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쿠알라룸푸르 최세진 객원기자] 지난 3일 저녁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도심의 유명 식당체인의 외부 테라스. 여느 때처럼 식당 내부는 물론 외부 테라스까지 손님들로 북적거리지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쉽게 볼 수 있던 장면이 사라졌다. 테이블 위에 늘 놓여있던 재떨이가 없어진 것은 물론 담배를 피우는 고객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새해부터 모든 식당과 카페에서 흡연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새해 첫날부터 시행된 이 '흡연 금지법'은 일반 식당은 물론 사방이 트인 노천식당에서도 흡연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일반담배는 물론 전자담배와 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물담배도 피울 수 없다. 만약 이 규정을 어기게 되면 1만링깃(약 275만원)의 벌금을 물거나 2년 이하의 징역형을 살아야 한다.
금연구역 위반에 최대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는 한국과는 비교조차 힘든 처벌이다. 심지어 '벌금의 도시(Fine city)'로 불리는 이웃 싱가포르의 1000싱가포르달러(약 82만원)보다 3배나 높다. 흡연자는 물론 점주도 2500링깃의 벌금을 물게 된다. 다만 이 규정은 6개월의 계도기간을 두고 있어 실질적 처벌은 오는 7월부터 이뤄진다.
실제로 줄케플리 아흐맛 말레이시아 보건부 장관은 법안 시행 이튿날인 지난 2일부터 5000명이 넘은 직원과 보조인력이 현장 점검에 나선 결과 하루동안 금연 위반자에게 1453건의 서면경고장이 발부됐으며 3879명에게는 구두 경고를 내렸다고 밝혔다. 보건부는 이와함께 단속을 담당할 공무원이 착용하게 될 조끼와 표지도 함께 공개했다.
하지만 새 법 시행에도 식당만 벗어나면 여전히 길거리는 금연과는 거리가 먼 것이 현실이다. 길거리 흡연은 물론 보행 중 흡연은 규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심에서 만난 한 외국 관광객은 "싱가포르와 달리 식당 외의 장소에서는 자유롭게 담배를 피울 수 있다 보니 금연 정책이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2015년 발표한 국민건강질병조사 통계에 따르면 15세 이상 말레이시아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흡연율은 22.8%로 4년 전인 2011년(23.1%)보다 소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흡연자 성별로는 여성이 1.4%에 불과한 반면 남성은 43%로 여전히 절반 가까운 실정이다. 인종별로는 말레이계가 24.6%로 흡연율이 가장 높았으며 인도계 19.7%, 중국계가 15.4%의 순이다.
현지에서는 일부 국민의 반대 여론이 있지만 이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오는 7월부터는 쿠알라룸푸르 도심 등에서는 강력한 금연 정책으로 식당 내 간접흡연의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쿠알라룸푸르 최세진 객원기자 soundsto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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