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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트럼프 대통령의 미·중 무역전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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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 전 세계를 무역전쟁의 불확실성으로 몰아넣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애매한 상황에 처해 있다. 초반만 해도 기세 등등했다. 그는 2016년 대선 때부터 대중국 무역적자를 없애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사실상 그때부터 미ㆍ중 무역전쟁은 예고돼 있었다. 때마침 미국민들의 정서와도 맞아떨어졌다. 중국은 1990년대 이후 미국이 엄청난 공을 들여 구축한 자유무역체제에 무임승차한 후 짧은 시간 내 세계 경제 규모 2위 국가로 성장해 미국을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나는 무역전쟁을 위해 선택된 사람"이라고 말한 것으로 봐선 '소명 의식'까지 생긴 듯하다.


그러나 인구 14억명의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한 중국이 쉽게 무너지지 않고 버티면서 상황이 꼬이고 있다. 미국 내 전문가들 사이에선 내년 미 대선 때까지 중국이 버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에서 더 심각한 문제는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내년 재선을 앞두고 최대 '치적'인 미 경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미국 경제는 50년 이래 최저치인 3% 중반대의 실업률을 기록하는 등 견고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1분기 이후 미ㆍ중 무역전쟁을 '불확실성'으로 간주한 기업들이 투자를 축소하면서 최근 주가가 폭락하는 등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9번의 경기 침체(recession) 과정에서 7번이나 나타났던 미 국채 장ㆍ단기물의 금리 역전 현상도 최근 잇따르고 있다. 백악관 경제 참모들마저 트럼프 대통령에게 향후 미 경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보고서를 올렸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대중국 보복 관세 조치를 발표한 지 3일도 채 되지 않아 취소 가능성을 언급하는 등 좌충우돌하고 있다. 3000억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크리스마스 시즌 '소비자 부담'을 이유로 이 중 절반 이상의 제품은 부과 시기를 오는 12월15일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대책없는 오락가락 정책으로 지켜 보는 사람이 현기증을 느낄 정도다.


본인의 정책 중 보기 드문 '초당적' 지지를 바탕으로 미ㆍ중 무역전쟁을 밀어붙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진 기분일 것이다. 계속 밀어붙이려니 재선에 악영향이 우려되고, 물러서자니 얻은 게 없어 체면이 서지 않는 상황이다. 월가에서는 진즉부터 '트럼프 풋(Trump put)'이 재현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거친 언사로 상대방을 자극해 갈등을 고조시킨 뒤 정작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해 동결시키거나 슬그머니 발을 빼고 방치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내에선 최근의 난데없는 덴마크령 그린란드 매입 검토 논란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신 건강'에 대한 우려마저 커지고 있다.

부디 그의 좌충우돌 언사와 중구난방 정책이 한국에 불똥을 튀기지 않길 바란다. 안 그래도 한일 갈등 격화, 꼬여 있는 북핵 문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 수입 자동차 관세 부과 여부 등 민감한 현안들이 첩첩산중이다. 설상 가상으로 최근엔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애플에 대한 지원 의사까지 밝혀 별도의 관세 전쟁의 방아쇠가 한국 기업들을 향할까 우려되고 있다 .


이제라도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 관계에 대해 다시 고민해야 한다. 국제 관계가 비록 무정부주의적이고 '힘'이 우선이지만, 다자주의와 국제협력에 바탕을 두어야 전쟁 등 불행한 사태나 퇴행 없이 상호 발전할 수 있다. 최근 200년간 전쟁이 급속도로 감소한 것은 인류가 무력보단 평화ㆍ교류의 이득이 훨씬 크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가 그렇게 조롱한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가 지난 6월4일 퇴임전 마지막 회담에서 유엔(UN) 창립의 기초가 된 '대서양 헌장(Atlantic Charter)'을 선물한 이유도 그런 뜻에서 였으니, 진중한 재독을 권한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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