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사태 반복 안 돼" 백서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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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한국 해운산업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한 지 3년 만에 파산 과정 전반을 되짚는 '백서(白書)'가 발간됐다. 백서에선 전문성 부족으로 시황 급락에 대처하지 못했던 경영진, 국가 기간산업을 시장논리에만 맡긴 당국의 실책 등을 주된 원인으로 지목하며 해운산업 재건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려대학교 해상법연구센터와 한국해운물류학회는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국선주협회 대회의실에서 '한진해운 파산 백서 연구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한종길 성결대 교수, 김인현 고려대 교수가 각각 경영ㆍ법률분야를 맡아 발표를 진행했다.

한 교수는 우선 한진해운 파산의 내부적 요인으로 한진해운 경영진의 전문성 부족과 이에 따른 선박투자전략 부재를 지목했다. 해운업황이 최고조에 달했던 2000년대 중반 신조 선박을 비싼 값에 대량 발주하거나 장기 용선(用船)했고, 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불황기에 재무적 압박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왔단 설명이다.


외부적 요인으로는 정부가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을 시장 논리에만 맡기는 우(憂)를 범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정관리 신청 당시 금융위원회는 정부 지원을 통한 회생 대신 자율협약 및 자구노력을 강조하며 파산으로 이어지게 했다는 것이다. 이는 위기시 적극적으로 선사를 지원한 외국의 사례와 대비된다고 백서는 분석했다.

특히 백서에선 정부가 해운에 대한 이해 없이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시기 설정된 '부채비율 200%' 기준을 해운산업에 일괄적용 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부채비율 200% 기준을 맞추기 위해 한진해운은 보유한 선박을 매각하는 대신 비싼 가격에 용선하는 전략을 선택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이는 수익성 악화와 파산으로 연결됐다는 것이다.


이밖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이후 한진해운이 보유 중이던 미국 롱비치컨테이너터미널(LBCT) 지분을 헐값에 매각한 것,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를 포기한 것도 한국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내ㆍ외 전문가들의 지적도 대동소이했다. 하영석 계명대 교수는 한진해운 경영진의 전문성 부족과 도덕적 해이를 주된 원인으로 꼽으면서 "정부는 해운산업에 대한 투자 없이 시장의 원리만 주장했다"고 꼬집었다. 양이치 대만 교수도 우리 정부가 한진해운 사태 당시 기업 회생보단 화물 하역 문제에 집중하는 한편, 자산을 헐값으로 매각해 한국해운산업의 국제경쟁력을 하락시키는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백서는 한진해운 파산과 같은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선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운산업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론 ▲한국형 해운시황예측기법 개발 ▲한국형 해운거래시장 구축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등 대응 지원 ▲컨테이너 선사 위기대응시스템 구축 ▲해운선사 위기시 대응을 위한 전문가 위원회 구성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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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교수는 아울러 규제완화와 제도적 지원책도 강조했다. 그는 "일본처럼 한국전력, 포스코 등 국가 기간산업의 운송물량을 국적 선박을 이용토록 권유하고, 미 이행시 각종 행정적 불이익을 주는 방안에 대한 제도적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해운사업의 특성을 감안, 해외선사와 경쟁할 수 있는 금융조건도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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