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꽃나무를 심다/이양희
집 안에 꽃나무를 심는 일은
담 밖에 꽃을 피우는 일이다
묘목이 자라 첫 꽃을 피운 날처럼
어느 먼 봄날의 햇살에 저의 심장을 터뜨리며
마침내 담 밖으로 꽃을 내밀 때
오고가는 걸음을 꼭 붙잡는 일
그들의 마음 문을 밀고 들어가는 일
담을 넘어 꽃나무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이다
눈보라 치는 겨울을 견디며
그들의 꽃을 기다리게 하는 일
그들의 사계절을 일구게 하는 일이다
집 안에 꽃나무를 심는 일은
담 밖에 꽃을 피우는 일이다
마음 한쪽에 꽃나무의 묘목을 기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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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그 골목길, 학교를 가고 친구를 만나러 가던 그 골목길, 십수 년 동안 햇살 한쪽도 늘 그대로던 산 아래 골목길, 기일 지난 동시상영관 영화 포스터들이 심심하니 붙어 있던 골목길, 드문드문 깨꽃들 위로 접시꽃이 두리번거리던 삼양동 그 골목길, 그 골목길에서 열두 번째 집, 녹슨 민트 색 대문 집, 담벼락 아래 낡은 나무 의자가 끄덕끄덕 졸던 그 집, 왜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의자에 앉아 한참을 울던 밤, 그 밤, 담 너머 그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꽃나무, 내가 다 울 때까지 그냥 같이 있어 주던 그 꽃나무, 그 환하던 꽃나무, 누구에게나 마음속에 한 그루씩 피어 있는 바로 그 꽃나무.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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