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폭행 발단…치즈 통행세·보복출점 등 갑질경영 드러나
비난여론·수사 압박에 회장직 내려놓고 자구책 마련했지만 역부족
검찰, 징역 9년 구형…MP그룹, 상장폐지 유예됐지만 존폐 기로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지난 6월26일 서울 방배동 MP그룹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미스터피자 창업주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지난 6월26일 서울 방배동 MP그룹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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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최근의 여러 논란과 검찰 수사에 책임을 통감해 오늘 MP그룹 회장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고희(古稀)를 앞둔 노신사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울컥하는 감정을 추스르며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눈은 어디로 봐야 할지 방향을 찾지 못하고 붉게 충혈됐다. 미스터피자 창업주인 정우현(69) 전 MP그룹 회장이 주관한 마지막 공개 석상 모습이다. 그가 서울 방배동 MP그룹(미스터피자 모기업) 본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낭독했던 지난 6월26일은 국내 프랜차이즈업계 역사상 가장 충격적인 날로 꼽힌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아 피자업계 1위가 무너져내렸기 때문이다.

직함에 '전(前)' 자가 붙기 전까지 정 전 MP그룹 회장은 어떻게든 회사를 둘러싼 문제를 수습하고 재기하려 애썼다. 경남 하동 산골에서 여덟 남매 중 일곱 째로 태어나 국내 외식업계 대표주자가 되기까지 정 전 회장은 줄곧 '직원이 주인 되어 일하는 회사' '정직과 정성' 등 표어를 내세웠다. 이런 그에게 '갑질'이란 딱지가 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4월 50대 경비원을 폭행해 다치게 한 사실이 알려진 게 발단이다. 갑질 논란은 회사 경영 전반으로 옮겨붙었다. 올 한 해 정 전 회장은 기업인으로서 지난 43년간 쌓아온 거의 모든 것을 잃었다.


※2017년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 관련 주요 장면 및 발언

6월21일
- 검찰, 미스터피자에 치즈를 공급하는 관계사 2곳과 MP그룹 압수수색 / 정 전 회장 출국금지
6월26일
- 정 전 부회장, 대국민 사과 / 회장직 사퇴
"여러 논란과 검찰 수사에 책임 통감" "국민들에게 깊이 사죄"
7월25일
- 검찰, 정 전 부회장 구속기소(공정거래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ㆍ배임, 업무방해 등 혐의)
"회사 자금을 이용해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제왕적 기업문화'에 물든 오너의 모습"
"새로운 프랜차이즈 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사"

- 한국거래소, MP그룹 매매거래 정지(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

8월22일
- 정 전 부회장 변호인, 혐의 사실 대부분 부인
"검찰 전제 잘못된 부분 있어 억울"
10월17일
- 한국거래소, MP그룹에 개선 기간 1년 부여해 상장폐지 여부 결정 내년 10월까지 유예키로 / 주식거래 정지 조치도 개선 기간 종료 이후 상장폐지 여부 결정 때까지 연장
10월27일
- MP그룹 임시주주총회, 정 전 부회장 아들 정순민 부회장 등기이사 사퇴 안건 의결
"투명 경영 강화하고 추후 문제 될만한 여지 남기지 않기 위함"
12월22일
- 검찰, 정 전 회장에게 징역 9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
"가맹점주 고혈 친인척 부 축적에 사용"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범행 부인하며 꼬리 자르기"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미스터피자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첫 본격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이준식 부장검사)는 6월21일 미스터피자에 치즈를 공급하는 관계사 2곳과 MP그룹을 압수수색하고 정 전 회장을 출국금지했다. 검찰 수사팀은 이들 기업의 회계ㆍ가맹점 관리 자료, 계좌 등을 샅샅이 들여다봤다. 수사 초점은 정 전 회장의 동생 등 친인척이 운영하는 것으로 돼 있는 관계사들이 명목상으로만 존재하면서 '치즈 통행세'를 받기 위해 설립ㆍ운영됐는지에 맞춰졌다. 그 외 가맹점 대상 광고비 전가와 정 전 회장 자서전 강매 등 의혹 전반을 들여다봤다. 탈퇴한 가맹점주가 낸 피자가게 인근에 '보복 출점'을 했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좁혀오는 수사망과 비난 여론에 압박감을 느낀 정 전 회장은 6월26일 회장직을 내려놨다. 정 전 회장은 "내 잘못으로 인해 실망했을 국민들에게 깊이 사죄한다"며 "(보복 출점) 논란이 된 이천점과 동인천역점은 즉시 폐점했다"고 전했다. 이어 ▲식자재 구매 시 친인척 배제 ▲종합적이고 포괄적인 상생안 마련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그룹 차원의 자구책은 더욱 거세지는 갑질 논란과 검찰 수사 앞에서 아무런 효용 가치가 없었다. 검찰은 7월25일 정 전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동생인 정모(64)씨와 최병민(51) 대표이사 등은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회삿돈 총 91억7000만원을 횡령하고, MP그룹과 자신이 지배하는 비상장사에 64억6000만원어치 손해를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가맹점주들이 제기했던 문제점이 대부분 인정되고 수사를 통해 새로운 비위ㆍ갑질 정황도 드러났다. 정 전 부회장은 시쳇말로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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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그룹 역시 존폐 기로에 놓였다. 정 전 회장이 구속기소되면서 MP그룹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해당해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상장폐지는 가까스로 미뤄졌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MP그룹에 개선 기간 1년을 부여해 상장폐지 여부 결정을 내년 10월까지 유예키로 했다. 추락한 MP그룹은 10월27일 주주총회를 열어 정 전 회장의 아들 정순민(44)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그만두는 내용의 안건을 의결했다. 오너 일가 외에 다른 이사진도 교체됐다. 최 대표이사가 물러나고 이상은 중국 베이징법인장이 후임자로 나섰다. 상장폐지만큼은 막기 위한 조치라고 업계는 해석한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자신의 성공담을 담아 2012년 낸 자서전(사진=위즈덤하우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이 자신의 성공담을 담아 2012년 낸 자서전(사진=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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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정 전 회장이 향후 감옥에서 보내야될지도 모르는 세월이다. 검찰은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김선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정 전 회장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의 눈에 정 전 회장은 척결 대상 기업인 1호다. 한때 '대한민국 1등 피자꾼' '자수성가의 대명사'였던 그를 바라보는 프랜차이즈업계 시각은 엇갈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무리한 사업 확대와 과도한 욕심이 위기를 자초했다"면서 "탈퇴한 가맹점주를 자살에까지 이르게 만드는 등의 폭압적이고 일방적인 리더십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미스터피자는 가맹점을 '가족점'이라 부르며 나름대로 가맹본부와 점주간 소통을 잘 했던 브랜드였다"며 "언젠가부터 최고경영자 기용, 점주들과의 분쟁 조정 등 측면에서 삐걱댔는데, 그 구멍을 메우지 못한 것이 지금 상황으로 귀결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오종탁 기자 t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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