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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전략도 없는데 투지마저 모자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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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조사한 1월 4주 차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다. 한국당 측은 내심 회심의 미소를 지을지 모르겠다. 국정농단 사태가 본격화한 2016년 10월 3주 차(29.6%) 이후 2년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지지율이라니 말이다.


이를 두고 정가에서는 여러 가지 원인 분석이 나오는 모양이지만 이거 허수다. 한국당이 잘해서 얻은 성과보다는 정부ㆍ여당의 거듭된 악재로 인한 반사이익이 더 큰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시쳇말로 하자면 '주는 것도 제대로 못 받아먹는' 모양새다. 정부ㆍ여당의 잘못을 제대로 추궁할 전략도 부재하고, 이에 맞설 투지도 실종 상태여서 벌어지는 일이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투기 의혹에 대한 대응을 보자. 한국당으로선 모처럼 만난 호재였다. 초선이지만 손 의원이 지닌 정치적 비중도 그렇고, 국민 정서에 비추어 투기로 볼 만한 의혹이 쏟아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한국당은 '헛발질'을 했다. 손 의원 의혹의 핵심은 투기 여부와 이해충돌이다. 투기로 몰아가려면 투기와 투자를 명확히 정의하고, 투기로 볼 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를테면 금융권에서 11억원의 대출을 받아 이 중 7억원으로 목포의 부동산을 샀다는 보도를 파고들었어야 하지 않을까. 월 300만원의 이자를 부담하면서 고향도 아닌 곳에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단순히 선의가 아니라 장래의 이익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는 '합리적 의심'을 부각시키는 식으로 말이다. 이해충돌 또한 마찬가지다. 손 의원의 국회 발언, 피감기관에 대한 압력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사례 백서'라도 내서 임팩트를 강하게 했어야 마땅하다. 한데 한국당은 '조준 사격' 대신 '전선'을 확대했다. 대통령 영부인과의 연관성을 암시하며 처음부터 '초권력형 비리'라고 목소리만 높인 것이 그것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명백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니 이는 '불발탄'에 그치면서 공세가 무뎌진 끝에 결국 '이해충돌 전수조사' 같은 역공을 당하기에 이르러 갈수록 논점이 흐려지는 형국이다.


이것이 전략 부재의 예라면 투지 부족으로 인한 '자책골'도 있다. 한국당은 지난 24일 '좌파독재 저지 및 초권력형 비리규탄 릴레이 단식'이란 이름으로 국회 의사당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된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임명을 강행하자 나선 대여 투쟁이었다. 한데 이런 것을 '투쟁'이라 할 수 있을까.

하루 2개 조가 의사당 안에서 무려 '5시간30분씩' 먹지 않고 앉아 있는 것은 투쟁이 아니라 개그다. 누구나 하루 몇 시간씩, 심지어 저녁과 아침 사이엔 열 시간 이상씩 '단식'하는 것 아닌가. 당연히 '릴레이 다이어트'니 '딜레이(delay) 식사'니 하는 조롱이 쏟아질 수밖에. 단식이 한국 정치사에서 갖는 의미는 젖혀두자. 이런 식의 단식 농성은, 얼른 떠오르는 투사의 풍찬노숙(風餐露宿)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웰빙 정당'의 재롱이나 투정에 가깝다.


한데 한국당의 원내부대표란 이는 한술 더 떴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릴레이 단식 논란에 대해 "기자들이 핵심은 놔두고 희화화했다"며 '민주노총 조합원인 기자들' 운운했다. 이건 정말 민심과는 동떨어진 인식이다. 가열찬 투쟁으로 핵심을 부각하는 대신 결국 슬그머니 '단식'이란 표현을 빼기에 이른 '보여주기식 정치'를 한 것이 한국당이다. 게다가 지난 22일 손 의원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간사 협의 없이 개최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한국당 의원은 불과 세 명만 참석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보면 한국당이 과연 잠재적 집권당은커녕 야당 노릇이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아할 따름이다.


그러니 솔직히 말하자면, 26.7%도 아깝다.


김성희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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