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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인터뷰]권기홍 "혁신성장 안 보이고 최저임금 부작용만 부각됐다"

최종수정 2019.01.03 14:14 기사입력 2019.01.03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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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에게 길을 묻다 ②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최저임금 부작용 충분히 예상 가능…'만악의 근원' 아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응할 구체적 '방법론' 제시 못 해
노사정 대타협 전제 말고 혁신성장, 신산업 국한 말아야
주력산업 혁신 만드는 것이 더 중요…동반위가 플랫폼 만들 것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은 경제학자이면서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노사정 현장 경험과 지식을 두루 겸비한 원로로 정부기관장이나 장관은 '전문적 제너럴리스트'가 돼야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동반성장위원장 취임 이후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처우 불균형 문제가 사회 문제점을 키운다는 인식 아래 '임금 격차 해소 운동'을 추진해왔다.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은 예견된 문제지만 정부의 대응이 아쉬웠고 성장론을 제시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권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구로구 키콕스벤처타워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최저임금 인상 논란을 비롯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노사정 대타협 등 우리 경제와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한 고견을 밝히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은 경제학자이면서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역임했다. 노사정 현장 경험과 지식을 두루 겸비한 원로로 정부기관장이나 장관은 '전문적 제너럴리스트'가 돼야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동반성장위원장 취임 이후 중소기업과 대기업 간 처우 불균형 문제가 사회 문제점을 키운다는 인식 아래 '임금 격차 해소 운동'을 추진해왔다. 급격히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인한 현장의 혼란은 예견된 문제지만 정부의 대응이 아쉬웠고 성장론을 제시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권 위원장이 지난달 27일 구로구 키콕스벤처타워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최저임금 인상 논란을 비롯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노사정 대타협 등 우리 경제와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한 고견을 밝히고 있다. 김현민 기자 kimhyun81@




[대담=이경호 아시아경제 중기벤처부장, 정리=한진주 기자] 권기홍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핵심 공약이었지만 부작용은 충분히 예상가능한 부분이었다"면서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성장론만 남고 또 다른 한 축인 '혁신성장'이라는 성장론이 잘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이 불안해지니 '최저임금'을 희생양으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구로디지털밸리 키콕스벤처센터에 입주한 동반위에서 아시아경제와 가진 신년인터뷰에서 최저임금 관련해 경제사회적 갈등이 커진 이유를 이 같이 진단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2020년 1만원)을 비롯해 여야 대선후보 모두가 2020년 또는 2022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하지만 현 정부 출범 직후 첫해와 이듬해 2년 새 29%가 오르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자영업자로부터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인건비 인상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도 커졌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인터뷰가 진행된 이날은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주휴수당을 최저임금 산입에 포함시키기로 의결하면서 노사정 간에 갈등이 더 커졌다. 권 위원장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가르친 학자이자 참여정부 시절 노동부 장관을 지냈고 단국대 총장, 대구사회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하며 우리 경제와 사회가 맞닥뜨린 현안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는 식견을 두루 갖춘 원로다. 2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대립과 갈등을 주제로 한 질의응답이 오갔지만 권 위원장은 낮은 톤에 여유를 가지면서도 돌직구같은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권 위원장은 최저임금의 속도조절과 부작용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어야 하지만 경제와 고용 관련 주요 지표가 나빠졌다고 해서 최저임금이 만악(萬惡)의 근원이라는 데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고용지표가 악화된 것은 최저임금보다는 자동차ㆍ반도체ㆍ조선 등 주력 산업이 어려워진 영향도 크기 때문이다. 노동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들여다보면 노사정은 대화는 할 수 있어도 대타협은 어렵다고 단언했고 혁신성장이 반드시 공유경제와 같은 신산업에만 국한돼선 안 되고 주력산업의 혁신이 더욱 필요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력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해 전문가와 대기업ㆍ중소기업이 참여하는 플랫폼인 '혁신주도형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갈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임금은 노동력의 가격이다. 그 가격이 오르면 노동력에 관한 수요는 줄고 해고가 일어난다. 그 대상은 최저임금 수혜계층을 고용하는 소규모 업체들이다. 지난 대선에서 5명의 후보들이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이야기했다는 점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어쩔 수 없었다. 만약 인상하지 않았더라면 노동계도 가만 있지 않았을 것이다.

첫 번째로 아쉬운 점은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에 대한 대응책을 '패키지'로 같이 제시하지 못했다는것이다. 정부가 출범한 직후 손발이 맞지 않았고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카드수수료, 상가 임대료 완화 등은 단편적으로 제시됐다는 인상을 준다.

