있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역력했다.

[르포]"구제역 때보다 더 심각한 절체절명 위기"…돼지열병으로 마비된 마장동 축산시장 원본보기 아이콘


돼지열병의 확진 시기가 추석 연휴 직후였던 점도 물량 부족을 키운 원인 중 하나였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비축했던 돼지고기 물량을 소진한 뒤 판매용 돈육과 비축 물량을 확보해나가야 하는 시기였던 지난 17일 확진됐다. 영양한우의 이창규(62)대표는 "돼지 이동 제한 명령이 수시로 발동되면서 영업 마비 상태가 됐다"며 "손님이 찾아와도 고기가 없어 팔 수 없고 비축량으로는 이틀 치도 버틸 수 없는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매일 수백 마리 돼지를 경락받아 정형한 뒤 소매업체에 판매하던 마장동의 도매업체는 이틀째 문을 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호축산 강성우(56)씨는 "언론에서 심각성을 연일 보도하다 보니 손님들도 염려가 커 돈육을 찾지 않는다"며 "이대로 가다간 대한민국 돼지 씨가 다 마를 지경"이라면서 한숨을 연신 내뱉었다.

축산시장 상인들은 국산 돈육 가격 상승에 따라 수입고기 가격 역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내 ASF 발병으로 수입고기 시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가격이 급등하는 추세다. 중국의 돼지 사육 마릿수가 전년보다 38.7% 감소했고 올해 7월 기준으로 수입량은 전년 동기보다 24.5% 뛰었다. 이처럼 중국의 돼지고기 수입 확대에 국내 ASF 확진까지 더해 수입고기 가격 상승이 예상돼 일부에서 사재기 움직임이 보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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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ASF 발병에 따른 당국의 이동 제한 조치가 계속 발동될 경우 도축량 증감으로 경매 가격도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된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의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ASF 확진 전날인 지난 16일 전체 돼지고기 1㎏당 평균 도매가격은 4558원이었다가 지난 18일에는 6201원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 25일에는 5097원으로 급등락을 이어갔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다음달 돼지 도매가격이 전년 대비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등급판정 마릿수는 158만~161만 마리로 내다봤다. 전년 동기 169만 마리에서 감소한 수치다. 도축 마릿수의 감소로 평균 도매값은 전년대비 오른 1㎏당 4000~4200원으로 추정되며 ASF 영향으로 등락 폭이 더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한편, 지난 28일 돼지 이동 제한 명령은 해제됐다. 해제 직후부터 전국 도축장과 농협 공판장, 도매시장을 통해 돼지고기 공급도 재개됐다. 그러나 경기 북부권을 중심의 중점관리지역은 차량 이동 제한과 집중소독이 이어진다.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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