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을 끊는 게 살인과 다른게 뭔가”…전안법에 우는 소상공인들(종합)
“범법자 낙인 치워라” 소상공인들, 전안법 개정안 통과 촉구
개정안, 22일 본회의 처리 앞두고 있어…내년 2월께 세부사항 마련
개정안 통과돼도 막막…소비자 피해 발생시 책임 소재 불분명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안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글이 게시됐다. 이 글을 지지하는 이들은 총 17만5000여명이다.(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경제 조호윤 기자] ]17만5655명.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전안법)’. 18살, 미성년자에게 정부가 직접 찍어주는 범죄자 낙인’이라는 게시글을 공감하는 이들의 수다. 지난 달 24일 시작된 이 청원은 마감 3일을 앞두고 소상공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게시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혹은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공방 일이 이렇게 밑바닥까지 보여줄 줄은 몰랐다”며 “잘 살아봤자 돌아오는 건 범법자라는 낙인뿐인가”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생업을 끊는 게 살인과 다른 게 뭔가”라고 반문하면서 전안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소상공인들에게 과도하게 부과된 의무를 현실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전안법이 2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업계의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우선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향후 책임 소재 및 비용, 유예 기간 등 관련해 정부와 소상공인들간 진통은 계속될 조짐이다.
21일 관련업계예 따르면 전안법은 20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처리됨에 따라 22일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 처리만을 남겨놓고 있다. 지난해 1월27일 공표된 전안법은 올해 1월28일부터 시행됐지만,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거센 반발로 6월 개정안이 발의됐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 이후 국민의 안전이 사회적 관심을 크게 받게 되면서 소비자의 권리 및 피해 예방이라는 지지 아래 시행됐지만, 업계에서는 현실을 무시한 '악법'으로 비난 받은 이유에서다. KC마크 등 사전 관리를 위한 비용 문제가 소상공인들이 감당하기 역부족이라는 점에서 과잉규제라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도 KC마크 없어 소비자가 신고하면 판매자가 법 처분 받는 실정이다.
정부는 이 같은 업계 의견을 담아 22일 본회의에 상정되는 개정안의 제품 안전 관리 체계를 사후 관리에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잡았지만, 책임 문제는 여전히 소상공인들의 몫이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대기업 브랜드를 제외한 최종 판매자는 다품종 소량 단위로 온ㆍ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는 소상공인들이 되기 때문이다.
라벨갈이 의류 판매업자 A씨 "전안법 개정안에서 요구하는 최종 판매자 책임을 지려면 여전히 KC마크가 필요하다”며 “그렇게 되면 개별 의류 5장에 대한 검사비는 50만원이 소요되는데 수지가 맞지 않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동대문 도매시장에서 스타일별로 10매 내외로 구입해와 소비자들에게 재판매하는 업자다. A씨는 "티셔츠 가격대는 1만9000~2만원대로, 제작 원가는 4000원이지만 시험 검사 비용은 10만원 이상"이라며 "사업 접으라는 얘기"라고 말했다.
A씨는 "한 스타일을 수천장씩 생산하는 대기업의 경우, 대표성을 갖는 제품 1장에 대한 검사를 진행해 시험 비용을 원가에 녹일 수 있지만, 도매업의 경우 만들어봐야 100~200장 수준"이라며 "스타일마다 개별 검사를 받아야 하는 현행법상에서는 검사 비용이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성의류 쇼핑몰 운영자 B씨는 "패션 상품은 주기가 빨라 샘플 돌려보고, 업체 주문이 없으면 끝난다"며 "짧으면 2~3주, 길어지면 1~2개월 남짓한 주기인데, 인증 시마다 기다려야 한다는 건 원단부터 디자이너 제작, 유통까지 모두 할 수 있는 대기업만 장사하라는 소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행법상 책임 소재에 있어서 비켜 있는 동대문 도매업도 1차 소비자인 우리(소상공인들)가 사라지면 타격을 받는다"며 "업계가 공멸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답답한 법 개정 전개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한 대기업 패션회사 관계자는"올해 초 법 시행된다고 해서 인증 받는 등 관련 사항 챙겼는데, 개정된다고 또 기다리라고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사전 준비 기간이 짧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안법 개정안이 연내 통과되면, 본격 법 시행은 6개월 유예 기간 이후 내년 7월1일부터다. 한 패션 관계자는 "대부분의 패션업은 현재 내년 겨울 판매분을 위해 기획, 제작 등의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예산에 KC마크 등 시험 비용이 포함돼야 하는데 아직도 확정된 부분이 없다"고 꼬집었다.
꼭 봐야 할 주요 뉴스
텀블러에 담아 입 대고 마셨는데…24시간 지난 후...
업계 혼란을 막기 위해 한국의류산업협회, 한국패션협회는 20일 전안법 개정안 설명회를 열었다. 이제길 한국의류산업협회 총괄본부장은 이날 "세부 사항이 담기는 시행령, 시행규칙이 정해질 때까지 업계 의견을 모아 반영되게 할것"이라며 "세부 사항이 확정되는 2월말 이후 설명회를 한 번 더 개최하고, 가이드북도 제작, 배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덜 수 있게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민호 국가기술표준원 생활제품안전과 공학박사는 "전안법 개정안의 주요 방향은 소상공인, 섬유, 액세서리 업자들의 규제 관련 부담을 덜자는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는 제품 안전 협의회 등 사후 관리를 통해 시장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