실제 이상으로 모든 문제의 근원이 최저임금이 돼버렸는데 그것은 아니다.최저임금의 기준은 평균임금의 50% 수준에서 정한 금액이었다. 이제 40% 정도 달성했다. 뉴질랜드는 51~52%, 호주는 49%, 미국은 27~28% 수준이다. 평균 임금의 50%까지 최저임금을 높이자는 것은 공상이 아니다. 다만 속도 조절은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오류를 지적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사실 성장론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제시한 '소득주도성장론'은 분배를 통한 성장 촉진론이다. 본격적인 성장론은 어디에 있는가. 혁신성장을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국민들에게 성장정책이 진척되고 있다는 인상을 못 줬다. 혁신성장은 기술 변화의 시대에 어떻게 먹거리를 마련하느냐다. 뭘 먹고 살지 불안해지면 국민들이 희생양을 찾는데 최저임금이 그 희생양이 됐다. 뭘 하는지 안 하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주는 게 문제다. '산업정책이 없다'고 대통령도 비판했는데 대통령 귀에 들어갈 정도로 느껴져서는 안 된다. 고용지표나 분배 구조 악화의 모든 원인을 최저임금이라고 하는데 이 자체가 팩트는 아니다.

권기홍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권기홍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김현민 기자 kimhyun81@



-일자리정부인데 기존 일자리가 줄고 새 양질의 일자리는 늘지 않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지표에 부정적 효과를 준 것은 맞지만 이것만으로 다 설명할 순 없다. 기존 주력산업인 반도체ㆍ자동차ㆍ조선업 중 한 축이 무너지고 있다. 자동차는 영업이익률이 1%대로 떨어지더라도 버틸 수 있다. 문제는 1차 협력사가 아니라 2차 이상 협력사들이다. 잘 보이지 않는 하청업체들에서 빠르게 해고가 이뤄지고 있다. n차 협력사에는 노조 없는 곳이 수두룩하고 취업규칙도 없는 곳이 많다. 이런 곳에서 고용이 줄어들면 인근 지역 자영업자들도 함께 어려워진다.

중소기업이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고용의 88%를 책임진다는 '9988'이라는 말도 이제는 맞지 않다. 지금은 대기업이 28%를 고용하고 있어서 '9972' 정도다. 대기업 물량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까지 포함하면 어마어마한 비중의 고용이 주력산업에 속하는 대기업의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고용 지표 악화의 원인은 여기에 있다.


-지금껏 나온 문제를 풀려면 노사정 대타협이 필요하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사회적 대타협 모델이 성공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 사회적 대화는 꾸준히 하되 대타협을 전제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일자리위원회가 성공하지 못한 이유도 기본적으로는 사회적 대타협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시작한 것이 대기업 월급을 줄여서 그 여력을 나눠주자는 것이었다. 강력한 노조가 교섭력을 바탕으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면 기업들은 지불 능력 이상으로 임금을 준다. 이것을 전가하는 방법은 가격인상, 단가인하다. 중소기업들은 돈이 없어서 임금을 주지 못하고 노조가 없으니 임금이 점점 벌어진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노조의 덩치가 커지는 것을 두려워한다.


-혁신성장정책도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성장을 신산업에 국한해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혁신의 영역을 신산업, 공유경제라고만 볼 수 없다. 공유경제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은 있지만 당장 우리의 먹거리를 보전해주지 않는다. 혁신성장이라고 하면 당연히 '규제개혁'만 언급하는데 규제 완화보다는 '규제합리화'로 가는 것이 맞다. 정부가 8대 중점사업을 언급하면서 드론 등을 내세웠다. 지금 드론 산업을 8대 중점분야로 격상시켜 올인해야 할 시점인지는 모르겠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존 주력산업의 구조조정과 혁신이 더 중대하다. 아직 따라잡히지 않은 산업은 빠르게 치고 나가되 따라잡힌 분야는 구조조정이나 변화가 필요하다. 더 큰 덩어리인 주력산업에서의 혁신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위원장이 구상하는 혁신주도형 동반성장모델은.

▲독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장기간에 걸쳐 기업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플랫폼을 만들어 주고받은 내용을 그린북 형태로 내놨고 이걸 바탕으로 백서를 발간해 정책을 제시했다. 이것을 명명해 '플랫폼 인더스트리 4.0'이라고 했다. 동반위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지,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변화가 무엇인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플랫폼을 만들어서 대기업ㆍ중소기업ㆍ전문가가 참여하는 장을 만드는 역할을 일부라도 할 수 있다면 결론이 날 것이다. 플랫폼의 범위는 조선이나 반도체, 자동차 세 가지 산업군으로 좁혔다. 작년 11월부터 산업연구원의 연구진들과 함께 혁신성장 플랫폼 구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느리게 가더라도 플랫폼 모형을 하나라도 만들어내서 '저렇게 하니까 되네'라는 게 생기면 우리가 할 역할은 다한 것이라고 본다.


◇ 권기홍 동반성장위원장 주요 약력
▲1949년 대구 출생 ▲서울대 독어독문학 학사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경제학 석사·박사 ▲1985년 영남대 경제학과 교수 ▲1996년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장 ▲1997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 ▲1997년 더불어복지재단 이사장 ▲2002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회문화여성분과 간사 ▲2003년 노동부 장관 ▲2005년 단국대 총장 ▲2008년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2018년 2월∼현재 동반성장위원장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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